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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낚시 꽁트 씁새-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2016년 05월 1200

연재_낚시 꽁트 씁새

 

 

아무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박준걸 artellar@hanmail.net

 

 

1. 우리는 이미 틀렸네…

 

비응항의 새벽이 어스름하게 밝아 오고 있었다. 10월의 새벽이라지만 이미 겨울의 문턱으로 내달리는 듯, 기온은 상당히 떨어져 있었다. 참돔낚시의 파시라는 10월의 마지막 휴일이었다. 발 빠른 꾼들은 이미 빛의 속도로 배에 올라 자신과 동료들의 낚싯대를 꽂는 중이었고, 뒤쪽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꾼들은 비탄의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선상낚시의 명당이라는 선미와 선수를 빼앗긴 때문이었다.
행동 빠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하는 씁새는 오른쪽 선미의 세 군데를 선점한 후, 자신의 낚싯대와 총무놈, 회원놈의 낚싯대를 꽂은 후 느긋하게 담배를 빼 물었다.
“배낚시의 가장 기본이 뭔 중 아는가? 바로 자리싸움이여!”
간발의 차이로 선미의 세 자리를 빼앗기고는 입맛을 다시며 배의 중앙으로 이동하는 낚시꾼을 바라보며 씁새가 씨익 웃었다.
“그러지유, 그러지유. 이 선상낚시는 배에서 우치키 앞쪽과 뒤쪽을 차지허느냐가 조과를 좌우허는 거지유. 암만유! 배 중앙이루 자리 잡으문 움직이기두 고달프구유, 조과두 꽝여유.”
선미의 왼쪽 자리를 선점한 낚시꾼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씁새패들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는 무려 다섯 대의 낚싯대를 선미에서부터 차례로 꽂아놓은 상태였다.
“어이! 자리는 잡았으니께 찬찬히 올라타두 돼. 거기 아이스박스 조심혀고. 옳지. 그려, 조심혀.”
그 낚시꾼이 선착장을 쳐다보며 소리쳤다. 뒤늦게 배에 오르는 낚시인들로 선착장은 부산스러웠다. 그리고 언뜻 보기에도 초짜로 보이는 네 명이 저마다 아이스박스를 챙겨 들고는 선착장에서 그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우째… 불안시러운디….”
호이장놈이 네 명의 초짜 낚시꾼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간조시간인지라 배는 접안시설의 맨 밑바닥에 걸려 있었고, 배를 타려면 가파르고 좁은 계단을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었다. 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아이스박스를 저마다 하나씩 두 손으로 들고는 계단을 내려오는 모습이 몹시 불안했다. 한나절 즐기는 선상낚시에서 저렇게 무거울 정도의 아이스박스를 들고 배에 오른다는 것이 매우 위험해 보였다. 그 모습이 씁새패들의 눈에는 초짜로 보였던 것이다.
“우째 저 양반덜, 위험시러운디, 누가 좀 도와줘봐유!”
보다 못한 씁새가 선수 쪽으로 소리쳤다. 그러자 선수 쪽에서 낚시채비를 만지던 낚시꾼들이 계단을 힘겹게 내려오는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앞부분으로 몰려갔다. 그러나 이미 도와주기에는 그들의 상태가 너무 불안했다. 네 명 중 맨 뒤에서 내려오던 사람이 기우뚱하며 앞의 낚시꾼을 건드렸고, 순차적으로 앞으로 전달되며 그대로 네 명 모두가 물로 빠지고 만 것이었다. 일순간에 모두 패닉상태에 빠졌고 선착장이 낚시꾼들의 고함소리로 넘쳐나기 시작했다. 선착장에서 승선인원을 확인하던 경찰이 뛰어내려왔고, 배의 시동을 걸던 선장도 선실에서 뛰쳐나왔다.
선장이 배에서 구명튜브를 던졌고, 경찰도 선착장의 밧줄을 던졌다. 다행히 네 명의 낚시꾼들은 모두 자신들의 아이스박스를 껴안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 이상의 위험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착장으로 몰아치는 파도가 상당히 센 편이었다. 몇 번의 구조 시도 끝에 경찰의 밧줄에 두 명이 구조되어 선착장으로 올려졌고, 두 명은 선장의 구명튜브에 의해 배로 올려졌다. 차가운 초겨울 새벽 바다에 빠진 그들은 말할 힘조차 없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선장이 선실로 그들을 들여보낸 후 이불을 내어 주었고, 선착장에서는 경찰이 자신의 점퍼를 벗어 두 사람에게 씌워준 후 무전연락이 한창이었다.
“우쩔껴유? 누구 선장질 못허게 할라구 그러는겨유?”
선장이 담배를 뻑뻑 피워대며 말했다. 그러자 부들부들 떨고 있던 낚시꾼 하나가 배에서 기다리던 낚시꾼을 향해 힘겹게 입을 열었다.
“우… 우덜은… 이… 이미… 트… 틀렸네… 자네라도… 우… 우덜 대신… 낚시를 즈… 즐… 즐기다… 오게….”
하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선장이 이 아름다운 장면을 놔두지 않았다.
“뭔 개소리래유? 몽땅 내려유! 거기 아자씨두 내려유. 빨랑 내려유!”
결국 먼저 배에 올라 일행들의 낚싯대를 꽂고 기다리던 꾼과 바닷물에 홀딱 젖은 두 명의 낚시꾼이 힘겹게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는 선착장에서 쪼그려 앉아 있는 일행들과 감격스러운(?) 재회를 하게 되었다. 멀리서 경광등을 번쩍이며 경찰차와 구급차가 선착장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네 명의 낚시꾼이 강제 하선된 빈 명당자리를 향해 중앙의 낚시꾼들이 눈을 번쩍이고 있었다.

 

2. 끝까지 간다!

 

“뭣이가 잽힌다는겨? 참돔이 파시를 이룬다드만, 뭔 이것이 참돔이여?”
또다시 올라온 장대(양태)를 뱃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씁새가 떠들었다.
“그라문 우쩌라고? 안 나오는 참돔을 내가 물로 뛰들어가 네놈 낚싯바늘에 매달아 줄까?”
장 선장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참돔 아니라 다른 괴기라도 올라오문 몰러! 노바닥 장대만 잽히니께 하는 소리여, 이 장 선장놈아!”
씁새도 지지 않고 마주 소리쳤다.
“어이구 그러셔요? 아조 장대만 잘도 잡으셔유, 씁새놈아!”
장 선장이 선장실에서 머리만 내놓고 또다시 약을 올렸다.
“개놈의 선장!”
“개놈의 낚시꾼!”
배에 오른 낚시꾼들이 둘의 싸움을 지켜보며 웃고 있었지만, 내심 속으론 씁새의 심정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참돔은커녕 쓸데없는 장대만 꾸역꾸역 올라오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채비를 바꾸고 별 짓을 다해 보아도 마냥 그 꼴이었다.
“예미랄! 내가 그 빌어먹을 부세라도 한 마리 걸려 나오문 이러덜 안허지! 서해바다가 죄다 장대루다 도배를 헌겨 뭐여?”
씁새가 또 올라온 장대를 보며 말했다.
“그려! 내가 서해바다에 장대루다 죄다 풀어놨다 우쩔래?”
장 선장이 낚싯대를 올리라는 신호를 주고는 말했다.
“아주 잘났어요, 장 선장놈아!”
“그려, 암만 내가 너보다는 잘났지, 씁새놈아!”
장 선장이 다른 포인트로 옮기기 위해 배를 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30여분을 달려서 온 포인트 역시 별반 다르지 않았다. 여전히 장대가 물고 늘어졌고, 낚시꾼들 모두가 지쳐가고 있었다.
“근디… 바다낚시가 이리 재미없는 겨여유?”
씁새의 옆에서 묵묵히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던 낚시꾼이 물었다.
“지가, 이 바다낚시는 첨인디… 우째 별반 재미가 없네유? 바다낚시허문 괴기가 잘 잽힌다구 혀서 저기 내 친구허구 같이 왔는디, 뭔 요상시런 물괴기만 잽히구 그러네유.”
“그러지유? 이거이 말여유, 우선은 선장을 잘 만나야 혀유. 오늘 그짝이 선장을 잘못 만난거여유. 다른 선장덜은 참돔 뽀인뜨에 제깍제깍 운반혀주는디, 장 선장놈은 아랫도리가 후달리니께 영판 시덥잖은 디만 데불구 가는겨. 바다낚시에 조과는 선장이 80프로 먹구 들어가는겨유!” 씁새가 장 선장이 들으라고 소리 소리 치며 말했다. 뱃전에 낚시꾼들의 웃음소리가 낭자하게 울려 퍼졌다.
“이런 썩을 놈! 뭣이가 80프로여? 네놈 낚시 실력이루는 양식장에 데불다 놔두 멸치새끼 한 마리 못 잡는다, 이 물건 시답잖은 놈아!”
배를 몰아가며 장 선장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또다시 뱃전에 낚시꾼들의 웃음소리가 낭자하게 울렸다.
“뭣이여? 이 장 선장놈이… 이눔아, 그래도 내가 지난번에 제주도서 갈치를 두 쿨러 꽉 채우고 온 놈이여. 참돔 두어 마리 잡자구 이 짓 헐 놈이 아니여!”
씁새가 배의 엔진소리를 이기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아이구 그러셔요. 존경시러운 씁새놈아. 니놈이 갈치를 두 쿨러 잡았는지, 두 마리 잡았는지 언놈이 알겄어? 야밤에 지놈 혼자 용두질을 허구서는 웬 여자허구 잤다구 혀두 증인이 없으니 우찌 알겄어요? 이 부실헌 놈아!”
장 선장이 키득거리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이젠 뱃전의 낚시꾼들 모두 낚시보다는 둘의 상스러운 대화에 더 흥미를 더해가는 중이었다.
“그려? 이 아랫도리 후달리는 장 선장놈아! 그라문 내가 실력을 보여 줄라니께 제주도 한번 가보자! 이 오랑캐 빤쓰 처입은 놈아!”
“오호! 그렇다 이 말이지? 오냐! 그라문 네놈 물건이 시덥지 않은지, 내 아랫도리가 부실헌지 함 해보자, 이놈아!”
말장난이 드디어는 극에 달하자 씁새와 장 선장이 이성을 잃고 만 것이었다. 장 선장이 달리던 배를 그대로 반대로 돌리더니 마구 치달리기 시작했다.
“얼레? 뭐여… 뭐… 뭐여?”
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웃고 있던 낚시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아, 아! 이 배는 시방부텀 제주도로 갈치를 잡으러 갑니다! 웬 썩을 종자가 갈치를 두 쿨러 잡는다고 허튼소리를 쏟아내니께 그 꼬락서니 한번 봐야겄습니다!”
장 선장이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오냐! 이 개종자야! 내가 두 쿨러 잡으문 네놈을 장대 미끼로 쓸 모양이다! 달려!”
씁새가 배의 난간을 부여잡고 이를 악 물었다.
“어허! 장난이 심허요. 그만들 허셔유!”
“이게 뭔 사단이랴? 자중허고 낚시합시다!”
장난이 싸움으로 변한 것을 알아차린 낚시꾼들이 그제야 장 선장과 씁새를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놔유! 여러분덜 출조비 죄다 환불해 드리는 한이 있어도, 내가 제주도까정 달려가고 말껴!”
장 선장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오냐! 가자! 네놈에게 갈치낚시의 진수를 뵈어주마! 배가 부서지도록 달려!”
씁새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댔다. 낚시꾼들의 아우성과 씁새의 고함소리, 장 선장의 마이크 소리와 함께 배는 서해바다에서 남쪽으로 마구 달려가고 있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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