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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57_ 떡붕어 등 고유생물종이 많은 고대호수 일본 비와호의 생태계
2020년 03월 425 13096

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57

 

떡붕어 등 고유생물종이 많은 고대호수

 

일본 비와호의 생태계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교수 / 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 전 4대강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

 

일본의 교토 인근에는 ‘비와호(琵琶湖)’라는 거대한 자연호가 있다. 호수의 모양이 길쭉한 타원형의 현악기 비파(琵琶)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큰 자연호인데 호숫가에 서 보면 수평선이 아득하니 바닷가에 서 있는 느낌이다. 길이가 60 km로서 소양호와 비슷하지만 폭이 20km로서 소양호의 20배쯤 된다. 저수량은 275억톤으로 소양댐의 10배에 이른다. 이 호수에서 방류되는 물은 교토, 오사카, 고베 등의 대도시에서 1400만명의 수자원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그 역할과 중요성이 서울에 용수를 공급하는 소양댐과 충주댐에 비교할 만하다.
필자가 30년 전 처음으로 비와호를 방문하였을 때 일본의 호수학을 연구하는 교수의 안내를 받아 차를 타고 비와호를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었는데 아침에 출발하여 밤늦게야 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호수인 소양호를 연구하던 필자이지만 해외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거대한 자연호의 규모에 압도되는 느낌이었다. 그 후 여러 차례 비와호를 방문하였는데, 그 이유는 많은 학자가 호수생태계와 수질을 연구하고 있었고 호숫가에는 큰 규모의 비와호연구소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이다.

 

단층작용에 의해 만들어지는 호수

비와호 주변의 단층대(빨간선). 서쪽의 단층대를 따라 수심이 깊고 가파르다.

비와호의 고유종 니고로붕어를 밥과 삭혀서 만든 특산음식 후나즈시.

비와호의 수변 정경.

비와호 주변 농경지의 유출수를 정화하기 위한 인공저류지.

 

우리나라에 비와호 같은 자연호가 없는 이유
비와호는 지질학적으로도 역사가 오래된 호수이다. 나이가 1백만 년 이상인 것으로 밝혀져 있다. 지질학적 변동이 큰 지역이어서 과거에 하천이었던 시기를 포함하면 나이가 4백만 년이라는 견해도 있고, 현재와 같은 깊은 호수로 유지된 기간은 30만년 정도라는 논문도 있다. 30만년도 상당히 오랜 나이이다.
일반적으로 호수의 나이는 수천 년, 수만 년을 넘기기가 어렵다. 호수라는 것은 움푹 파인 땅이므로 항상 토사가 쌓이는 것이 숙명이고 세월이 지나면 육지로 변한다. 예를 들어 토사가 1년에 1mm만 쌓이더라도 1만년이면 수심 10m의 호수가 모두 메워진다. 지형이 경사진 곳에서는 호수물이 유출되는 출구가 침식되어 물이 모두 빠져나가고 하천으로 변모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지질학적 나이가 대부분 수억 년에 이르다 보니 남아 있는 자연호가 거의 없는 것이다.
비와호의 나이가 백만 년을 넘긴 이유는 호수의 기원이 단층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단층에 의해 한쪽 지각판이 미끄러져 내려가면 그곳에 호수가 만들어지는데 이 단층이 계속 조금씩 벌어진다면 호수가 퇴적에 의해 소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점차 커질 수도 있고, 나이가 백만년을 넘기는 호수가 존속할 수 있게 된다.
비와호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탕가니이카호, 바이칼 등의 대형 자연호가 이에 해당한다. 이렇게 나이가 오랜 호수를 호수학에서는 고대호수(ancient lake)라고 부르는데 고대호를 특별히 취급하는 이유는 독특한 고유생물들이 많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 호수에 고립되어 사는 생물들이 점차 그 호수의 생태계에 적응하면서 새로운 종으로 진화할 수 있게 되어 다른 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생물종이 탄생한다. 이를 생물학에서는 고유종이라고 부르는데 고대호에서는 많은 고유종들을 볼 수 있다.

 

40여 종의 고유종이 호수에서 진화
비와호에도 40여 종의 고유종 동물이 살고 있는데, 송어, 붕어, 재첩 등도 독특한 고유종으로 진화하였다. 송어도 비와송어라는 고유종이 만들어졌고, 오오나마즈라는 체중 100kg, 길이 2m 이상의 거대한 고유종 메기도 출현하고 있다. 붕어의 경우에도 비와호에서 진화한 고유종이 2종 있는데 우리나라에 널리 퍼진 떡붕어도 비와호에서 진화하여 발생한 고유종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니고로붕어라는 고유종 붕어도 있는데 이 종은 발효식품을 만드는 재료로서 유명하다. 붕어를 소금에 절이고 밥과 버무려서 장시간 발효를 시키면 우리나라의 식혜와 유사한 삭힌 붕어가 된다. 비와호 인근의 기념품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역 특산품으로 가격이 한 마리에 10만원에 이르기도 하는 고가의 식품이다. 유명한 지역특산 음식이라기에 호기심에 조금 먹어 보았는데 짠맛, 신맛, 젓갈맛이 합쳐져 우리나라 식혜와 젓갈의 풍미가 섞인 맛이었다. 우리나라 젓갈이나 삭힌 홍어에 대해 호불호가 갈리는 것처럼 친숙해지기에는 많은 경험이 필요할 것 같았다.
호수학 연구자로서 비와호를 방문할 때마다 부러웠던 것은 다양한 생물상이 아니라 활발한 연구와 수생태계 환경관리이었다. 1980년대 한국을 방문한 일본 호수학자들의 비와호 연구를 들으면서 놀란 것은 1백 년 전인 1880년대부터 조사기록이 있다는 것이었다. 정확히 우리보다 1백 년 앞선 것이었다. 비와호에는 큰 조사용 선박을 운영하는 전담 연구소가 있었는데 이에 더하여 비와호박물관도 설립되었다. 설립 첫해에 방문하고 부러움을 금할 수 없었다. 호수의 과학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것뿐 아니라 수족관도 좋은 볼거리이었고 수십명의 호수생태학자가 연구를 수행하고 있었다. 호수를 사랑하는 여행자라면 꼭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관할 지자체의 생태계 보전 노력 인상적
비와호 유역이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시가현은 생태계 보전을 위한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방문할 때마다 여러 곳을 둘러보고 벤치마킹하여 우리나라에 소개하고자 노력하였다. 가장 훌륭한 것은 수질보전을 위한 노력이었다. 비와호 주변에는 인구 140만명이 살고 있다. 유역면적이 비슷한 소양호의 인구가 5만명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인구밀집지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비와호의 물은 여전히 맑은 우수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다.
그 비결은 바로 완벽한 하수처리이다. 비와호 주변의 주요 하수처리장을 몇 곳 돌아보았는데 호수 부영양화의 원인이 되는 인을 완벽히 처리하여 0.04 mg/L 이하로 낮추어 방류하고 있었다. 이는 거의 비와호와 비슷한 수준이니 하수가 호수를 부영양화시키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하수처리장 방류수의 인 농도는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 이보다 몇 배 높다. 수질보전뿐 아니라 호숫가의 수변식생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 은어의 자연산란장을 제공하기 위한 인공하천, 농경지에서 배출되는 물을 정화하기 위한 저류지 등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비와호의 생태계에도 비극은 있었으니 배스와 블루길의 유입이 그것이다. 1960년대 생태학적 지식이 부족하던 시절,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외래어종이 도입되었고 이후 비와호의 고유어류 군집이 90% 이상 궤멸되었다고 한다. 시가현에서는 외래어종을 열심히 잡아내며 뒤늦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생물상을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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