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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I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⓱-가을에 조심해야 할 식물성 독 은행 열매 다량 세척하면 물고기가 죽는다
2016년 10월 1785 10249

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⓱

 

가을에 조심해야 할 식물성 독 

 

 

은행 열매 다량 세척하면 물고기가 죽는다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융합학부 교수 前 한국하천호수학회 회장

 

몇 년 전 어느 가을날 평소 1급수 수질을 보이던 청정한 하천에서 물고기가 많이 죽었다는 보고를 듣고 연구진이 급히 현장조사를 하게 되었다. 수질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였는데 특이하게 하천 바닥에 은행 열매를 세척하여 발생한 은행 과육 찌꺼기가 많이 쌓여 있었다. 은행 열매의 과육은 매우 불쾌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은행을 가로수로 심은 곳에서는 가을이면 민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은행 열매를 먹기 위해서는 과육을 모두 제거하고 깨끗이 씻어 냄새를 없애야 하는데 하천 주변의 주민들이 은행을 대량으로 수확하여 은행을 큰 자루에 담아 손수레에 실어와 하천에서 세척작업을 하였던 것이다.
은행 과육이 어류폐사의 원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되어 하천 바닥의 은행과육을 수거하여 실험실에서 추출액을 만들고 어류 독성을 시험하였더니 놀랍게도 어류에게 상당히 강한 독성을 보였다. 1% 이상만 넣어도 어류가 죽는 치사효과가 나타났으며 물벼룩에게도 치사효과가 있는 것으로 측정되었다.
과거에는 세척하는 은행의 양이 적을 때는 하천에서 은행을 세척하더라도 독성이 잘 나타나지 않았겠지만 근래 은행나무가 가로수로 많이 심어지고, 은행 열매와 잎이 약용으로 수확되어 은행 열매의 생산량이 많다 보니 하천의 유량에 비하여 과다한 양의 은행을 세척하게 되었고 이것이 물고기가 죽은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하천에서 세척한 은행 과육은 물고기에 치명적 독이 될 수 있다.

▲은행 열매의 과육은 독성이 강하므로 제거하여야 한다.

 

 

식용하는 은행에도 독성이 있다
독성에 관한 문헌을 조사해 보니 이미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있었다. 근육을 마비시키기도 하는 독소가 함유되어 있으며 씨앗보다 과육에 더 많은 독성이 있고, 은행열매를 많이 먹으면 구토와 복통을 유발하며 죽을 수도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었다. 굶주린 피난민들이 은행열매를 많이 먹고 죽은 사례도 있다는 보고도 있고 어린아이들이 먹는 경우에는 더욱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이 독성이 있는 은행열매를 조금씩 먹으면 약이 되기도 한다. 독약으로 쓰이던 비상도 미량을 먹으면 약이 되듯이, 독성이 있는 물질은 무언가 생리적으로 활성이 있다는 뜻이므로 미량을 먹으면 아이러니하게 약이 되기도 한다. 은행 열매도 조금씩 먹으면 약으로 효과를 나타낼 수 있어서 전통적으로 식품이나 약으로 이용되어 왔다. 은행을 먹으려면 먼저 과육을 깨끗이 제거해야 하며 씨앗도 가열하여 독소를 줄인 후에 먹어야 한다. 익힌 것일지라도 열에 강한 독소는 남아 있기 때문에 하루에 10알 이상 먹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은행 열매는 호흡기병과 순환기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근래에는 은행 열매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다 보니, 우리나라 여러 하천에서 은행 세척 찌꺼기가 쌓인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독성 식물 이용한 물고기 잡이
식물은 독성 물질을 생성하여 동물이 먹지 못하도록 방어하는 화학적 방어 기작을 가지는 예가 많다. 그러므로 동물은 그 식물의 독소에 내성이 있는 종류만 먹을 수 있다. 어떤 곤충은 독성이 강한 특정 식물을 전문적으로 먹을 수 있도록 진화하기도 하였다. 사람이 먹는 식물은 독성이 없는 것들을 선별하여 육종한 것이고, 산나물을 먹는 경우에도 독성이 적은 종이거나, 삶아서 독소를 우려내어 해독이 가능한 종만 먹는 것이다. 식물이 씨앗을 퍼뜨리기 위해서는 열매의 과육은 독이 없고 맛있게 만드는 반면에 씨앗은 먹지 못하도록 독성을 띠는 경우가 많다. 동물이 씨앗을 퍼뜨려 주어야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은행 열매의 경우에는 과육에도 독성이 있어서 동물이 먹는 것을 방해하고 있으니 그렇게 진화한 이점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식물의 독성은 세계 여러 지역에서 물고기를 잡는 데에도 사용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는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으려고 독성이 있다는 여뀌를 찧어서 물에 풀기도 하였는데, 때죽나무라는 나무는 독성이 매우 강하여 물고기가 떼로 죽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피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는 독성이 강한 데리스라는 나무를 살충제나 어류 사냥에 사용하였는데 로테논이라는 어류를 마비시키는 독소가 많이 함유되어 있다.
현대에는 로테논이 어류 양식과 관리에 유용하게 이용되기도 한다. 알래스카에서는 외부에서 유입된 육식어류인 파이크가 발견되자 외부로 퍼져나가기 전에 그 호수 내에서 박멸하기 위하여 호수 전체에 로테논을 풀어 물고기를 모두 제거한 사례도 있다. 플로리다에서는 초어를 제거하기 위해 로테논을 섞은 먹이를 풀어 박멸하기도 하였다. 양식장에서는 인공산란, 태그 부착 등의 어류관리 과정에서 어체의 손상을 막기 위하여 낮은 농도의 로테논이 마취제로 흔히 사용된다. 어류학자들이 어류 연구를 하기 위해 하천의 일정 구간을 막고 로테논을 풀어 물고기를 모두 잡아서 조사하는 사례도 있다.
이제는 독성식물을 풀어 물고기를 잡으려는 사람은 없겠지만 은행 열매의 생산량이 늘다보니 본의 아니게 세척과정에서 물고기와 수중동물에 해를 주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하천에서 은행을 과다하게 세척하면 물고기에 해를 줄 수 있으니 은행 열매는 하수처리 시설이 있는 곳에서 세척하는 것이 좋고, 과육 찌꺼기가 하천으로 배출되지 않도록 유의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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