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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붕어, 알(卵) 만 들어있을까?
2005년 03월 836 1581

 ‘대물꾼’ 차종환의 붕어 탐구(3)

 


 

 

 

겨울붕어, (卵) 만 들어있을까? 

 

차종환  <붕어연구소ㆍ「실전 붕어대물낚시」저자>

 

▲내장을 드러낸 4짜 혹부리 붕어. 온통 지방질로 가득 차 있다. 안쪽까지 들춰봤으나 지방질로 둘러싸인 내장들이 마치 하나의 기관처럼 딸려 올라올 뿐, 알은 극히 소량 뿐이었다.


가깝고도 먼 우리들의 영원한 벗 붕어-. 이번에는 그 내부를 살펴봤다. 붕어에 대한 지식이 의외로 많지 않을 뿐더러, 우리 낚시인들이 모르고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음을 항상 느껴온 때문이다.
붕어의 해부는 생각처럼 흔하고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더구나 이번의 경우처럼 겨울철 자연산 4짜 ‘혹부리’ 붕어를, 그것도 싱싱하게 살아있는 놈을 대상으로 해부를 한다는 것 또한 흔치 않은 일이다. 당연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일단은 한겨울에 자연산 4짜 붕어를 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을 뿐더러, 그것을 실험실까지 산 채로 운송, 보관하는 일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당진 대호산(産) 5년생 41cm 암붕어
2.19kg 거구, 전형적인 토종 ‘혹부리

 

이번에 해부 대상으로 선택된 토종붕어는 지난 1월 대호만에서 낚인 41cm로 <사진>에서 보듯 영양 상태가 아주 좋아 몸무게가 무려 2kg이 넘는 거구의 혹부리 붕어였다. 간척지의 풍부한 먹이 환경을 한껏 누린 듯, 체형 또한 전형적인 혹부리 대물 붕어의 모양이다.
녀석은 거대한 체구 때문인지 몸짓은 다소 둔해보였다. 낚았을 당시부터 불룩한 배가 알로 가득 찬 듯 보였으며, 실제로 항문 쪽에서 약간의 산란 증세마저 비치기도 했다. 비늘 감식 결과 나이는 5살. 나이테의 형성 과정으로 보아 겨울철에도 좋은 영양 상태에 비교적 고른 속도로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단순히 생각하면 붕어의 해부가 어체를 눕히고 배를 가르기만 하면 될 것 같지만 사실은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우선 원활한 해부를 위한 도구 준비가 필수적이다. 핀셋과 수술용 메스, 가위는 기본.
살아있는 상태의 붕어인 만큼 수술 전 마취를 하거나 기절을 시키는 과정도 필요하다. 마취나 기절은 해부 작업 시 붕어의 움직임을 예방하는 차원도 있지만, 이 과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해부 과정에서 다량의 혈액이 흘러나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마취는 어류 전용 마취제가 섞인 물에 붕어를 담그고 10~30분 정도 지나 붕어의 움직임이 멈추길 기다리기만 하면 되지만, 기절의 경우는 다소간의 기술이 요구된다. 이는 정확한 위치 선정이 이뤄져 신속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 붕어의 퍼덕거림으로 어체가 손상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곳 등의 뾰족한 물건으로 붕어의 뇌를 정확히 찔러 혼절시키는 방법인데, 일종의 뇌사 상태를 유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이번 해부 과정에서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병행하였는데, 다소간의 마취 상태에서 기절을 유도하였으므로 의외로 쉽게 진행될 수 있었다.

 

좌) 붕어 해부 준비물. 전자저울과 수술용 장갑, 메스, 가위, 송곳, 핀셋 등이 필요하다. 학습 교재용 붕어 해부 모형도는 실제 붕어와 차이가 많았다. 우)해부 전 수조에 어류 전용 마취제를 섞는다. 완전한 마취 상태까지 붕어 크기나 마취제 양에 따라 5~10분 가량 걸린다.

 

불룩한 뱃속은 모두가 지방질
복부비만 원인은 생식소 이상?
 
애초 이번 해부의 목적은 4짜 산란 붕어의 알을 관찰하는 데 있었다. 대형 붕어의 산란 양이나 알의 숫자 등이 기존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이를 밝혀내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그 대상 또한 영양 상태가 좋고 배가 불룩한 혹부리 붕어를 선택했던 것.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는 의외였다. 그간 수많은 대형 붕어를 해부해 본 필자로서도 놀라지 않을 수 없는 특이한 형태의 붕어 내부를 관찰하게 된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4짜 혹부리 붕어의 뱃속에는 알 대신 지방질이 가득 차 있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 그 정도가 일반적으로 ‘살찐’ 수준을 넘어서 부레를 제외한 내장이 온통 지방으로 둘러싸인 형태였다. 창자 등의 내부 기관이 기름에 싸여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을 정도의 비만이었는데, 이는 자연산 붕어에게서는 매우 보기 드문 경우라 할 수 있다. 간혹 양식붕어의 경우 지방 성분이 많이 함유된 사료 섭취로 인해 이와 비슷한 경우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치열한 먹이 경쟁과 열악한 자연 환경을 극복하며 살아가야 하는 자연산 붕어에서는 거의 발견된 사례가 없는 것이다.
산란의 징후까지 확인한 후 해부에 들어갔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방질을 거둬내며 알집을 찾아보았으나, 알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알뿐 아니라 두터운 지방층으로 인하여 창자 등의 다른 내장 기관도 확인이 쉽지 않았다. 이는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양의 지방이 붕어 내부에 축적되었는지를 가늠케 하는 부분이다.
붕어의 이러한 비정상적인 비만을 놓고 수많은 추측이 가능하겠으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혹부리 붕어가 살아왔을 서식처의 풍부한 먹이 환경이다. 동물성 먹이가 풍부한 환경에서 비교적 경쟁이 없는 원활한 먹이 활동을 누려왔다고 볼 수 있다. 해부 시 단단한 육질을 과시했던 두툼한 살점이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어준다.
의문을 갖게 하는 부분은 생식소의 존재 여부-. 분명 항문을 통해 산란의 징후가 관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알의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는 생식소가 퇴화 혹은 미발달되었거나, 존재했더라도 그 크기가 매우 작았음을 의미한다.
붕어의 수명이 보통 10~15년(지금까지 필자가 감식해 본 붕어 중 최고령은 16살이었다)임을 감안할 때 노화로 인한 자연 소멸이라 보기는 어려운 상황. 선천적이거나 후천적 원인에 의한 생식 기관의 이상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더불어 이러한 생식 기관의 문제가 붕어의 영양 소비 메카니즘에 영향을 끼쳐 비만을 부추겼다는 추측도 가능해진다. 실제로 산란을 위한 붕어들의 왕성한 식욕은 대부분 알 생성에 필요한 영양 공급을 위함이다.
물론 여기에는 계절적인 요인 또한 한몫 거들었음이 틀림없다. 상대적으로 먹이 환경이 열악한 겨울을 대비해 붕어들은 가을철에 몸집을 키우기 마련. 혹부리 붕어가 낚인 1월 초순은 아직 겨울 추위를 한참 남겨둔 시기였기에 ‘겨울나기용’ 에너지원이 축적된 상태였다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번 혹부리 붕어의 복부비만(?)이라는 다소 황당한 해부 결과는 간척호의 풍부한 먹이 환경과, 계절적 요인, 붕어 개체의 생식소 이상이라는 우연찮은 세 가지 여건의 합치에서 온 이색적인 사건이라 할 수 있다.
어찌되었거나 배가 통통하게 부어오른 혹부리 토종붕어의 큼지막한 알집을 볼 수 없었던 점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붕어의 불룩한 배를 보며 항상 가득 찬 알들을 떠올렸던 우리 꾼들의 붕어 상식에는 또 하나의 신선한 지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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