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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꽁트 씁새(233)-초짜는 즐거워
2016년 01월 1048

낚시 꽁트 씁새(233)


 

초짜는 즐거워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에헤이! 바닥이여, 바닥!”
사내가 또 자기 부인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사내가 소리치자 여자는 더욱 움츠러들고 있었다.
“예미… 지놈이 부인 데불고 왔으문 조신허니 가르쳐 줘야지, 계속 타박질이여! 썩을 놈!”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호이장놈이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에헤이! 줄을 너무 풀었잖여? 줄을 팽팽허니 유지허란 말여. 주구장창 줄을 풀어대니께 넘들허구 엉키잖여!”
이번에는 줄을 너무 풀어버린 여자 때문에 무려 네 대의 낚싯대가 엉켜버렸다. 여자는 거의 울상이었다. 남편의 타박과 자신 때문에 줄이 엉켜 말은 못하고 얼굴에 불만이 가득한 사람들을 보며 울지 않는 것이 다행일 지경이었다. 이 선장이 다시 경적을 울리자 남자의 타박이 쏟아졌다.
“뭐허는겨? 선장님이 줄 걷으래잖여? 빵허문 줄을 감으란 말여!”
남자의 말이 떨어지자 여자가 황급히 줄을 감아 들이기 시작했다.
“이 선장! 잠시 대기. 여자분이 안적 줄을 못 감았어! 그러구 천천히 허셔유. 늦게 감는다구 뭐랄 사람 없으니께유.”
보다 못한 호이장이 소리쳤다.
“씨불놈이 마누라 데불구 왔으문 지대루 차근히 가르칠 생각은 안 허구 지놈 낚시허느라구 눈이 뒤집혔구먼.”
호이장놈이 배가 이동하는 사이에 갑판에 주저앉아 중얼거렸다.
“저 두 사람이 부부관계인 건 맞는 거 같어?”
뜬금없이 총무놈이 물었다.
“그라문 니놈 눈에는 부부로 안 보이남? 대구리가 있으문 생각을 혀봐. 저 사내자식이 애인을 데불구 왔으문 저러겄어? 뱃전이 녹아날 정도루 알콩거리고 있을 껴. 지놈 마누라니께 저 지랄루 타박 짓거리를 허는 것이지. 자고로 잽힌 괴기는 모이를 안 주는 벱이여.”
호이장놈이 두 사람을 힐끗거리며 말했다.
“허긴… 그려두 저 남편 같은 씨불넘이 너무 허는구먼. 아줌씨는 아무리 봐두 초짜같은디….”
총무놈이 남편처럼 보이는 남자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말했다.

 


“저기… 아줌씨.”
호이장놈이 고개를 푹 숙이고 뱃전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다가가며 말했다. 호이장의 말에 뒤돌아보는 여자의 눈이 무안함과 야속함으로 금방이라도 울 듯했다. 아마도 할 수만 있다면 당장이라도 배에서 내리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는 채비줄을 다듬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농어낚시 처음 오시는 개벼유?”
호이장놈이 조심스럽게 묻자 여자가 고개만 끄덕였다.
“우치키 괴기 잡는 법은 배우셨남유?”
“그냥… 저이가 하두 낚시만 다니길래 지두 한번 해 보겄다구 쫓아 왔구먼유. 집이서 낚싯대허구 릴 다루는 법은 조금 배웠는디….”
여자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려유… 농어잡이라구 혀서 별거 없어유. 그냥 배우신대루 찬찬히 허셔유. 언놈은 엄니 뱃속부텀 배워서 낚시 오남유? 우덜두 츠음엔 초짜였시유.”
호이장이 씨익 웃으며 말하자 여자가 그제야 배시시 웃었다. 또다시 배를 돌려 농어 포인트로 진입시킨 이 선장이 경적을 울렸다.
“찬찬히 허셔유, 찬찬히.”
호이장이 여자가 뱃전으로 다가가 낚싯대를 들어 올리자 웃으며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남편의 옆에 선 여자는 남편으로부터 모진 타박을 듣고 있었다.
“줄에 손을 얹으라니께. 바닥! 바닥을 찍어! 바닥 찍고 한 번. 바닥을 찍어!”
급기야는 여자의 손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는 슬며시 줄을 감아올린 여자가 뱃전의 낚싯대꽂이에 자신의 낚싯대를 끼우고는 배안으로 물러나 앉았다.
“어이! 이 선장!”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난 씁새가 이 선장을 불렀다.
“시간 되문 여와서 여기 여자 손님께 고기 잡는 법 좀 알려줘. 아무리 괴기 잡는다고 눈이 삐었어두 가르칠 것은 가르쳐야 헐 것 아녀? 니 맘대루 혀라구 내번져둘라문 뭐 헐라구 데불구 나오는겨? 한 놈두 갈쳐 주덜 안허구 외롭게 낚시질해야 허는 초짜의 심정은 지놈덜두 당해봤을 것 아녀? 언놈은 태어남서 고수여? 이따구루 손님 모실라문 선장질두 때려쳐!”
물론 씁새의 말은 여자의 남편에게 하는 말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남편이라는 놈은 여전히 제 낚시에만 정신이 빠져있었다. 아침 물때에 호황인지라 여기저기서 40~50센티미터급 농어들이 제법 올라오는 중이었고, 이 선장 역시 뜰채질 하느라 여자에게 낚시를 가르칠 상황은 아니었다.
“그라문 씁새 성님이 갈챠 주셔유. 지두 정신이 없으니께. 손님덜~ 대략 40센티급이다 싶으문 뜰채 대 달라구 허덜 말구 들어뽕 허셔유!”
이 선장이 뜰채를 들고 뱃전으로 뛰어가며 말했다.
“예미랄, 안되겄다. 총무야! 저 아줌씨허구 자리 바꿔. 씁새허구 내허구 중간에 저 아줌씨 오시게 허자.”
호이장의 의도를 눈치 챈 총무놈이 잽싸게 자리를 옮겼고, 여자의 낚싯대를 그들의 중간으로 옮겼다.
“자, 잘 들어유. 우선 낚싯대를 잡고 요기 레바를 눌르셔유. 줄이 풀리지유? 그라문 풀려나가는 줄에 엄지손가락을 살며시 올려유. 우뗘유? 무언가 바닥에 툭 닿는 듯헌 느낌이 드시지유?”
호이장놈의 손에 이끌려 배안에서 나와 씁새와 호이장의 중간에 선 여자가 배시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라문 다시 줄을 감으셔유. 끝까지… 그려유. 자, 다시 아까처럼 줄을 푸셔유. 그러고 다시 한 번 바닥에 닿는 느낌을 익히셔유. 바닥에 닺는 느낌만 알문 배낚시는 끝이여유. 자, 바닥에 닿으면 툭툭 치는 느낌이 들지유? 그것이 바닥의 돌멩이나 암초여유. 인자 두세 바퀴 감으셔유. 그러구 기다리셔유. 농어란 놈이 물문 갑자기 줄이 푹 들어갈 거여유. 찬찬히 기다리시다가 아무 감각이 없으문 줄을 또 풀어서 바닥을 찍고, 두 번 감으셔유. 이렇게 찬찬히 허심 되유.”
호이장이 그야말로 열심히 가르치고 있었다.
“에또, 우덜 조사님덜. 여기 여조사님이 시방 첨이루 배낚시에 도전허신다네유? 그니께 혹여라두 줄을 지대루 못 감아서 우덜 낚싯줄에 엉키더라두 이해허셔유! 자, 우덜 초짜 여조사님, 파이팅!”
씁새가 우렁차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남편이라는 작자의 구박하는 모습을 보며 못마땅해 하던 낚시꾼들이 여기저기서 ‘힘내세요, 파이팅’ 하는 응원을 보내왔다. 그제야 여자가 얼굴 가득히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남편이라는 녀석은 제 옆에 있다가 냉큼 다른 패거리들 사이로 가버린 여자를 보며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첫 술에 배 부를 리 없듯이 여자는 호이장의 세심한 가르침에도 한 마리도 못 잡아내고 있었다. 그저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농어들을 보며 부러운 눈길만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호이장놈과 씁새, 총무놈의 격려가 쏟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여자가 생애 처음으로 장대(양태)를 한 마리 올리며 무언가 될 듯한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비록 버리는 물고기인 장대였지만, 여자는 몹시 뿌듯한 표정이었고, 여자가 끌어 올리는 모습을 보며 모두가 축하를 아낌없이 보내주었다.
그제야 여자의 눈에 자신감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의 발밑에서 퍼덕이는 장대를 보며, 여자는 호이장에게 수없이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그리고 초짜의 반란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출조한 낚시꾼들 모두 많게는 10마리에서 적게는 6마리까지 농어를 끌어낸 상황이었으나, 씨알은 50센티를 넘나드는 작은 씨알들이었다.


점심시간이 다가올 때였다. 갑자기 여자가 시뻘개진 얼굴로 낚싯대를 들고 끙끙거리기 시작했다.
“에헤이, 바닥이여! 바닥! 바닥에 걸린겨! 낚싯줄을 끊어!”
씁새 패거리들의 친절에 마음 상해 있던 남편이 그 모습을 보고 킬킬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여자의 낚싯대와 줄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바닥이면 줄이 감기지 않아야 하건만, 줄은 감기고 있었고, 삐익삐익 하는 소리와 함께 줄이 차고 나가는 중이었다. 영락없는 농어였다.
“천천히! 천천히! 그대루 속도 늦추지 말고, 그대루 감어유. 대물이다!”
씁새가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호이장놈이 선장보다 먼저 이물로 뛰어가 뜰채를 가지고 돌아왔다. 릴은 버겁게 감기고 있었고, 여자의 얼굴은 홍조를 띠다 못해 검은색마저 돌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농어의 첫 번째 바늘털이가 시작되었다.
“꺄아아아아!”

 

여자가 비명을 질렀다. 족히 90센티미터는 되어 보이는 대물급 농어가 힘차게 솟구쳤던 것이다. 여자는 계속해서 비명을 질렀고, 배 안의 모든 낚시꾼들의 훈수가 이어지고 있었다. 농어가 이물에서 고물로 요동치며 마지막 힘을 써댔다. 그와 함께 모든 낚시꾼들이 자신의 낚싯대를 감아 들이는 친절까지 보여주었다.
“오케이! 좋아유. 잘 허구 있슈. 절대루 줄 감는 속도 늦추지 말구, 찬찬히 걱정 말구 감아유. 저놈은 잽혔으니께 워디 도망 못 가유! 인자 아줌씨는 초짜가 아녀! 좋아유.”
씁새가 계속해서 추임새를 넣었고, 호이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뜰채를 물속에 넣은 채로 뱃전에 기대어 대기 중이었다. 슬쩍 본 남편이라는 놈의 얼굴은 완벽하게 똥 씹은 표정 그대로였다.
그리고 두 번째의 바늘털이를 해낸 농어가 호이장의 뜰채로 들어왔다. 근 10여 분간의 싸움으로 녹초가 된 여자가 갑판에 주저앉았고, 호이장이 건져낸 농어를 여자의 앞에 놓아주었다. 아직도 흥분에서 벗어나지 못한 여자에게 모든 낚시꾼들의 축하인사가 날아들었고, 여자를 일으켜 세운 호이장이 농어를 들게 하고 멋진 기념사진을 찍어 주었다. 그리고 이 선장이 여자에게 농어를 들게 한 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릴 사진을 찍고 나자 차츰 정신이 들기 시작한 여자가 힘겹게 농어를 들고는 소리쳤다.
“노바닥 낚시 가서는 잡아 오는 거냐구 손바닥만 한 농어 새끼나 잡아오문서, 내처럼 이 정도는 잡아와야 헐 것 아녀! 괴기두 못 잡으문서, 뭔 구박이 그리 심혀!”
여자가 웃음소리와 함께 자신의 남편에게 소리쳤다. 남편은 멀쑥한 표정으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참이루 감사허구먼유, 스승님. 그러구 낚시 선배님덜. 진심이루 감사허구먼유!”
물론 스승님은 호이장놈이었다. 여자의 감사 인사에 낚시꾼들 모두 즐겁게 박수를 쳐 주었지만, 그들의 얼굴에 스치는 부럽고 뻘쭘한 표정은 지울 수 없었다.
그 후… 여자는 뿌듯한 표정으로 갑판에 앉아서 가끔씩 농어새끼를 잡아내는 낚시꾼들을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수십 년 내공을 간직한 고수와 같은 표정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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