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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54 물과 물고기에서 흙냄새가 나는 이유는?
2019년 11월 262 12786

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54

 

녹조현상과 물냄새의 관계
물과 물고기에서
흙냄새가 나는 이유는?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물의 맛에 대해 민감하게 느끼고 좋은 물을 마시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것은 물의 질이 건강에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다도를 즐기는 사람들은 물의 맛에 따라 종류를 나누기도 하고, 심지어는 생수의 맛을 감별하는 소믈리에까지 등장하였다니 우리가 물에 대해 얼마나 민감한지 알 만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가시지 않아 가정마다 정수기가 많이 비치되어 있거나 생수를 사먹는 사례가 많다. 금년에는 인천지역의 수돗물에서 붉은 물이 나오는 사태가 발생하고 장기간 해결되지 않아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더 심해졌을 것이다.
음용수의 질을 평가하는 데에는 맛과 냄새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좋은 음식과 썩은 음식을 맛과 냄새로 감별한다. 그러므로 물에 대해서도 물맛으로 좋은 물인지 나쁜 물인지를 평가하고 있으며 불쾌한 맛이 느껴지면 나쁜 물로 느낀다. 사람이 맛을 느끼는 기관은 혀이고 냄새를 느끼는 기관은 코인데 사실 사람은 이것을 쉽게 헷갈린다. 실제로는 맛이 아니고 냄새인데 맛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맛과 냄새는 구별하기가 어렵다. 수돗물을 관리하는 수질연구 분야에서도 물의 맛과 냄새를 함께 붙여서 ‘맛냄새’라고 부르고 있다.

 

녹조현상이 수돗물에 냄새 생성
음용수에서 불쾌한 맛냄새가 발생하는 원인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이 염소소독제이다. 염소가 미량 함유된 물을 마시는 것은 해롭지 않고 냄새가 없으나, 염소가 물속의 유기오염물질이나 음식과 차의 유기물과 잘 결합하면 불쾌한 약냄새를 가진 유해물질들이 생성된다. 특히 수돗물을 뜨겁게 데워서 마시거나 차를 끓여서 마시려고 하면 염소와 결합된 물질이 휘발하여 더욱 소독약 냄새가 강한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에 수도관의 부식으로 인한 철분, 지하수의 광물질이나 오염물질, 물탱크의 미생물 번식으로 발생한 냄새 등의 원인들이 있다.
그런데 근래에 녹조현상으로 인한 수돗물의 냄새가 많은 시민들의 불만의 원인이 되고 있어 정수장에서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상시 감시를 하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춘천시에는 북한강과 소양강에 두 개의 정수장이 설치되어 있다. 그런데 2005년 여름 춘천시의 수돗물에서 냄새가 심하게 발생하여 북한강 정수장이 20일 동안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수질이 좋은 상수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던 춘천시민들로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원인은 북한강의 춘천시 상류지역에 위치한 춘천호에서 발생한 녹조현상이었다. 남조류라고 부르는 플랑크톤과 방선균이 증가하여 냄새를 생성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이후 2012년에는 팔당호에서 녹조현상이 심하게 발생하고 수돗물에서 냄새가 발생하여 많은 서울시민들이 불편을 겪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후 정수장에서 활성탄 처리를 강화하고 환경부가 냄새 물질의 농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었다.

 

 

 

아나베나 남조류가 증식해 발생한 녹조현상.

팔당호에 출현한 남조류(위, 아나베나)와 의암호에서 출현한 남조류(슈드아나베나). 둘 다 냄새물질을 생성한다.

냄새를 내는 남조류(아나베나)가 증식하여 녹조현상이 발생한 의암호(2009년).

 

 

원인물질은 지오스민
녹조현상이 심할 때 발생하는 냄새의 원인물질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흔한 것이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물질이다. 그리이스어로 흙냄새라는 뜻의 어원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이 냄새는 흙냄새로 느껴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물질이 토양속의 세균에 의해 많이 생성되어 흙에서 이 냄새가 많이 나기 때문에 사람이 흙냄새로 느끼는 것이다. 건조한 날씨 끝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갑자기 이 흙냄새가 공기 중에 퍼져 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이유인지 토양에서 지오스민이 많이 방출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지오스민이 물속에 사는 남조류 플랑크톤과 방선균에 의해서도 생성되기 때문에 물에서 흙냄새가 나는 것이다. 주로 ‘아나베나’라는 종류와 ‘슈드아나베나’라는 종류의 남조류가 원인생물인데 현미경으로 보면 세포가 이어진 염주 모양을 띠고 있다. 두 번째로 흔한 냄새물질은 MIB라는 물질인데 곰팡이 냄새로 표현된다. 이것도 역시 남조류 플랑크톤에 의해 생성된다.
지오스민과 MIB는 무해한 물질이다. 그런데 사람의 코가 이 물질들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물속의 농도가 1억분의 1만 되어도 감지할 수 있다. 사람의 코는 모든 물질에 대해 동일하게 반응하지 않는다. 일산화탄소와 같은 유독물질은 감지하지 못하는 반면에 독성이 없는 지오스민에는 민감하게 불쾌감을 느끼고 있으니 아직 인간의 진화가 미진한가 보다.

 

부영양호에서 잡힌 물고기가 냄새 더 많이 나
지오스민 냄새를 우리말에서는 해감내라고 부르는데 민물고기에서 나는 흙냄새로서 민물고기 요리를 싫어하는 중요한 원인의 하나이다. 호수 바닥의 뻘을 먹는 물고기가 바닥에 쌓인 남조류와 방선균이 많은 먹이를 먹고 체내에 지오스민 냄새가 축적되는 것이다. 남조류는 부영양호에서 더 많으므로 녹조현상이 있는 부영양호에서 잡힌 어류에서는 냄새가 더 많고, 맑은 호수에서 잡힌 물고기에서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 미국의 생선가게에서 보니 동일한 메기를 판매하는데 양식장에서 사료를 먹여 키운 것이 강에서 잡힌 야생 메기보다 더 비싼 값에 팔리고 있었다. 물어보니 흙냄새 때문이란다.
지오스민은 산성에서는 쉽게 분해된다. 요리법 책자를 보면 민물고기의 해감내를 없애는 방법으로 물고기를 맑은 물에 넣어 두어 해감내를 배출하게 하고 요리하기 전에 식초 물에 담가두라고 한다. 산성에서 냄새물질이 분해되는 성질을 잘 이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수돗물의 지오스민은 정수과정에서 잘 제거되지 않아 골칫거리이다. 유일한 방법이 활성탄이라고 부르는 숯가루를 넣어 흡착시켜 제거하는 것인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심한 경우에는 수돗물 만드는 전체 비용과 맞먹는다.
해감내 없는 맑은 호수가 매우 귀해진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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