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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61_ 초여름 논의 탁수 배출 큰 비도 안 왔는데 흙탕물이 지는 이유는?
2020년 07월 151 13407

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61

 

초여름 논의 탁수 배출

 

큰 비도 안 왔는데 흙탕물이 지는 이유는?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부 명예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회장

 

논에서 배출된 탁수로 인해 혼탁해진 하천(춘천 율문천).

 

 

매년 초여름이면 농촌의 많은 하천과 호수에서 탁수가 가득한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탁수는 큰 비가 내렸을 때 발생하는 것이지만 초여름에 비가 내리지 않았는데도 탁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 원인은 벼농사이다. 농사를 지을 때는 작물을 심기 전에 땅을 갈아엎는 쟁기질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경운이라고 한다. 남아 있는 전년도 작물의 그루터기를 뽑아서 부수어주고, 흙을 부드럽게 하여 작물이 뿌리를 내리기 쉽게 해주는 과정이다. 흙이 부드러워지는 이점은 있지만 비가 내릴 때 토양 침식이 증가하여 환경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이 된다.

 

논 써래질 때 생긴 흙탕물이 탁수 만들어
그런데 논에서 경운을 할 때에는 물을 채우고 실시하는 것이 탁수 배출 증가의 원인이 된다. 물을 채우는 것은 논바닥을 편평하게 고르고 수심이 일정하게 만들기 위해 수평을 맞추어 주는 효과도 있고, 진흙이 물을 머금어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이를 논농사에서는 써래질이라고 하는데 써래질이 끝나면 논에 흙탕물이 가득 채워지는데 이 물을 빼 버리고 조금만 남긴 후에 모내기를 한다. 이때 배출하는 물이 하천과 호수에서 탁수현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몇 해 전 철원의 학저수지에서 저수지 수질 문제로 자문을 요청받아 방문하였는데 매년 모내기철이면 저수지가 탁수로 채워지는 피해를 겪고 있었다. 저수지의 유역에 논이 많이 있기 때문에 탁수가 저수지에 흘러 들어오는 것이었다. 많은 토론이 있었지만 결국 효과적인 대책이 없이 회의가 끝날 수밖에 없었다. 얼마 전 춘천시의 율문천에서도 탁수가 심하게 발생한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을 방문하였는데 탁수의 근원을 찾아가 보니 써래질을 마치고 탁수를 배수하는 논들이 있었다.
논의 써래질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수의 탁도가 심한 이유는 논 토양이 모래가 아니라 뻘이 많은 토양이어서 미세한 토사 입자를 많이 함유하기 때문이다. 미세한 토사 입자는 침강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하천 바닥에 침강하지 않고 오랫동안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그러므로 한두 곳의 논에서 배출되는 탁수만으로도 소하천 전체가 탁수로 변하고 저수지가 탁수로 채워지는 사례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모내기철이 되면 여기저기에서 논들이 번갈아 써래질을 하기 때문에 한 달 이상 동안 계속 탁수의 영향을 받게 된다.

 

생태계 파괴로 수생동물 줄어들어
탁수는 하천에서 수생태계를 파괴하는 심각한 환경오염 현상이다. 진흙 입자 자체는 동물에게 독성이 없는 물질이지만 간접적으로 수중동물에게 큰 피해를 준다. 진흙이 하천의 바닥에 침적되면 하상의 자갈 표면에 사는 부착조류와 미생물을 죽게 하고, 이는 수서곤충의 먹이를 없애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수중동물을 살지 못하게 한다.
수서곤충의 유생과 다슬기 등의 동물은 자갈 표면의 부착조류를 먹고 사는데, 진흙이 덮이면 먹이보다 진흙을 더 많이 먹게 되어 생장이 어려워진다. 또한 어류의 알에 진흙이 덮이면 부화를 방해하는 악영향도 있고, 동물의 아가미에 침적되어 호흡장애를 일으키기도 한다. 호수에서는 탁도가 높으면 빛의 투과가 감소하여 수생식물이 감소하는 피해를 준다. 수생식물의 감소는 수중동물의 서식지 감소와 먹이 감소를 초래하므로 결국 미소동물을 잡아먹고 사는 어류도 감소한다. 즉, 진흙입자는 독성물질이 아니지만 먹이와 서식지를 파괴하여 간접적으로 어류와 수생동물의 감소를 초래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논에서 탁수배출을 줄일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연구는 이미 일본에서 앞서 이루어졌다. 일본에서도 우리와 동일한 벼농사가 많이 이루어지는데 논의 탁수 배출에 가장 민감한 지역은 비와호 유역의 시가현이었다. 비와호는 일본 최대의 호수로서 오사카, 교토 등지의 상수원으로 이용되는 매우 중요한 호수이므로 수질보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농경지에서 배출되는 탁수가 호수에서 수질을 악화시키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알고 이를 ‘농업탁수’라고 부르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 시가현의 비와호 농업탁수 유입 관리 사례
농경지에서 배출되는 물을 침전지에 가두어 두었다가 비와호로 유입시키는 설비도 만들고, 농민계몽운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논에서 써래질을 할 때 물을 적게 담아서 써래질이 끝난 후 배출되는 물의 양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있고, 경운을 하지 않고 그대로 벼를 심는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일본의 논에는 바닥의 흙속에 유공관을 깔아 두어 그 관을 통해 물을 배출하는 방법도 보편화되어 있는데 이를 암거라고 한다. 암거를 통해 물을 배출하는 경우에는 탁수가 많이 배출되지 않는다. 농민들이 스스로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탁수 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우리가 배워야 할 중요한 방법이다.
현대의 농업은 기계를 많이 사용하여 토양을 쉽게 교란하고, 퇴비, 비료, 농약도 많이 사용하므로 농경활동은 세계 어디서나 물환경 훼손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농민 스스로 탁수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농업을 시행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정책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모내기 준비를 위해 논에서 써래질을 하고 있다.

써래질을 마치고 탁수로 채워진 논.

써래질을 마친 논에서 탁수가 배출되고 있다.

일본 비와호 유역의 안내판. 시가현에서 농민들에게 탁수 배출을 줄일 것을 촉구하는 문구가 쓰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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