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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외래어종의 생태학적 피해 배스, 블루길의 과잉 번성
2016년 08월 1757 10025

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외래어종의 생태학적 피해

 

 

배스, 블루길의 과잉 번성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 前 한국하천호수학회 회장

 

낚시를 하다가 배스나 블루길을 낚게 되면 이를 다시 놓아줄 것인지 죽일 것인지 갈등한 경험을 모두 가지고 있을 것이다. 모든 생명을 아끼는 도덕성의 입장에서 본다면 살아 있는 커다란 물고기를 죽이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호수의 토종어류와 생태계의 건강성을 걱정하는 생태학적 입장에서 본다면 다시 놓아주지 않는 것이 옳다. 법적으로도 배스와 블루길은 우리나라 환경부가 지정한 유해외래어종으로서 제거해야 할 대상이며 법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다시 놓아주는 것은 불법이다.
배스와 블루길은 아메리카 대륙에서 번성하며 우리나라에는 없던 물고기인데 1970년 무렵에 식량자원으로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여 도입한 것이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들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이들 두 종의 어류가 우리나라 자연환경에 적응하여 살면서 과잉 번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외래종들은 새로운 환경에 도입되면 적응하지 못하여 도태되기 쉽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도입된 무지개송어, 백연어, 초어 등의 어류들은 거의 도태되었다. 그런데 배스와 블루길은 적응력이 뛰어나 우리나라뿐 아니라 도입된 전 세계의 다른 호수에서도 살아남아서 과잉 번성의 피해를 주고 있다.

 

블루길

▲배스

 

외래종이 위험한 이유는 천적이 없기 때문
외래종은 종종 과잉 번성하여 생태계에 큰 피해를 주는데 그 이유는 천적이 부족하거나 먹이생물이 적응하지 못하여 회피하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호수에도 쏘가리나 가물치와 같은 포식자가 살고 있으나 오랫동안 그곳에 정착한 토종생물이 과잉 번성하는 예는 없다. 그 이유는 이들을 잡아먹는 천적생물들이 함께 발달되어 있고 먹이생물들은 포식자를 회피하는 능력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포식자와 먹이생물이 균형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포식자가 늘어나면 먹이생물이 줄어들고, 먹이생물이 줄어들면 이를 잡아먹는 포식자가 먹이 부족으로 감소한다. 포식자가 감소하면 먹이생물이 다시 증가하는 피드백 과정을 거치면서 생태계의 생물의 양은 적절한 수준에서 균형을 맞추어 간다. 즉, 호수생태계가 안정되면 쏘가리와 피라미의 양이 적절한 비율을 유지하면서 공존한다는 뜻이다.
생태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적자생존의 기작이 작용하여 점차 유전자가 변하는 진화가 일어난다. 포식자는 먹이생물을 사냥하는 능력이 낮은 개체가 도태되고, 먹이생물은 포식자로부터 회피하는 능력을 키우는 개체가 생존하는 방향으로 진화하는데, 이렇게 포식자와 먹이생물이 함께 진화하는 과정을 공진화라고 부르며 이 과정을 통하여 균형 잡힌 생태계를 이루게 된다.
외부에서 새로운 종이 들어오면 이 균형이 깨지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종이 너무 많이 늘어나거나 일부 종이 멸종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먹이 사냥 능력이 뛰어난 포식자가 들어오면 먹이생물이 크게 감소하게 되고, 회피능력이 뛰어나거나 천적이 없는 생물이 들어오면 그 종이 크게 늘어나는 것이다. 배스와 블루길이 바로 이런 종이다.

수중의 곤충 유생 잡아먹히면

육지의 성충도 감소
일반적으로 큰 서식처에서 사는 종들은 오랫동안 많은 종들과 경쟁을 거쳐 진화하였기 때문에 작은 서식처에서 사는 종보다 경쟁력이 강하다. 즉, 미국의 미시시피강에서 사는 어류는 우리나라의 한강에 사는 것보다 경쟁력이 강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강에 사는 어류는 우리나라의 작은 강에 적응되어 있고 적절한 먹이연쇄를 형성하고 있었는데 경쟁력이 강한 대륙종인 배스가 도입되어 토종어류와 수중동물들이 급감하게 된 것이다.
생태계에서 경쟁력이 높은 종들은 대개 다양한 먹이를 먹을 수 있고, 먹이 사냥 능력이 우월하다. 배스는 심지어 동종의 치어도 잡아먹기 때문에 먹이가 되는 작은 어류가 없어지더라도 스스로 먹이연쇄를 만들어 생존할 수도 있다. 어류학자들의 견해는 지금 우리나라 호수에서 어류생태계를 가장 크게 위협하는 요인이 배스의 유입라고 보고 있다.
배스와 블루길의 증가는 먹이생물을 잘 잡아먹거나 먹이를 독점함으로써 토종어류를 감소시키는데 어류 외에도 저서동물, 수서곤충, 등도 많이 잡아먹기 때문에 수중생물뿐 아니라 수변의 야생동물, 곤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예를 들면 많은 곤충의 유생이 물속에 살고 있는데 수서곤충을 감소시키면 육상의 성충이 감소하게 되고 이는 육상의 동물과 식물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수중에서 발생한 생태계 교란이 전체 생태계로 파급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외래종이 도입되어도 시간이 지나면 우리나라의 생태계가 적응하여 먹이생물들이 회피능력을 가지게 되고, 회피능력이 있는 새로운 종들이 진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짧은 시간 내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서서히 유전자가 변하여 새로운 종이 만들어지는 진화과정은 적어도 수천 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에 자연적인 회복능력을 기다리며 낙관할 수는 없다. 그 과정에서 과거에 살고 있던 생물들이 크게 교란되거나 멸종해 버릴 수도 있고, 그 이전에 생태계 파괴로 인하여 인류문명이 괴멸해버릴지도 모른다.
새로운 종이 도입되는 것을 일반적으로 외래종이라고 부르지만 생태학용어로는 침입종 (invasive species)라고 부른다. 외국에서 들어오는 것만 문제가 아니라 없던 종이 새로이 들어오면 그 생태계가 교란되기 때문에 인접지역이라도 생물을 옮기는 것은 침입종이 되어 생태계 교란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한강에만 사는 어류가 낙동강으로 유입되는 것도 침입종이므로 함부로 살아있는 생물을 옮기거나 방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배스가 생태계에 유해한 외래종일지라도 생명을 죽이기는 꺼려지겠지만 절멸되는 토종어류와 수중생태계의 건강을 위해서는 가능한 한 줄여주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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