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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62_하천의 보 철거가 최적의 ‘그린뉴딜’ 사업이다
2020년 08월 496 13489

연재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62

 

하천의 보 철거가
최적의 ‘그린뉴딜’ 사업이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경제불황이 이어지자 여러 나라에서 그린뉴딜(Green New Deal)사업으로 경제공황을 타개하자는 계획들이 등장하고 있다. 뉴딜사업은 1930년대 공공투자사업으로 고용을 늘려 경제 공황을 극복하고자 미국에서 시행한 사업인데 근래 여러 분야에서 각종 뉴딜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하고 있다. 단기적인 수익성은 적지만 공공의 장기적 이익을 위하여 필요한 곳에 재정을 투자하여 시행하자는 취지인데 최근에 ‘그린’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공공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기후변화를 줄이는 것은 특정 사업자에게 수익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전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니 국가재정사업으로 시행하여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를 통해 고용증대 효과도 얻을 수 있다는 것인데, 이 개념이 기후변화대응 외에 다른 분야의 환경생태복원사업에도 원용되고 있었다.

 

 

▲우리나라 하천의 보는 총 34,00 개 이상. 활용도가 낮은 보들이 많이 있다.

▲활용도가 전혀 없어 철거해야할 보의 사례. 어류의 이동을 차단하고 있다.

▲보에 어도가 설치되었으나 관리가 부실하여 모래로 채워진 어도의 사례.

 

코로나 사태로 등장한 그린뉴딜사업
최근 코로나 사태로 세계경제가 불황을 보이자 그린뉴딜을 통하여 타개하려는 시도가 여러 나라에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린뉴딜 사업에 많은 자금을 투자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는데, 필자는 보와 제방을 철거하여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생태계복원사업이야말로 그린뉴딜의 취지에 가장 잘 맞는 최적의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천생태계 복원에서 보와 댐, 제방의 철거가 핵심사업으로 대두된 것은 이미 선진국에서 수십 년 전부터 시작된 개념이다. 하천의 어류는 대개 봄에 상류로 올라가 산란을 하고 겨울에는 깊은 월동장소를 찾아 하류로 이동한다. 특히 하천의 수온변동과 유량변동이 큰 우리나라의 기후에서는 상하류 이동이 어류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그런데 보와 댐들은 이동을 차단하여 어류서식에 장애를 주며, 상하류의 어류 집단이 유전적으로 격리되어 점차 집단유전자의 변화가 나타나고 안정성이 감소하는 원인이 된다.
바다에서 하천을 거슬러 올라 산란하는 연어는 우리나라 하천에서는 보 때문에 소상이 불가능하며, 반대로 바다에서 산란하고 하천에서 성장하기 위해 소상하는 어린 은어도 보에 가로막혀 상류에 도달하지 못하는 곳이 태반이다. 어도를 만들어 주면 조금 보완이 되기는 하지만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어도도 많고, 저수지에서는 어도가 대부분 없으며, 있더라도 상류로 오르는 어류는 어도를 찾아가지만 하류로 내려가는 어류는 어도를 찾지 못하여 기능이 불완전하다. 그러므로 미국에서는 연어가 소상하는 하천에서는 보 철거가 생태계복원의 상징이 되어 있다.

 

물고기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보와 댐
보와 저수지는 대부분 농업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하천의 물을 끌어가기 편하도록 수위를 일정하게 유지하여 농수로에 물이 저절로 흘러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하천에 만들어진 저수지의 수는 17000여 개이고 보는 무려 34000개 이상이다. 면적당 밀도로 보면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문가들의 견해는 이들 중 상당수가 철거대상이라고 하니 아마도 수만 개가 철거대상이 될 것이며 이를 철거하는 데에 100년 이상 걸릴 수도 있다.
보와 저수지가 철거대상이 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는데 용수를 공급해 줄 논이 감소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고, 두 번째는 다양한 취수방법의 개발로 인하여 보가 없어도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많은 농민이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으며, 하천변 지하수를 사용하는 곳도 크게 증가하였는데 하천변지하수는 하천 바닥의 모래로 스며들어간 하천수를 인근에서 취수하는 것이므로 사실상 보가 없이 하천수를 이용하는 셈이다. 그 외에 하상유공관을 이용한 취수, 물 펌프를 이용한 취수 등 다양한 기법들을 이용하여 보가 없이 농업용수를 취할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상당수의 보들이 이용되지 않고 방치되어 있고 이들이 우선 철거 대상이다.

 

 

▲제방으로 직강화된 하천의 사례. 서식지가 단순화된다.

▲제방으로 직강화된 하천의 사례. 하상이 모래로 덮여 있고 수심이 균일하다(춘천 공지천).

▲콘크리트 급경사 제방으로 둘러싸여 하천과 삼림 생태계가 단절된 사례

 

보와 저수지 밀도는 세계 최고  
선진국에서는 제방을 철거하는 운동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제방이 생태학적으로 좋지 않다고 비난받는 이유는 첫째, 하천의 폭을 좁혀 직강화함으로써 하상이 균일해지며 하천의 서식지를 단순화하고 동물다양성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제방이 없는 자연하천이라야 구불구불 사행하면서 여울과 소가 만들어지며 모래밭과 자갈밭이 형성되는데, 이러한 미소서식지에는 각각 다른 생물들이 서식하기 때문에 생물다양성이 높아질 수 있다.
제방이 비난받는 두 번째 이유는 하천과 육상생태계 사이의 횡적 교류를 차단한다는 것이다. 많은 육상의 곤충과 동물은 물에 알을 낳고 물에서 먹이를 얻기도 한다. 따라서 제방은 하천과 삼림을 오가는 동물의 서식을 크게 방해한다. 원래 물가의 서식지는 경사가 완만할수록 생태학적으로 좋은 조건이다.
제방에 대한 세 번째 비판은 상류의 제방이 물을 빨리 배출하면 하류에서는 홍수유량이 중첩되어 피해가 증가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우리 동네 홍수를 아랫동네에 전가하는 행위이다. 하류지역에서도 제방만으로는 홍수피해를 막을 수 없는 사례들이 많이 있다. 내부침수, 제방손상 등에 의해 큰 홍수에는 여전히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에서는 ‘Room for the River(하천에 공간을 주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하천관리의 방향을 제방을 뒤로 물리고 하천 폭을 넓히는 것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하천의 자연성 회복이 가져다주는 경제적 효과
생태학적 피해를 차치하더라도 제방 건설의 경제성 자체도 없는 곳이 대부분이다. 특히 지형이 가파른 상류 지역에서는 제방으로 보호하는 토지가 적기 때문에 제방의 건설비용과 유지관리비가 제방에 의한 홍수피해 저감액의 수십 배 이상이라는 것은 전문가들은 다 알고 있는 불편한 진실이다.
하천의 자연성을 회복하는 것은 자연경관을 되살리고 생태계를 되살리는 효과 외에 간접적으로 경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선진국 수준의 미래가치관은 하천의 인공구조물보다는 자연이 살아 있는 하천을 보면서 기쁨을 느끼게 한다. 직접적으로 경제적 도움을 주지 않더라도 살아 있는 생태계를 보면서 심미적 만족감을 느끼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는 것이다.
자연이 살아 있는 하천은 많은 관광객을 끌어오게 되며 이는 지역민들에게도 경제적 도움이 된다. 좋은 관광지가 가까운 곳에 존재한다는 것은 교통비의 절약과 해외여행의 대체효과로 인하여 국가 경제에도 큰 이익을 주는 것이니 하천의 자연성회복은 경제성이 없는 사업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큰 장기적 이익이 있는 사업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보와 댐, 제방을 만드는 데에만 주력하였으며, 생태학자들의 건의에도 불구하고 보의 필요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하여 불필요한 시설물을 퇴출시키는 노력은 없었다. 이제 그린뉴딜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 뒷전으로 밀려나 있던 하천생태계의 자연성회복이라는 100년 프로젝트의 첫발을 내딛게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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