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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49-왜 하천이 자꾸 마를까? 지하수 과잉사용은 건천화의 원인
2019년 06월 752 12433

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49

 

 

왜 하천이 자꾸 마를까?

 

 

지하수 과잉사용은 건천화의 원인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교수

 

근래 지하수 과잉사용으로 인하여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피해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지하수위는 빗물이 스며들어 재충진하는 양과 사용량의 차이에 따라 결정되는데, 사용량이 재충진량보다 작으면 수위가 유지되지만 재충진량보다 더 많으면 지하수가 감소하고 수위가 내려간다. 지하수의 재충진 속도는 매우 느리기 때문에 사용량이 조금만 증가해도 국지적으로 지하수위가 낮아지는 결과가 나타난다. 지하수 전문가의 견해로는 아직 우리나라는 이용 가능한 지하수량의 35% 정도만 이용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지적으로는 과다사용하는 곳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지하수를 과잉사용하여 수위가 낮아지면 우물이 마르고 양수비용이 증가하여 이웃 간에 다툼도 생기며, 지반 침하로 인한 건물의 균열, 싱크홀의 발생 등의 피해도 나타난다. 바닷가에서는 담수가 나오던 우물에 바닷물이 침투하는 피해도 나타난다. 한편 지하수위 저하는 하천의 건천화를 유발하고 건기에 동물이 살지 못하는 서식지를 만들어 생태학적으로도 피해를 줄 수 있다.

 

가뭄에 물이 마른 하천(청리천). 건천화는 수생곤충이 절멸하는 피해를 줄 수 있다.

비닐하우스 재배는 관수로 인하여 지하수의 사용량이 증가한다.

 

 

우기에만 물이 흐르는 건천(乾川) 증가
하천의 수위는 기본적으로 지하수의 수위와 같다. 지하수위가 더 높은 곳에서는 지하수의 용출로 하천유량이 증가하고, 지하수위가 낮은 곳에서는 침투로 인하여 하천유량이 감소한다. 지하수 이용이 하천의 유량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보면 서울 근교의 하천이 서울 가까이 도달하면 유량이 급격하게 감소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지하수를 다량 사용하는 시설들이 있어 지하수위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건기에 건천화되는 하천은 건조한 사막기후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아랍 지역에서는 비가 올 때만 물이 흐르는 하천을 와디(wadi)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의 많은 소하천도 원래 건천화가 발생하는 기후여건을 가지고 있으므로 건천화 지역에서 사는 동물은 어느 정도 이에 적응하고 있다. 우리나라 소하천의 어류는 비가 내리면 상류로 올라가고 유량이 감소하면 기민하게 하류로 회피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저수지에서도 물이 빠지면 조황이 나쁘다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어류의 민감성 때문일 것이다. 늘 수위가 일정한 자연호에서 살던 외국의 어류들을 우리나라 소하천에 옮겨 놓는다면 아마 건천화 시기에 대피하지 못하고 말라 죽을 것이다.
어류는 회피 능력이 있겠지만 수생곤충 등의 무척추동물들은 회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옆새우와 같은 일부 수생곤충은 갈수기가 되면 물흐름에 몸을 맡기고 하류로 떠내려가는 습성으로 적응을 하기도 한다. 어떤 강도래는 몸을 둥글게 말고 흙 속에서 건조기를 견디는 내성을 가지기도 한다. 가장 우수한 적응은 아마도 날개를 가지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는 방법일 것이다. 수생곤충 가운데에는 물장군처럼 날개를 가지고 물속에 사는 것들이 있는데 이 종들은 쉽게 이주할 수 있으므로 일시적으로 물이 고였다가 말라버리는 곳에서도 잘 살 수 있다. 실제로 이런 곤충은 오히려 일시적인 고인 물을 더 선호한다. 그 이유는 그런 곳에는 포식자인 물고기가 없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늘면서 건천화 촉진
이런 저런 적응에 의해 우리나라 하천에서는 건천화 시기가 있더라도 동물이 완전히 멸종하지는 않고 버티고 있기는 하지만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은 확실하다. 하천생태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건천화가 일어나면 많은 수생곤충이 절멸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 후 다시 회복되려면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수생곤충유생이 죽으면 성체가 되어 육상에서 생활하는 곤충도 감소할 수 있다. 따라서 심한 건천화는 생태계에 보이지 않는 큰 재앙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하수를 고갈시키는 가장 큰 용도는 농업이다. 전국의 지하수공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그 수가 무려 170만개에 이르며 지하수 사용량의 절반 이상이 농업용수이다. 농업용 지하수 사용이 증가하는 큰 요인은 지하수를 개발하는 기술이 발전하고 농업의 형태가 빗물에 의존하는 노지재배 형태에서 인공관수가 필요한 비닐하우스 재배로 바뀌어 가기 때문이다. 노지재배에서는 빗물에 의존하여 재배가 가능하지만 비닐하우스에서는 빗물이 공급되지 않으므로 인공적으로 관수를 해주어야 한다. 이때 지하수를 주로 사용하므로 비닐하우스의 증가로 인하여 지하수의 사용량이 증가하는 것이다.
게다가 비닐하우스 위에 떨어지는 빗물은 지하로 침투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도시의 포장도로와 마찬가지로 불투수면이 증가하는 것이다. 그런데 근래 수막재배가 확산되면서 지하수 사용이 더욱 급증하고 있다. 비닐하우스를 이중으로 설치하고 그 사이에 지하수를 뿌려 줌으로써 겨울에 온도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고 난방비를 절약하는 방법인데 이로 인해 지하수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용수에 사용요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무료이기 때문에 물 절약이 이루어질 요인이 없다는 비판도 있고, 지하수는 음용수로 사용할 수 있도록 농업용으로의 사용은 제한하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예를 보면 지하수를 가뭄에 대비하는 비상용 수자원으로 관리하며 평시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통제하기도 한다. 지하수의 재충진을 높이기 위해 불투수면을 줄이고 둠벙이나 소규모 댐을 만드는 노력도 더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지하수는 소중한 자원이니 아껴 쓰고 하천생태계도 보호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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