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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유시민, 문광지에서 38cm 붕어를 낚다
2017년 05월 1959 10757

피플

 

 

유시민, 문광지에서 38cm 붕어를 낚다

 

 

김현 아피스 필드스탭

 

3월 마지막 주 목요일인 오늘은 조금 특별한 출조길에 나섰다. 전 보건복지부 장관 유시민씨와 함께 낚시를 하기로 한 날이다. 요즘 그는 JTBC <썰전> <차이나는 클라스>에서 시사토크쇼 진행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일흔 권이 넘는 책을 쓴 작가로서 본인 스스로 “다른 직함보다 작가로 불러 달라”고 할 정도로 의욕적인 집필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후불제 민주주의」「국가란 무엇인가」 등의 책을 출간하였다.
유시민 작가의 취미는 낚시다. 젊은 시절부터 붕어낚시를 즐겨왔고, 매년 3월 초에 열리는 한국국제낚시박람회(KOFISH)를 내빈이 아닌 순수 관람객으로 찾는 낚시매니아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동행출조하게 된 것도 지난 3월 11일 낚시박람회장을 찾은 유시민 작가가 평소 교분이 있던 송귀섭 위원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봄이 가기 전에 같이 낚시 한 번 가자’고 의기투합한 결과이다. 낚시터는 서울에서 너무 멀지 않고 조황이 양호한 곳을 물색한 끝에 충북 괴산군의 관리형 낚시터인 문광지로 결정하였다.
오전 9시 광주를 출발하여 호남고속도로 상행선을 달린다. 어제까지는 바람이 찬 서늘한 날씨였으나 오늘은 차창 밖으로 포근함이 느껴진다. 약 두 시간 반을 달려 점심 무렵 괴산읍내 식당에서 유시민 작가를 만났다. 그 식당은 유시민 작가의 단골집이었고 유 작가는 우리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고 싶다며 버섯전골을 시켰다. 
유시민씨는 1959년 경주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총학생회대의원회 의장을 거쳐 1988년 이해찬 의원의 보좌관으로 정치에 입문한 그는 노무현 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냈다. 남다른 열정과 뛰어난 언변으로 늘 인기와 화제를 몰고 다녔던 사람, 그러나 첫 인상은 정치인의 무게감이나 유명인의 거리감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평범하고 편안했다. 우리는 인사를 나누고 식사를 한 뒤 문광지로 이동하였다.

 

유시민 작가가 괴산 문광지 좌대에서 낚은 38cm 붕어를 들어보이고 있다. "35센티미터가 종전 기록이었는데 기록 경신"이라며

  즐거워했다.

▲ 유시민씨가 송귀섭 위원과 나란히 앉아 낚시를 즐기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낚시터로 가는 마음은 언제나 두근댄다.

바늘에 단 글루텐떡밥에 어분 가루를 묻혀주고 있다. 유 작가가 경험으로 터득한 노하우로서 입질이 한층 빠르다고 한다.

 

매년 낚시박람회장을 찾는 낚시애호가
문광저수지는 5만5천평의 준계곡형 저수지로 상류에는 버드나무와 수초가 멋진 포인트를 형성하고 있었다. 봄기운이 완연한 수면 위에 떠있는 좌대들이 낚시인의 맘을 설레게 만든다. 특히 관리실로 들어오는 입구의 400m 은행나무길은 가을철 사진작가들에게 각광받는 촬영장소라고 한다. 문광지 지킴이 최승림 대표의 안내를 받아 낚시장비를 배에 싣고 도로변 상류의 좌대로 들어갔다. 좌대에 올라가서 보니 2m 내외의 수심에 수몰된 버드나무와 갈대 군집이 어우러진 포인트가 펼쳐져 있었다.
“포인트가 참 좋네요. 산란철 자리로는 최고인 듯합니다.”
유시민 작가는 갈대 무더기를 마주보며 받침틀을 설치하고 낚싯대를 펼치고 떡밥을 갰다. 몸에 밴 듯 익숙한 그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러웠고 손때 묻은 장비에서 오랜 조력과 잦은 출조를 가늠할 수 있었다. 송귀섭 위원과 유시민 작가가 나란히 앉아서 각각 세 대씩 낚싯대를 편성했다. 미끼는 두 사람 모두 옥수수글루텐과 딸기글루텐을 사용했다. 유시민 작가는 저부력찌에 미늘이 없는 쌍바늘 바닥채비를 사용했다. 바늘에 뭉쳐 단 글루텐을 어분 가루에 굴려서 묻힌 다음 던지는 모습이 특이해 보였는데 나름대로 터득한 노하우라고 했다. 송귀섭 위원은 두바늘 바닥채비와 내림채비를 병용하였고 필자는 분할봉돌채비로 낚시를 시작했다.
입질을 기다리는 시간, 기분 좋은 정적이 흘렀다. 유시민 작가는 “언제든지 출조가 가능하게끔 준비를 해놓고 주어진 시간에 따라 짬낚시와 밤낚시를 즐긴다. 낚시터는 관리형이든 노지든 가리지 않고 여건에 따라 선택하여 즐긴다”고 말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언제나 낚시터를 그리워하며 시간만 나면 낚시터로 찾아가 휴식을 즐긴다는 그는 여느 낚시인과 다를 게 없었다. 거주지인 경기 고양시의 한 동네에서 낚시를 즐기는 택시기사를 비롯한 네댓 명과 어울려 출조를 다니며, 홀로 떠나는 독조(獨釣)도 즐기는데, 낚시에 취미가 있는 운전기사가 독조 시의 단짝 조우라고 한다. 출조권역도 방대하였다. 진도 봉암지, 해남 개초지, 장흥 지정지 등이 그의 출조지 리스트에 있어서 깜짝 놀랐다. 오히려 중부권의 저수지 이름들을 열거하는데 광주에 사는 나로서는 평택호, 예당지 외에는 생소한 곳들이 더 많았다. 그에게 왜 낚시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연 속에서 사색을 즐기다 보니 연못이나 조그마한 소류지와 가까이 대하면서 낚시를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밤 12시에 입질을 받아 38cm 대물붕어를 낚아낸 유시민 작가. 

연안 수초대를 향하여 캐스팅하고 있는 유시민씨. 손때 묻은 낚시장비와 능숙한 낚시동작에서 베테랑 낚시인의 면모가 묻어났다. 

문광지에서 낚시를 마치고 추억으로 남길 기념사진을 찍었다. 왼쪽부터 필자. 송귀섭 위원, 유시민 작가, 김병조 유료터닷컴 이사.

 

“낚시는 정의롭습니다. 노력한 만큼 낚아내니까”
확실한 입질을 받지 못한 채 해가 지고, 우리가 준비해온 음식으로 좌대 위에서 저녁상을 마련했다. 문광지 최승림 대표는 김치찌개를 가지고 왔다. 언제나 꿀맛인 낚시터의 식사를 마치고 찌불을 밝혔다. 별빛 없는 흐린 저녁, 바람 한 점 없이 찌불만이 선명하다. 완전히 어두워진 뒤에야 붕어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는지 유시민 작가가 몇 번의 헛챔질을 하자 분위기는 기대감에 고조되어간다. 순간 “이제 제대로 걸렸네요!” 옆에서 지켜보던 송귀섭 위원의 말과 동시에 유시민 작가의 낚싯대가 크게 휘어졌다. 뜰채를 이용해 준척급 떡붕어를 첫수로 낚아낸다. 주위의 축하를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유 작가는 또 한 수를 낚는다. 이번에는 아홉 치 토종붕어다. “역시 토종붕어는 찌올림이 깨끗하네요.” 유시민씨가 환하게 웃으며 붕어를 자랑스레 들어 보였다.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따뜻한 커피 한 잔으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자마자 유시민 작가의 자리에서 묵직한 물소리가 났다. 강하게 저항하는 붕어와 힘겨루기 끝에 뜰채로 담아냈는데 언뜻 봐도 대물급이었고 붕어를 낚아낸 유시민씨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과연, 계측자에 올라간 붕어 꼬리는 38cm를 가리킨다!
“유 작가님, 붕어 기록이 어떻게 됩니까”라고 송귀섭 위원이 묻자 “35센티미터였는데 오늘 기록 경신입니다”라고 말한다. 모두들 박수와 함께 축하의 인사를 건넨다.
뜻하지 않은 대형 붕어의 출현으로 모두들 긴장감은 더해가나 유 작가의 붕어에 기가 눌린 듯 열두 개의 찌불 중 유일하게 유시민 작가의 3.2칸 대 하나로만 총 네 마리의 조과를 일궈내며 비 오는 아침을 맞이한다. 모닝커피 한 잔으로 간밤의 피로를 풀고 다시 집중해보지만 다른 사람에겐 입질이 없고 역시 유 작가의 3.2칸 대는 신들린 듯 연속적으로 두 수의 준척급 떡붕어를 낚아내며 아침을 열었다. 아침시간 집중력을 발휘한 송귀섭 위원이 토종 월척붕어를 낚아내며 미소를 머금는다. 빗방울이 조금 굵어질 무렵 필자도 준척급 붕어 두 수를 낚았고, 철수 직전 유료터닷컴의 김병조 이사가 27cm 붕어 한 수를 보태며 대를 접었다.
하룻밤 낚시를 즐기고 또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유시민 작가는 짧은 만남이 아쉬운 조우들과 다음을 기약하는 악수를 나누며 말했다. “낚시는 정의롭습니다. 노력한 만큼 낚아내니까요”. 내가 만난 유시민씨는 뛰어난 낚시실력과 풍부한 출조경험을 갖춘 베테랑 낚시인이자 대물의 행운 앞에 가식 없이 기뻐할 줄 아는 수수하고 소탈한 낚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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