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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바둑은 스포츠가 되고 낚시는 안 되는 요지경 체육행정
2018년 01월 1329 11401

이슈

 

 

바둑은 스포츠가 되고 낚시는 안 되는 요지경 체육행정

 

 

대한낚시협회, 문체부 사단법인 등록 끝내 좌절

 

비대위 결성, 국회·체육회 등 다방면 해결 노력 중

 

김승수 한국낚시채널 FTV 기획채널팀 차장, YTN 낚시 객원기자

 

최근 대한낚시협회가 문화체육관광부를 대상으로 ‘대한낚시협회 법인설립 허가신청 반려처분이 부당하다’며 청구한 행정심판이 기각됐다.
이번 행정심판은 지난해 6월 14일 문체부가 대한낚시협회의 법인설립 허가신청을 반려하고 7월 25일 대한체육회가 대한낚시협회를 최하위 등급인 등록단체로 지정하자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해서 청구한 것이다. 행정심판은 행정청의 위법 또는 부당한 처분 그밖에 공권력의 행사·불행사 등으로 인한 국민의 권리 또는 이익의 침해를 구제하는 심판절차다.
사건의 발단은 박근혜 정부 하의 2015년 말,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체육단체 통합준비위원회가 “낚시는 체육인지 여부가 불투명하고, 경기력 발전성 및 정회원 단체로 인정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으로 기존 국민생활체육회 정회원이던 낚시단체를 준회원으로 강등시키면서부터다.
통합 당시 모든 종목은 현 지위를 2년간 인정하기로 하였음에도 각 종목을 정회원단체, 준회원단체, 인정단체로 구분하여 합기도, 국무도, 낚시, 줄다리기 등의 종목은 준회원 또는 등록단체로 강등되었다. 특히 종목 조정에서 바둑은 정회원이 되고 낚시는 되지 못한 데 대해 많은 낚시인들이 분개하였는데, ‘앉아서 생각만 하는 바둑은 스포츠가 되고 낚시는 안 되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하자 정부는 “낚시는 국제적 경기 룰이 없지만 바둑은 있다”면서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딸 수 있으면 스포츠이고 그렇지 않으면 스포츠가 아니라는 그들만의 잣대를 내비쳤다.
이에 낚시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준비위는 마지못해 낚시를 다시 정회원으로 복원시켜 주며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지난해 6월 통합을 마친 대한체육회가 회원종목단체 등급 심의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번에는 아예 낚시를 최하위 등급인 등록단체로 만들어버렸다. 이어 문체부는 ‘낚시 관련 업무는 체육과는 거리가 멀며, 낚시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업무가 아니다’라며 대한낚시협회의 사단법인 설립 허가신청서를 반려함으로써 낚시는 등록단체도 못되는 사실상 결격단체로 전락했다. 이에 낚시단체는 ‘낚시는 이미 세계적으로 스포츠로 인정받는 종목이며 정회원 자격 요건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소명자료를 제출하고 재심을 청구했다.

 

▲2020년 도쿄올림픽 5개 종목 추가승인 후 기념촬영을 한 IOC 위원들. 국제스포츠낚시연맹은 도쿄올림픽에 낚시를 정식종목으로

  채택해줄 것을 IOC에 정식 요청한 바 있다.

▲비공식 경기 종목으로 낚시가 채택되었던 1900년 파리올림픽.

 

  다른 나라에서는 낚시를 올림픽 종목으로 신청 

 

우리나라와 달리 전 세계적으로 낚시는 스포츠경기이자 체육활동으로 분류되고 있다. 작년 7월 스포츠어코드(Sports Accord, 구 국제스포츠연맹기구) 산하의 국제스포츠낚시연맹(CIPS, The Confederation Internationale de la Peche Sportive)이 낚시를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해 줄 것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정식 요청한 바 있다. 연맹측은 신청서를 통해 “낚시가 올림픽 종목이 되는 것은 비단 낚시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적인 스포츠를 진작시키는 데 현격한 기여를 하게 되고, 이는 또 올림픽 정신의 발전과 보편성을 확대시키는 것이다”고 주장하였다.
사실 모든 낚시를 스포츠로 규정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적어도 경기단체나 협회 등의 주관 하에 정해진 룰에 의해 공정하게 치러지는 토너먼트 대회는 스포츠로 봐야 한다. 이미 낚시는 1939년 IGFA(International Game Fish Association)라는 세계적인 게임피싱 단체가 설립되었고, 스포츠피싱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는 해마다 U.S Open, BASS마스터클래식, FLW챔피언십 등 3대 배스토너먼트가 열리며 EPSN 등 각종 매체에서 대회를 생중계할 정도로 인기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비록 낚시가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하다 보니 운(의외성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이라는 요소를 전혀 배제할 수는 없지만 이는 낚시에만 국한되는 사항이 아니라 모든 스포츠에서 선수의 평소 실력이나 당일 컨디션 외로 일정 부분 이상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다. 일례로 작년 KSA(한국스포츠피싱협회)에서 치러진 7차례의 정규 토너먼트대회에서 한 선수가 세 차례나 우승을 차지한 것을 운으로만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낚시는 무조건 스포츠가 아니고 그래서 올림픽 정식종목이 될 수 없다는 논리는 비현실적이고 편파적이라 볼 수밖에 없다.

 

  국민레저 1위로 올라선 낚시, 스포츠로 발전시켜야 

 

사실 낚시는 이미 1900년 파리올림픽에서 비록 비공식 종목이었지만 프랑스 등 6개국 600명이 4개의 세부 종목으로 나누어 경기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지 않고 그 당시 연날리기, 대포 쏘기, 당나귀 타기 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어 이색 올림픽 정도로 치부되고 있지만 스포츠라는 것도 동 시대상을 반영하고 또 그래야 한다고 보면 언젠가는 낚시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날 낚시가 등산을 제치고 국민레저 1위로 올라선 시점에서 선진국 수준의 스포츠경기낚시가 발전하려면 정부의 행정지원이 필요한데도 오히려 정부는 무시하고 억압하는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7일 문체부는 ‘낚시는 일반적 신체활동으로 체육활동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통합체육회 가입탈퇴규정상의 가입조건 미충족’을 이유로 재심청구를 반려했다. 이에 더 이상 문체부를 상대로는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대한낚시협회는 지난해 8월 문체부를 상대로 법인 신청 반려의 부당함을 알리는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이다. 1년여가 걸려 지난 8월 22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문체부의 처분이 적법하고 합목적성을 지닌다며 대한낚시협회의 주장을 인정할 수 없으므로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는 문체부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으로, 낚시가 스포츠냐 아니냐의 원론적인 쟁점보다는 낚시가 문체부 소관업무가 아니라는 것에 더 방점이 찍힌 판시다.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문체부 등록 사단법인인 한국스포츠피싱 제로에프지연합이 엄연히 존재하고 이는 그 당시 문체부가 스포츠피싱만큼은 분명히 스포츠로 인식하고 있었음을 말해주고 있음에도 지금에 와서 낚시가 스포츠가 아니고 문체부 소관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인 것이다. 대한낚시협회의 공식 영문 명칭도 Korea Sportsfishing Association다.
한편 최근까지 대한낚시협회를 이끌던 김문규 회장은 이번 결정에 환멸과 책임감을 느껴 사표를 낸 상태다. 이번 행정심판의 결과에 불복할 경우 다시 행정심판은 청구할 수 없고 재결서 발부일로부터 90일 이내 피청구인의 소재지 관할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진행해야 한다. 김문규 전 대한낚시협회 회장은 “체육단체 통합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하나가 바로 우리 낚시라며, 통합의 사실상 주체인 국회의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면서 “회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계속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한낚시협회는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박병권, 대전낚시협회장)를 결성해 노웅래(소속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회의원 주재로 문체부 체육정책과장 등이 참석한 좌담회를 가졌다. 이어 대한체육회 관계자들도 만나 협조를 요청하는 등 이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하는 동시에 조심스럽게 행정소송까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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