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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42-호수에서 발생하는 적조 담수적조
2018년 11월 161 12015

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42

 

호수에서 발생하는 적조

 

 

담수적조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교수

 

1982년 소양호에서는 물이 마치 커피를 풀어 놓은 듯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일부 사람들은 물이 썩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철분이 많아서 녹물이 생겼다거나 낙엽 썩은 물이 흘러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소양호의 수질과 플랑크톤을 조사하고 있던 필자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현미경으로 검사하여 보니 와편모조류에 속하는 페리디니움이라고 하는 갈색의 플랑크톤이 크게 증식하여 물색이 변한 것이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수질이 좋고 맑은 호수로 알려진 소양호가 혼탁한 갈색으로 변하였으니 쇼킹한 사건이었다.
이를 계기로 외국의 문헌과 사례들을 조사해 보니 일본의 호수에서도 이러한 현상들이 관찰되어 담수적조(淡水赤潮)라고 명명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바다에서 적조가 발생하는 것과 같이 담수에서 와편모조류가 증식한 적조현상이라는 뜻이다. 일본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유일한 호수인 갈릴리해에서도 많이 증식하여 이스라엘의 호수학자들이 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하여 담수적조가 세계적으로 잘 알려지게 되었다.
적조(赤潮)는 바다에서 유독성 플랑크톤 적조현상이 발생하여 물의 색이 붉은 색이나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인데, 매년 여름이면 남해안에서 발생하여 양식장에 피해를 주고 있다. 바다에서 적조가 발생하면 흔히 독성을 나타내어 양식장의 어류가 대량폐사하는 피해가 나타나고, 홍합 등의 조개 체내에 남아 있다가 사람이 중독되는 사고도 발생한다. 적조라는 용어는 붉은 바닷물이 밀려온다는 뜻인데 영어의 ‘Red tide’라고 명명한 것을 한자로 번역한 것이다.
식물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기 위해 색소를 가지는데 육상식물이 엽록소를 가지고 녹색을 띠는 것과 같다. 식물이 빨간색, 노란색 단풍이 들고 화려한 색깔의 꽃을 피우듯이 식물플랑크톤도 다양한 색소를 가지고 있어 녹색, 갈색, 빨간색, 청색 등의 색을 가진다. 플랑크톤의 색은 대부분 녹색이나 갈색이지만 ‘와편모조류’라고 부르는 종류는 빨간색을 띠기도 하여 이를 적조라고 명명한 것이다.
그러나 와편모조류의 색이 모두 빨간색이 아니고 노란색을 띠기도 하고 갈색을 띠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연안에서 흔히 나타나는 ‘코클로디니움’이라는 적조생물은 노란색에 가까운 황갈색을 띤다. 색깔이 붉은 색이 아니더라도 와편모조류가 증식하여 색이 변하는 것을 모두 적조라고 부르고 있다.

 

와편모조류가 증식하여 물색이 붉게 변하는 현상 
와편모조류는 담수에서도 살고 있으며 호수의 물색을 변화시키기도 한다. 바다에 비하면 종류가 적지만 호수의 식물플랑크톤 종류 가운데에서는 제법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종류이며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규조류, 남조류 등과 함께 섞여서 흔히 출현한다. 우리나라의 호수에서 사는 와편모조류는 대부분 페리디니움이라는 갈색의 플랑크톤인데 간혹 대량 증식하여 갈색 담수적조의 원인이 된다. 소양호에서는 아직도 가끔 가을에 많이 증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주암호에서도 단골로 출현하는 종이고, 양양의 영덕호에서도 매년 가을이면 물을 갈색으로 변색시키곤 한다.
와편모조류는 특이한 점이 많은 생물이다. 몸이 몇 개의 셀룰로오스판으로 덮여 있어 판의 모양으로 종을 구분한다. 기다란 리본 모양의 편모가 두 개 있어서 이를 이용하여 헤엄칠 수 있는데 유영속도가 제법 빨라서 한 시간이면 수 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 빛을 감지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어서 낮이면 수면으로 헤엄쳐 올라가 빛을 받으며 광합성을 하다가 밤이 되면 깊은 곳으로 흩어진다. 그러므로 낮에는 담수적조가 뚜렷이 관찰되다가 오후 늦은 시간에는 모두 사라지고 물이 맑아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낮에 수면에 밀집할 때는 계곡 유입부로 모이는 경향을 보이는데 표층의 물이 상류 방향으로 역류하기 때문에 이를 따라 이동하여 계곡부에 밀집하는 것이다. 이때는 유입하는 맑은 하천수와 갈색의 호수물이 뚜렷이 구별된다.
생리학적으로도 특이한 점이 있는데 와편모조류는 식물의 특성과 동물의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식물플랑크톤이면서 운동성이 크고 박테리아도 잡아먹을 수 있는 동물플랑크톤이기도 하므로, 과거의 플랑크톤도감을 보면 식물플랑크톤에도 포함되고 동물플랑크톤에도 포함되기도 하였다.

 

담수의 적조는 독성이 없다
담수적조는 물의 색이 어두운 갈색으로 변하여 두려움을 주기는 하지만 아무런 해가 없다. 바다에서 일어나는 적조는 으레 독성을 띠지만 이상하게도 호수의 적조는 독성이 없다. 오히려 호수에서는 녹색을 띠는 녹조현상이 유독성 플랑크톤이다. 담수의 와편모조류는 독성이 없는데다가 세포 크기도 제법 크기 때문에 물고기의 좋은 먹이가 된다. 연구실에서 시험 삼아 붕어를 넣어 보았더니 하루 만에 수조 내의 와편모조류를 모두 걸러 먹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호수 물이 갈색으로 변하는 현상은 규조류에 속하는 플랑크톤이 증식하는 경우에도 나타나고 낙엽이 분해되어 발생하는 부식질이 녹아 있는 경우에도 나타난다. 와편모조류는 세포가 규조류보다 크기 때문에 호수물을 병에 담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알갱이들이 떠 있는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어 규조류나 부식질과는 구별된다.
갈색의 호수 물을 만나면 병에 담아 관찰해 보고, 담수적조인지 확인할 수 있다면 갈색의 원인을 밝히는 호수생태학자가 되는 것이다.  

 

▲1992년 소양호에서 촬영한 갈색의 담수적조 현상. 와편모조류가 밀집하여 갈색을 띠는 호수의 물과 맑은 하천수가 계곡부에서 만나

  뚜렷이 색깔이 대조된다.

▲ 셀룰로오스판으로 둘러싸인 적조생물(페리디니움 와편모조류)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소양호)

▲ 담수적조의 원인 생물인 와편모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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