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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_평산의 釣行隨想(16)-낚이고 싶어 낚이는 붕어는 없다
2017년 07월 626 10958

에세이_평산의 釣行隨想(16)

 

 

낚이고 싶어 낚이는 붕어는 없다

 

 

송귀섭

 

잠시 머리를 식힐 겸 짬낚을 위해 낚시터를 돌아보다가 보름째 한 곳에서 장박 중인 나이가 지긋한 낚시인을 만났다. 건축공사를 하듯이 제방 석축과 연결해서 넓은 목재좌대를 설치해놓고, 그 위에 낚시텐트를 설치하였으며 의자 앞에는 대형 받침틀을 설치하여 12대의 낚싯대를 부챗살처럼 펼쳐놓고, 뒤에 세워둔 차 지붕에는 태양광발전판과 접시안테나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이는 필시 장기간 낚시유람을 즐기는 사람이리라 짐작되었다. 가까이 접근해서 보니 좌대 앞 물속에는 주둥이를 꽁꽁 묶은 대형 살림망이 길게 늘어져 있었는데 “큰 놈은 두 마리고 나머지는 다 잔챙이급입니다”하고는 허허 너털웃음을 웃었다. 그가 거드름을 피운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럼 구경 좀 시켜주시지요”하고 부탁을 했다.
살림망에는 족히 30여 마리는 되는 붕어가 철퍼덕거리면서 끌려나왔는데, 그중 큰 붕어를 꺼내 들고는 “이놈이랑 또 4짜 한 놈 말고는 다 잔챙이예요”했다. 그런데 가까이 접근해서 살림망 속을 들여다보니 모두가 월척급 붕어였다. ‘다 월척급인데 잔챙이라니…’ 생각하고 있는데, 급히 좌대로 뛰어가더니 또 월척급 붕어를 낚아 올렸다. 그러면서 “허허 또 잔챙이구만!”하고는 그 붕어를 들고 와서 살림망에 넣었다. 앞서 본 살림망의 붕어들도 오래되어서 지느러미가 다 상하고 비늘이 많이 빠졌던데 왜 저리 붕어를 괴롭힐까. “갈 때는 다 놓아주고 갑니다”라고 자랑질하는 그 사람에게서 낚시의 격(格)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나는 잠시 짬낚을 하려고 왔으나 마음이 편치 않아서 서둘러 그 자리를 떠나 낚시를 포기하고 그냥 집으로 돌아왔다. 씨알이 큰 붕어든 작은 붕어든 우리가 낚시를 하는데 낚이고 싶어서 낚여주는 붕어는 없다. 또한 붕어는 꼭 나이에 비례해서 키가 크는 것이 아니다. 즉 인간세상에서 아들이 아버지보다 키가 큰 것이 흔한 것처럼 붕어도 5년차가 10년차보다 훨씬 큰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따라서 월척붕어를 보고 잔챙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결례를 범하는 것이며, 8치급만 되어도 함부로 잔챙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붕어에게 그러는 것은 아직 덜 익어 격(格)이 모자란 낚시꾼임을 스스로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에게 입질을 해준 붕어는 크든 작든 나와 한 판 놀아주었으니 고마운 붕어라고 생각하면서 잘 어울려 놀아야 진정한 낚시힐링 즉 조락무극(釣樂無極)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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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개
wkdwlswkd1 그러므로 저는 뒷사람을 위한 배려를 하는 이상 그 꾼에게 참견할 여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2017.11.16  
wkdwlswkd1 거기에 경중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결국 아무 죄도 없는 고기에게 해를 가하는건 마찬가지니까요. 2017.11.16  
wkdwlswkd1 우리는 단지 손맛을 위해 고기를 낚기도 하고, 맛의 쾌감을 위해 잡아먹기도 합니다. 어느쪽에서 보아도 고기에게는 잔혹한 결과가 아닐까요?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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