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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선창1호 사고의 원인은 ‘무법 항로’다
2018년 01월 1301 11402

칼럼

 

 

선창1호 사고의 원인은 ‘무법 항로’다

 

 

대형선 난폭운전 일삼는 ‘위험한 바닷길’ 정비해야

 

낚싯배 승선정원 감축한다고 사고위험 줄지 않아

 

허만갑 편집장

 

재작년 가을 돌고래호 전복사고로 15명의 낚시인이 목숨을 잃은 아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선창1호 전복사고로 또 15명의 안타까운 목숨이 유명을 달리했다. 두 사건은 다 같은 낚싯배 침몰사고지만 원인은 다르다. 돌고래호 사고는 악천후에 운행을 강행한 판단착오로 인한 것이었지만, 이번의 선창1호 사고는 난폭운전을 일삼는 대형선박의 질주에 의한 것이다. 즉 원인이 전자는 낚싯배에 있지만, 후자는 낚싯배 외부에 있다.
그러나 사고 방지의 해법을 찾는 초점은 여전히 한 곳에만 맞춰지고 있다. 언론과 정부는 이번에도 한결같이 ‘낚싯배 관리에 허점이 없었는가’만 파헤쳤다. 이래서는 제2의 선창1호 사고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영흥도의 낚시어선 선장들은 항변하고 있다. 
영흥도 낚시어선 선장 이승현씨는 “이번 사고는 급유선인 명진15호가 서행 중인 낚싯배를 발견하고서도 네가 피해가라는 식의 위협운전을 일삼다가 벌어진 참극”이라면서 “이런 사고가 언젠가는 발생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명진15호 외에도 인천 앞바다를 떠다니는 대형 선박들은 소형 낚시어선들을 파리 쫓듯 한다. 항해규정상 해상에서 두 척의 배가 나란히 운행할 때 추월하려는 배는 좌나 우로 선회하여 돌아가고 앞의 배는 그대로 직진해야 하는 법인데도 큰 배들은 네가 비키라는 식으로 그대로 밀고 들어온다”고 이 선장은 말했다.

 

급유선 선장 “낚싯배가 알아서 비킬 줄 알았다”
언론에 수없이 발표된 내용이지만 사고경위를 다시 정리해보자. 12월 3일 오전 6시 2분, 선장과 보조승무원 외 승객 20명을 태우고 영흥도 진두항을 벗어나 남쪽으로 가던 선창1호(9.77t)는 영흥대교 남쪽에서 10노트의 느린 속도로 운항 중이었다.  명진15호(336t)는 인천항에서 기름을 싣고 평택항으로 가기 위해 지름길인 영흥대교 아래 좁은 해협을 통과하려던 참이었다. 선창1호가 앞서가고 명진15호가 뒤에서 추월하고자 했다. 
경찰에 따르면, 명진15호 선장은 “낚싯배를 봤다. 그쪽에서 비킬 줄 알았다”고 증언했다. 또 해경은 선박 항적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사고 발생 시점을 6시 2분대로 특정하고, 6시 2분 35초까지 급유선의 속도가 12.3∼12.5노트(시속 22.7∼23.1㎞)로 변화가 거의 없다가 6시 2분 45초에 11.1노트 이하로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즉 명진15호는 추돌 직전까지 감속을 하지 않고 빨리 비키라는 식의 위협운전을 한 것이다. 그러나 선창1호 선장은 뒤에서 배가 오는 것을 보지 못했고 그래서 명진15호는 선창1호를 옆에서 스치듯이 박은 게 아니라 왼쪽 후미를 정통으로 때리고 말았다.
그 충격으로 선실 밖에 나와 있던 낚시인 3명은 바다로 튕겨져 나갔고, 배가 순식간에 전복되면서 선실 안에 있던 17명은 뒤집힌 배 안에 갇히고 말았다. 그중 몇 명은 충돌 시 충격으로 이미 의식을 잃었고(시신 중 폐에 물이 차지 않은 시신이 있었다고 했다. 익사 전에 의식을 잃으면 물을 마시지 않아 폐에 물이 차지 않는다.) 대부분은 선실에서 빠져나오려고 허우적대다 익사하였다. 배가 뒤집힌 상황에서 구명조끼는 오히려 잠수를 불가능케 하여 탈출에 방해가 되었고, 그중 팽창식 조끼(평소엔 부력이 없고 위급 시 끈을 당기면 공기가 주입되는 조끼)를 입은 송모씨만 잠수가 가능하여 깨진 유리창을 뚫고 나와 구조되었다. 한편 배의 맨 밑 조타실 아래 간이선실은 에어포켓이 만들어져 그곳에 있던 3명은 2시간 43분을 버틴 끝에 구조되었다. 실종되었다가 시신으로 발견된 선장 오모씨와 낚시인 이모씨는 충돌 당시 바다로 튕겨져 나갔을 것으로 추측된다.

낚싯배 과실 찾기 위해 혈안 된 언론들
사고 직후 언론은 이번에도 돌고래호와 같은 낚싯배의 문제점들을 예단했다. 그래서 취재방향은 ‘이번 사고 역시 예고된 인재’라는 증거를 찾는 쪽으로 모아졌다. 그러나 낚싯배에는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선창1호는 최근의 선박안전검사에서 문제없다는 진단을 받았고, 정원을 엄수했다.(일부 언론은 ‘정원을 꽉 채워 나갔다’고 부정적 뉘앙스로까지 표현하였다.) 승객들은 모두 구명조끼를 착용했으며 출항 전 해경에서 승선명부를 일일이 대조하고 안전사항을 고지하였다. 선내음주를 하지도 않았고 과속하지도 않았다. 운항하기에 위험한 파도나 안개도 없었다. 결국 경찰은 최종수사결과 발표에서 급유선 선장과 갑판원의 과실치사로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어떻게든 낚싯배에도 책임을 묻고자 하는 바람(?)은 뜬금없는 ‘낚싯배 정원 축소안’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9.77t 낚시어선의 최대 승선인원은 22명으로, 여객선의 14명보다 1.5배가 많은데 안전을 위해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하자 해수부는 이때다 싶어 작년에 추진하려다 낚시어선들의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낚싯배 정원 감축을 골자로 한 어선법 개정을 다시 발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낚싯배 정원 감축 문제는 안전성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마치 “버스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모든 버스를 우등고속으로 바꾸라”는 것과 같다. 시내버스나 고속버스의 좌석을 줄이면 버스 사고가 줄어들까? 1회 사고 시 사망자 수는 줄일 수 있겠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배에 승선인원이 적으면 한결 쾌적한 낚시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편의성의 문제지 안전성의 문제가 아니다. 정원을 줄이면 해상사고위험이 줄어들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고속버스 정원 줄이면 사고 안 나나?
해상사고 방지의 진짜 해답은 항로의 정비에 있다. 육지에 도로가 있듯이 바다에도 항로가 있어서 대형 화물선이나 여객선은 수심이 깊고 안전한 항로만 따라 운항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이번에 사고를 낸 명진15호와 같은 중형급 선박들은 항로의 구속을 받지 않으므로 연료비를 아끼려고 지름길로 다닌다. 참사 현장인 영흥대교 아래 해협은 암초가 없는 구간의 폭이 300m에 불과하고 수심도 만조 10~18m, 간조 5~10m로 얕다. 명진15호는 이 얕은 수로를 간조 전에 통과하려고 어두운 밤에 출항하였고 과속을 하다 추돌사고를 냈다. 고속도로에서 화물차는 1차선을 달릴 수 없게 규제하는 것처럼 명진15호와 같은 큰 배들은 좁고 얕은 해협을 항해할 수 없도록 규제하면 사고위험을 줄일 수 있다. 낚싯배 정원 문제를 들쑤시기 전에 무질서한 항로와 대형선박의 운항 시스템부터 정비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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