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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55 보의 생태학적 피해와 어도의 효과
2019년 12월 198 12880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55

 

보의 생태학적 피해와 어도의 효과
어도 설치보다
불필요한 보 철거가 우선

 

 

우리나라 하천에 보와 댐이 몇 개나 있을까? 하천생태계를 연구하거나 관리하는 사람들이 당연히 갖게 되는 의문인데 10년 전까지도 이 답을 모르고 있었다. 저수지의 수가 17,500이라는 것은 20년 전에 전국의 조사를 통해 알 수 있게 되었으나 보의 개수가 보고된 것은 10년 전 일이다. 그 당시 보를 전수조사하는 용역을 수행한 회사의 연구자를 만나서 후일담을 들어 보니, 한강수계의 조사를 맡았는데 당초 3천개 정도로 추산하고 시작한 한강수계의 보를 조사해 보니 무려 7천개였다고 한다. 전국의 수계를 합하면 보의 수는 3만4천개 정도라고 하는데 작은 하천의 보는 누락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니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한강수계에만 보가 7천개
그러면 우리나라에 댐의 수는 많은 편인가? 나는 외국 학회에서 한국의 호수를 소개할 때 미국에서 호수가 가장 많은 미네소타주와 비교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적에 자연호의 수가 1만개가 넘기 때문에 미네소타주의 별명이 ‘land of ten thousand lakes(1만개 호수의 나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두 배가 있으니 면적당 저수지의 밀도는 아마 세계 최고일 것이다. 우리는 인구밀도가 높아 물의 수요가 많은데 여름에만 비가 내리니 우기에 물을 가두어 둘 저수지가 필요한 자연환경을 가지고 있다.
댐과 보는 하천을 가로 막는 구조물이라는 점에서는 같지만 댐은 물을 가두어 이용하는 용도이므로 수문이 있고 수위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을 말하고, 보는 수위조절을 하지 않고 강우 시 물이 구조물을 넘어 흐르게 만든 것을 말한다. 대개 댐은 규모가 크고 보는 작은 것이 일반적인데 4대강보가 건설되면서 보가 웬만한 저수지의 댐보다 더 큰 사례가 생기게 되었다. 4대강사업으로 만들어진 보는 수위조절을 하지 않으므로 수문학적 특성은 보에 가깝지만 규모와 수문은 댐에 해당하는 애매한 경계에 있다.
보의 건설 목적은 대부분 농업용인데,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펌프를 사용하지 않고 수로에 물을 자연흐름으로 도수(導水)하기 편리하게 하는 것이다. 상수원이나 공업용수를 취수하기 위해 만든 보도 있는데, 팔당댐은 수도권 상수원의 취수를 위해 수위를 유지하는 목적으로 만든 일종의 취수보이다. 그 외에 교각의 침식을 막기 위해 하천 바닥의 토사의 높이를 유지하기 위한 보도 있다.

 

 

 

어도가 설치된 하천의 보.

모래로 채워져 어류가 이용할 수 없는 보.

어도가 없어 어류 이동이 불가능하고 용도가 없는 불필요한 보의 사례.

 

 

보는 어류 이동을 막아 고유어종의 서식을 방해
댐이나 보는 생태학적으로 볼 때 생태계의 건강성을 훼손하는 아주 큰 요인이다. 대부분의 자연변형이 그렇듯이 댐과 보도 생태계에 나쁜 영향을 주는 자연변형이다. 보는 어류의 이동을 막아서 우리나라 고유어종의 서식을 방해한다. 우리나라 고유어종은 원래 홍수와 가뭄을 겪으며 상하류로 이동한다. 유량이 증가하면 상류로 올라가고, 겨울에 유량이 감소하면 하류로 이동하여 월동지를 찾는다. 그런데 보가 있으면 상류로 올라가기 어려워지므로 봄에 산란지를 찾지 못한다. 홍수와 가뭄을 견뎌내는 것도 우리나라 하천에서 진화한 어류의 특성이며 우리나라 자연환경에서는 경쟁력이다. 댐을 만들어 홍수와 가뭄이 없어지면 고유어종의 경쟁력이 약해지고 외래어종이 우세해진다.
어류 가운데에는 바다와 하천을 오가는 종류도 있다. 뱀장어나 은어와 같이 바다에서 산란하고 하천에서 성장하는 종이 있는가 하면, 연어나 황어와 같이 하천에서 산란하고 바다에서 성장하는 종도 있다. 그런데 댐이나 높은 보가 있으면 이를 오를 수 없는 어류는 절멸하고 만다. 한강수계에서는 팔당댐에 의해 뱀장어가 상류로 오를 수 없으며 인공방류가 아니면 뱀장어가 절멸된 상태일 것이다.
하천에 사는 어류의 개체군이 댐으로 격리되면 집단의 크기가 작아져서 유전적 다양성이 감소하고 절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사람의 유전자가 조금씩 다른 것과 같이 어류의 개체도 같은 종일지라도 조금씩 유전자가 다르다. 종 내에서의 유전자 다양성은 환경이 변하였을 때 그 종이 절멸하지 않고 생존할 수 있는 복원능력의 핵심요소이다. 예를 들면, 추워지면 내한성 개체가 증가하여 집단이 생존하고, 더워지면 내열성 개체가 생존하는 방식이다. 육상동물의 경우에도 개체군이 도로나 울타리 등으로 격리되면 작은 집단은 절멸할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생태학에서는 ‘서식지의 단편화’ 현상이라고 부른다. 작은 크기로 격리된 지역의 개체군은 서서히 유전적 차이가 발생하며, 작은 집단일수록 절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므로 종이 절멸하지 않기 위해서는 유전자 다양성을 가진 집단이 형성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집단이 필요하다.

 

어도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보의 어류이동장애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도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어도가 정상 작동하는 보는 15% 이하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나머지는 보가 없거나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못하는 보이다. 보가 설치되었음에도 어류 이동이 어려운 사례로는 설계가 잘못되었거나 시공이 잘못된 경우가 많다. 어도 내의 유속이 너무 빠르면 작은 어류가 오르기 어렵고, 어도의 하단부가 수면에서 높게 설치되어 어류가 오르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준설을 하지 않아 어도와 보가 모래로 채워진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큰 규모의 댐에서는 자연흐름식 어도를 만드는 것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든다. 소양호 등 우리나라의 대형댐에는 거의 어도가 없다. 상류로 올라가는 어류는 물이 흘러나오는 곳을 찾아가 어도를 오르게 되는데 어도에 흐르는 유량이 발전소 방류량보다 작으면 어도가 있더라도 어류가 어도를 찾기가 어렵다. 상류로 올라가는 어류에게는 어도가 그나마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하류로 이동하려는 어류에게는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큰 댐에서는 물의 주된 흐름이 댐의 중앙부를 따라 흐르거나 발전기의 흐름을 따라간다. 가장자리에 만들어진 작은 어도로 흘러 내려가는 물의 양이 작기 때문에 어류가 이를 감지하고 찾아 내려가기가 어렵다. 그래서 규모가 큰 댐에서는 어도를 만드는 것보다 인위적으로 어류를 잡아서 트럭에 실은 뒤 상하류로 이동시켜 주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한다. 어류의 군집을 섞어주어 단절을 최소화하고 유전자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용하지 않은 보는 철거해야
선진국에서는 하천의 생태계를 개선하기 위해 보를 철거하는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 철거에는 거의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존의 보에 어도를 설치하는 예산만 크게 세우고 있다. 어도가 나쁜 것이 아니지만 사용하지 않는 보를 철거하는 데에 우선 예산을 투입하여야 한다.
많은 농경지에서는 지하수나 강변지하수를 사용하여 물을 대는 방법으로 바뀌었고, 농수로 대신 양수기방식으로 대체한 곳도 많다. 목적이 없는 보도 있고, 농경지가 도시화되어 관개면적이 감소한 곳도 많다. 애초에 보를 건설할 때 수요자의 부담이 없는 지원사업이다보니 거의 경제성이 없는 사업들이 매우 많았다. 생태계 피해를 고려할 때 철거 대상인 보가 매우 많다고 보는데, 지난 100년간 설치한 보를 철거한다면 하루에 한 개씩 철거한다고 해도 100년이 걸릴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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