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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 씁새(231)-그놈들의 저녁식사
2015년 12월 1044

낚시 꽁트 씁새(231)

 

 

그놈들의 저녁식사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증말이라니께. 매운탕거리만 준비해 가문 되는겨. 그냥 우럭이 지천이여. 느문 나와. 그냥 던지면 우럭이여. 미끼 없이 던져두 우럭이여. 막 몸뚱아리, 대그빡. 꼬리… 그냥 마구 걸려 나와. 우럭밭이여.”
녀석의 너스레는 우럭에서 우럭으로 종결되고 있었다.
“사실이여?”
총무놈이 녀석을 지그시 노려보며 물었다.
“뙈놈 빤쓰를 입은 겨? 왜 믿덜 못혀?”
녀석이 답답하다는 듯 테이블을 치며 말했다.
“시상에 그따구루 우럭이 널린 곳이 워디 있간디? 혹시… 손가락만 한 우럭 새끼들만 주렁주렁 나오는 거 아녀?”
씁새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놈들은 시상을 거짓이루 살아가는 개비네? 증말이라니께. 접때두 그짝이루 출조혀서 팔뚝만한 우럭을 팔 아프게 잡았다니께.”
“지랄을 똥으루 싸고 뭉개구 있어. 우럭이 피라미들이여? 그따구루 잡아들이게? 그러구 팔뚝만한 우럭이문 개우럭 씨알인디, 그딴놈덜이 우째 선착장에서 잽힌다는겨?”
회원놈도 여전히 믿지 못하는 투로 말했다. 녀석의 말을 믿지 못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김 사장네 낚시점을 드나들며 알게 된 녀석인데, 낚시를 속칭 입으로 하는 부류였다. 갯바위나 배낚시는 해본 적도 없이 오로지 바닥 좋은 선착장에서 숭어 훌치기만 전문으로 하는 놈이었다. 그런 녀석이 낚시에 대해 주워들은 지식은 있는지라 말은 청산유수였다. 그 말이 모두 허황되기 그지없는 거짓말이란 게 문제였지만.
“니놈은 숭어 훌치기나 운빨루 하는 놈인디, 우치키 우럭을 잡았다는겨?”
씁새가 다시 물었다.
“내가 숭어 잡다가 찾은 뽀인뜨여. 낮에 숭어 잡다가 어두워지니께 내일 또 해야지 허구서 밤에 심심허니께 뭣이가 무는가 담가본겨. 그란디, 우럭이여. 느문 나와. 느문 나오구. 참말루 우리집 베란다에 배때지 갈라서 말리고 있는 우럭이 지천이여. 온 아파트 단지가 우덜집서 나는 우럭 비린내 때미 신고 들어가기 직전이여. 동네 괭이덜이 우럭 한 마리 달라고 아파트 현관에 노바닥 지키고 있다니께.”
“이 드런 놈은 신빙성이 안 가. 무신 비린내 때미 신고가 들어간다는겨?”
씁새가 녀석을 발로 툭 차며 말했다.
“김 사장님. 이놈 말을 믿어도 되는 겨유?”
호이장놈이 낚시점 김 사장을 보며 물었다.
“저리 침 튀기구 목줄기에 핏대 세우문서 말허는 걸 보니께 어느 정도 사실인 모냥이여.”
김 사장이 무심한 듯 말했다. 세상에 못 믿을 것이 낚시꾼들의 뻥이라지만, 녀석이 길길이 날뛰며 말하는 것으로 보아서는 안 믿어 주기도 어려웠다. 결국 녀석의 말을 한 번 믿어 보자고 한 것이 화근이었지만.

 


그들이 도착한 곳은 새만금방조제 건너의 신시도였다. 정말 코딱지만 한 선착장이 있는 곳이었는데, 작은 어선이 정박하거나 소형보트로 낚시를 하는 꾼들이 이용할 만한 곳이었다.
“여기서 우럭이 느문 나와?”
호이장놈이 한심한 눈으로 둘러보며 말했다.
“그려! 바로 요 선착장 주변이루 죄다 우럭밭이여. 지금은 낮이니께 별일 없을껴. 이따가 밤되문 난리 날 것이니께 준비 단단히 혀.”
녀석이 씩 웃으며 말했다. 녀석의 말대로 낮시간에는 잡히는 것이 없었다. 총무놈이 잡아낸 베도라치 한 마리가 고작이었다.
“니놈 말 듣고 우덜은 매운탕 양념만 준비했으니께 알아서 혀.”
씁새가 주변이 어둑해지자 녀석에게 말했다.
“시살 먹은 애덜두 아니구 이 씁새는 노바닥 의심뿐이여. 인자 들물 시작되었고, 밤이 되었으니께 슬슬 우럭덜이 노닐기 시작헐껴.”
그러나 우럭이라고는 구경도 못한 채 시간만 지나가고 있었다. 밤늦은 시간. 새벽 1시. 이미 만조를 넘어서 물돌이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잡은 것이라고는 낮에 총무놈이 잡아낸 베도라치와 씁새가 끌어낸 손가락 마디만 한 노래미 새끼뿐이었다.
“뭐여! 느문 나온다드먼?”
“이 개눔은 워디서 개아리를 튼겨? 뭣이가 팔뚝만한 우럭이 나오는겨?”
“저 썩을 종자를 수장시켜버려!”
우럭 매운탕 생각으로 쓰려오는 배를 부여잡고 참고 있던 개차반놈들도 인내심의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에헤이! 시상에 유명시런 개차반덜이 왜들 이러는겨? 인자 물돌이 시작혔지? 인자 날물 시작헐 거지? 그람 나오는겨. 날물 시작험서 잡히드라니께.”
녀석이 태평스러운 얼굴로 대답했다.
“그니께 어여 물 끓이구 매운탕 양념이나 보글보글 끓여봐. 자네덜 눈이 뒤집힐껴.”
왠지 녀석의 말은 그럴 듯해 보였다. 호이장놈이 부루스타에 물을 올리고 그야말로 양념뿐인 매운탕 양념을 집어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뭇 참겄다. 우선 라면이라두 끓여서 간단히 요기나 혀.”
회원놈이 물을 끓이는 호이장놈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라면이 워디 있어? 우럭 매운탕에 회를 무진장이루 먹을 수 있대서 암것두 안 싸왔는디?”
“참말여?”
“그려. 그야말루 참말이여.”
“못 처먹는겨?”
“우럭이나 잡으라니께.”
점심 때 이후로 곡기라고는 들어간 적이 없는 패거리들의 눈에서 불똥이 튈 지경이었다.
“보라니께! 우럭이여!”
드디어 녀석이 호기 있게 낚싯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뭐여? 뭐여? 증말루 우럭이 잡히는겨?”
그러나 녀석의 낚싯대에 매달려 나온 것은 우럭바늘 크기의 새끼였다.
“개눔의 종자! 겨우 눈만 달린 어린놈을… 설마 저런 놈덜을 팔뚝만한 우럭을 잡았다구 뻥친겨? 니놈 팔뚝이 이쑤시개여?”
씁새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에헤이! 이놈덜이 낚시를 그리 오지게 다녔음서 기본을 몰라요! 이 쓰벌눔들이. 이런 어린놈덜이 나옴서 큰 놈이 나오는겨. 우째 낚시의 기본을 몰러. 잡것덜이.”
녀석은 바늘에 대롱대롱 매달린 새끼 우럭을 들고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 개눔의 넓적다리를 썰어서 스데끼를 해버릴 참이여!”
회원놈이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지랄말구 진득시럽게 낚시를 혀!”
녀석이 새끼 우럭을 회원놈의 발 아래로 던지며 말했다. 그러더니 녀석이 낚싯대를 들고 주춤주춤 다른 자리로 이동하고 있었다.
“워디 가는겨?”
총무놈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물었다.
“니놈덜이 너무 떠들어서 괴기가 안 잽히잖여. 저짝이루 가서 잡아 올란다.”
녀석이 선착장 입구 쪽 가로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좌우간 지대루 안 잽히문 니놈을 백숙으루 삶아 버릴껴.”
호이장놈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시방 우덜이 저 뻥쟁이놈헌티 당하는 거 아녀? 애시당초 이따위 얕아빠진 선착장에 뭔 우럭이 있대는겨? 있어봐야 우럭 새끼덜이나 있음 모를까.”
회원놈이 씁새를 보며 말했다. 그때였다.
“월레? 저 쓰벌눔 보소!”
선착장 입구에서 낚시를 하겠다던 녀석이 어느새 자신의 트럭에 올라타서는 방조제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 개눔새이! 서라, 이 개눔의 자식!”
그러나 개차반놈들의 아우성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트럭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신시도를 빠져 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허무해진 개차반놈들이 망연자실해서 서 있었다.

 


“쳐죽일 놈!”
씁새가 이를 부드득 갈며 말했다.
“염병. 오늘 낚시두 조졌다. 장비 챙겨서 집이루 가자.”
호이장놈이 어깨를 축 늘어트리며 말했다.
“배때지가 고파서 움직일 힘두 없는디 우치키 움직이자는겨?”
총무놈이 바닥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렇다구 뭐 줏어 처먹을 거리나 있…”
말을 하던 씁새가 회원놈 발아래에 누워있는 우럭 새끼를 노려보았다.
“이게… 방생 사이즌디… 벌 받을 일인디…”
베도라치 한 마리, 노래미 새끼 한 마리, 우럭 새끼 한 마리. 한 솥 가득 끓여지고 있는 매운탕 물에 들어간 저녁거리의 전부였다. 아무리 뒤적여야 시뻘건 국물뿐인 저녁 만찬이 시작되고 있었다.
“새만금 건너서 워디 편의점이라도 다녀오지?”
깡소주 한 잔에 맵기만 한 매운탕 국물을 떠 넣던 총무놈이 힘없이 말했다.
“움직일 힘두 없어….”
호이장놈이 쓰러질 듯 대답했다.
“이따위를 저녁이라고 처먹다니….”
총무놈이 숟가락을 집어던졌다.
“썩어빠진 부루조아, 지주집안의 자식!”
씁새가 발로 총무놈을 툭 건드리며 말했다.
“염병할… 우찌된 게 우덜은 낚시만 가문 이따위 헛짓거리여. 낚시회 이름이 개차반낚시회라서 더 지랄맞은 모냥이여.”
호이장놈이 거의 울 듯한 얼굴로 말했다.
“뭣이라? 이 개놈덜을 모두 수장시켜버리고 나두 따라 뒤질껴. 이 개차반 쓰벌눔들아.”
“그래. 오늘 모두 죽자, 죽어. 이놈덜아!”
쓸쓸한 신시도의 작은 선착장에서 굶주림에 치를 떠는 낚시꾼들의 개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물론 그 지경을 만들어 놓은 뻥쟁이 녀석은 그날 이후로 김 사장의 낚시점에는 절대 나타나지 않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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