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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29-살충제의 역습
2017년 10월 822 11183

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29

 

 

살충제의 역습

 

 

어류 체내의 살충제와 생물농축현상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교수

 

근래 계란에서 살충제가 검출되고, 오래 전에 사용이 금지된 DDT가 검출되기도 하여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인간이 사용한 살충제들이 식품을 통하여 우리에게 돌아와 역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동물체내의 살충제 오염은 이번 사건 이외에도 이미 오래 전부터 잘 알려져 있던 현상이며, 실상을 보면 식품뿐 아니라 어류, 조류, 포유류 등의 야생동물, 심지어는 사람 체내에까지 광범위하게 분포하고 있다.
지금까지 사용한 살충제 가운데 생태계 피해가 큰 대표적인 사례가 DDT인데, 지금도 많은 동물의 지방조직에서 두루 검출되고 있다. 특히 생식세포나 포유류의 젖에서 더 많이 검출되고 있으니 우리가 사용한 살충제가 몸에 들어와 축적되어 있다가 모유를 통하여 자식들에게 전달되고 있는 것이다.

 

 수중생물의 먹이연쇄에 따른 살충제 DDT의 함량 증가. 먹이연쇄의 상위에 있는 포식자의 체내 함량이 높다.

 

 

50년 지나도 토양 속 DDT 성분 잔류
DDT가 합성된 후 제2차 세계대전 무렵부터 말라리아를 막기 위한 살충제로서 많이 사용되었는데 인간을 말라리아로부터 해방시켜 줄 수 있는 신의 선물이라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곤충뿐 아니라 포유동물이나 조류 등의 야생동물에게도 해롭다는 것이 밝혀져 미국에서는 1972년부터 사용이 금지되었고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사용과 생산이 중단되었다. 그럼에도 DDT는 아직도 전 세계의 모든 곳에서 검출되고 있다. 물속은 물론이고 토양 속, 바다 어류 체내에서도 검출되고, 어류의 DDT 오염은 포식자인 바닷새들의 생식률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사람이 살지 않는 청정지역인 남극에 살고 있는 펭귄도 DDT 오염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고 하니 놀라울 따름이다.
그러면 수십 년 전에 사용금지된 DDT가 왜 지금 사람의 몸에서 검출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자연계에서 분해 속도가 너무 느려서 오랫동안 토양과 물속에 남아 있다가 생물체내에 축적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오염물질이 자연분해되어 절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하는데 DDT의 반감기는 토양에서 20~30년이다. 즉 50년이 지나더라도 토양 속의 함량이 아직 1/4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또한 DDT가 분해되더라도 완전히 없어진 것이 아니라 분해되는 과정에서 DDE라는 유해물질로 변형되기도 하는데 지금은 동물의 체내 함량이 DDT보다 더 높게 검출된다.
사용한 DDT는 토양에 흡착되어 있거나 바람에 실려 날아가고, 물에 씻겨 들어가 바다로 흘러들어가며, 바닷물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간다. 결국 식물체에 흡수되었다가 육류에 함유되고, 물고기에도 함유되어 이를 먹는 사람 체내에서도 검출되는 것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남극에서도 눈과 얼음에 함유되어 있다가 빙하가 녹으면 바다로 흘러 들어가 바다생물에 흡수되고 펭귄에게까지 전달된다.

 

▲DDT에 오염된 새의 알 껍질은 얇아져 쉽게 깨진다.

 

 

 

살충제 축적도는 먹이사슬의 위로 갈수록 높아
그런데 수중생물의 살충제 함량을 보면 생물의 종류에 따라 크게 다르다. 먹이연쇄의 하위에 있는 플랑크톤에서는 함량이 낮지만 대형 육식어류나 바닷새들에서는 높은 함량을 보인다. 즉, 생물이 잡아먹히는 먹이연쇄를 통과할 때마다 수십 배 이상의 비율로 함량이 증가하여 먹이연쇄의 상위에 있는 동물의 살충제 함량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이다. 이를 생물농축현상(biomagnification)이라고 부르는데 살충제를 비롯하여 많은 종류의 유해오염물질들이 생물농축현상을 보인다.
세계 여러 해역에서 조사한 자료들을 보면 DDT는 전형적인 생물농축현상을 보이는 물질이다. 물속의 DDT 함량은 0.000002ppm 이하로서 매우 낮아서 검출이 어려운 수준이지만 식물플랑크톤의 체내에는 수십 수백 배 이상으로 함량이 높아지고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는 동물플랑크톤의 체내에는 또 10배 이상으로 함량이 높아지며, 동물플랑크톤을 잡아먹는 소형어류, 육식어류, 바닷새나 돌고래의 순으로 먹이연쇄가 진행되면 계속 함량이 높아져 최종 상위 생물인 물새에 이르면 체내 함량이 수중의 수백만 배 이상인 5ppm 이상이 되어 새의 생리작용에 영향을 주고 알 껍질이 얇아져 부화율이 낮아지는 피해가 나타난다. 악어의 체내에서는 30ppm 이상까지도 검출된다. 그러므로 사람도 해산물을 먹을 때에 먹이연쇄의 상위에 있는 동물을 먹을수록 살충제나 수은 등의 오염물질을 더 많이 섭취하게 된다.
생물농축현상을 보이는 물질의 특징은 분해속도가 느리고, 지용성이라는 것이다. 체내의 오염물질이 물에 잘 녹는 수용성이면 소변과 혈액으로 쉽게 세척 배설되는데 기름에 잘 녹는 지용성이면 체내 지방조직과 결합하고 배설되지 않는다. 이 생물을 잡아먹은 포식자의 몸에서도 지방조직으로 들어가 더욱 축적되는 것이다. DDT를 비롯한 많은 살충제, 농약, 다이옥신 등의 유해물질, 중금속 등이 이렇게 배설되지 않는 생물농축특성을 가진다.
근래에는 분해속도가 빠른 살충제를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번 계란의 살충제 오염 사태를 보니 아직도 살충제에 관한 통제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인간이 합성한 물질의 종류가 수만 가지에 이르므로 각 물질의 유해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DDT를 처음 사용한 시기에는 고등동물에 대한 유해성을 잘 모르고 있었다. 베트남에서 사용한 고엽제도 사람에 해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그 제조과정에 불순물로 함유된 다이옥신이 매우 유독한 물질이라는 것이 나중에서야 밝혀진 것이다. 근래에는 다른 살충제를 제조하는 과정에서 불순물로 DDT가 포함된 살충제가 시판되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지금은 안전하다고 사용하는 많은 화학물질들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유해하다고 밝혀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사람에 대한 유해성도 모르는 부분이 많겠지만 야생동물에 미치는 생태학적 유해성은 더욱 더 모르는 점이 많다.
인간이 곤충을 죽여서 식량을 얻거나 질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뿌리는 살충제가 은밀하게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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