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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58_ 봄이면 찾아오는 정수장의 불청객 규조류 플랑크톤
2020년 04월 606 13172

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58

 

봄이면 찾아오는 정수장의 불청객

 

규조류 플랑크톤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팔당호 물을 정수하여 수도권 도시에 공급하는 정수장들에서는 매년 봄에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규조류’라고 하는 식물플랑크톤이다. 규조류가 증식하면 수돗물에서 불쾌한 냄새가 발생하기도 하고, 정수 과정에서 장애를 일으키거나 정수 비용의 증가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식물플랑크톤이란 수중에 떠서 사는 미소한 광합성 생물들이다. 분류학적으로 보면 다양한 종들이 존재하며 대개 30종 이상이 동시에 출현한다. 흔히 나타나는 종류는 황갈색을 띠는 규조류, 연녹색을 띠는 남조류, 진한 녹색을 띠는 녹조류 등이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종류가 규조류이다. 남조류는 호수 수면에 녹색의 스컴이 떠오르는 녹조 현상의 원인 생물이므로 매스컴에 많이 보도되어 잘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규조류가 훨씬 더 많이 출현하는 우점종이다.

 

남조류보다 더 많이 번성
남조류는 주로 여름에 출현하는 종인데 비하여 규조류는 수온이 조금 낮은 봄 가을에 경쟁력이 있는 종이므로 가을부터 겨울을 지나 봄까지 전 세계 대부분의 호수에서 우점한다. 규조류가 번성하면 물의 색이 연한 갈색을 띠거나 녹색과 황갈색이 섞인 색을 띠므로 연녹색의 남조류가 번성하는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봄에 얼음이 녹은 후 호수가 혼탁해지고 황갈색을 띠는 것은 바로 규조류가 번성하기 때문이다.
독소를 흔히 생성하는 남조류와는 달리 규조류는 독소를 생성하지 않으므로 생태학적으로 큰 해는 없지만 수돗물 냄새와 정수 장애의 원인이 되므로 정수장의 운영자에게는 달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수돗물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첫 단계로 플랑크톤과 부유물질을 침강시키는 공정을 거치고, 둘째 단계에서 침강하지 않고 남아 있는 부유물질들을 모래여과지를 통과시켜 마저 걸러내는 공정을 거치고 소독제를 첨가하여 가정에 보내진다. 침강지에서는 부유물질들이 잘 침강하도록 명반 성분과 유사한 알루미늄염을 첨가해 준다. 그러면 알루미늄염이 뿌옇게 침전을 만들고 부유물질을 한데 엉겨 붙게 하여 침강시키고 물을 맑게 한다.

 

수돗물의 물비린내 원인 중 하나
그런데 규조류 가운데에는 침전과정에서 잘 제거되지 않는 종류들이 있다. 근래 한강 하류에는 ‘시네드라’라고 하는 규조류가 봄마다 정수를 방해하고 있는데 바늘처럼 가늘고 긴 모양을 가지고 있고 규조류의 껍질은 유리 성분과 같으므로 표면이 매끄러워 응집제가 잘 결합하지 못하는 것 같다. 규조류가 첫 단계에서 침강 제거되지 않으면 둘째 단계인 모래여과지로 유입하여 많은 양이 걸러지므로 모래여과지 표면에 덮여서 여과지가 쉽게 막힌다. 모래 여과지는 일정시간이 지나면 부유물질로 막혀서 물이 잘 통과하지 못하게 되므로 물을 역방향으로 흘려주면서 부유물들을 털어내고 세척하여 재사용한다. 이 역세척하는 동안은 해당 여과지에서는 수돗물 생산이 중단되는 것이므로 규조류가 많이 걸러져서 세척을 자주하게 되면 수돗물 생산 능력이 낮아지고 전력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규조류의 과다 번성은 정수를 방해하는 것뿐 아니라 수돗물의 냄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조류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규조류도 종종 수돗물 냄새의 원인이 된다. 주로 물비린내라고 표현하는데 영어로 ‘fishy smell’이라고 표현하기 때문에 이를 번역한 표현인 것 같다.
수돗물의 물비린내의 원인은 중금속, 소독제, 등 다양한데 조류로 그 중 한 원인이 된다. 수중의 플랑크톤이 만드는 냄새는 구린내, 곰팡이 냄새, 비린내 등 종류에 따라 다양한 냄새가 생성된다. 냄새 물질들은 대개 건강에 유해하지 않지만 불쾌감을 주기 때문에 정수장에서는 민원 발생의 원인이며 이를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강 하류 정수장에서 침강이 되지 않아 정수장애를 일으키는 바늘모양의 규조류, 시네드라.

우리나라 대형 호수에서 봄가을에 가장 우점하는 규조류, 아스테리오넬라.

봄철에 팔당호, 낙동강 하류, 등 강 하류에서 흔히 출현하는 원통형 규조류, 스테파노디스커스.(사진 Wikipedia)

남조류 세포에 침입하여 죽이는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사진 Wikipedia)

 

유속 느린 호수에서만 번성
한강 하류의 팔당호나 4대강 하류에서는 2월에서 4월경 봄에 규조류가 많이 번성하는데 그 이유는 갈수기이어서 유량이 감소하고 체류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플랑크톤은 유속이 빠르면 떠내려가기 때문에 살 수 없고, 유속이 느린 호수에서만 번성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강수량은 가을과 겨울에 매우 적기 때문에 강 하류의 유량이 가장 적은 계절이므로 하천형 호수에서는 이때가 규조류가 번성하기 적절한 시기이다. 대형 호수에서도 봄에는 대부분 규조류가 번성하다가 여름이 되면 남조류로 우점종이 바뀌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다. 플랑크톤의 세계에서도 적자생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번성하던 규조류가 일시에 대량으로 죽어 버리는 사례들이 간혹 나타나는데 그 원인 중의 하나가 바이러스에 의한 사멸이다. 포유동물의 세포가 바이러스 감염병에 걸리듯이 단세포 식물플랑크톤도 바이러스가 침입하는 감염병에 의해 집단적으로 사멸하기도 한다. 최근 연구에 의해 그 원인 바이러스들이 수십 종이 발견되었으며 아마 앞으로 더 많은 바이러스가 발견될 것이다.

 

플랑크톤도 감염병에 걸린다
식물플랑크톤의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연구자들도 있는데 그 연구 대상은 규조류보다는 주로 남조류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플랑크톤의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목적은 치료가 아니라 유독성 남조류를 죽이는 바이러스를 찾아내어 녹조 현상을 줄이는 데 이용하려는 것이다. 남조류를 죽이는 바이러스를 시험한 결과를 보면 플라스크 내의 조류세포가 수일 내에 모두 녹아 없어지는 놀라운 효과를 보여준다.
그런데 식물플랑크톤을 죽이는 바이러스가 아직 널리 활용되지 않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숙주의 특이성을 가지므로 특정한 종류에만 기생하여 죽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한 종류의 남조류를 죽이더라도 곧바로 다른 종의 남조류가 그 자리를 차지하여 번성하므로 효과가 없어지는 것이다.
미래에 인간의 생존이 바이러스에 의해 크게 위협받을 수 있겠다는 우려가 대두되는 시점에 바이러스의 세계가 신비하고 두렵게 느껴지고 인간의 과학지식이 아직 매우 미진하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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