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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의 대물 스타’ 잉붕어
2005년 05월 1410 1590

‘대물꾼’ 차종환의 붕어 탐구(5)


 

 

‘비운의 대물 스타’ 잉붕어

 

차종환 <붕어연구소ㆍ「실전 붕어대물낚시」저자>

 

 ▲잉붕어는 대형 월척붕어를 연상시키는 생김새로 90년대 말부터 유료터를 중심으로 보급돼 나갔다.

 

90년대 중반 이후 대물에 관한 꾼들의 관심 증가와 더불어 낚시 매체에 자주 등장한 단어 중의 하나가 바로 ‘해프닝’이다. 하나의 소동으로 끝날 수밖에 없었던 이들 사건 중에는 그야말로 꾼들의 귀를 의심케 하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는데, ‘5짜’니 ‘6짜’니 하는 초유의 기록어를 넘어서 심지어는 ‘8짜 붕어 소동’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러한 기록어의 진위 여부를 가리는 논쟁에서 감초처럼 빠지지 않고 등장한 비운의 스타가 있으니, 바로 ‘잉붕어’다. 말 그대로 잉어와 붕어의 교잡종인 잉붕어. 하지만 아쉽게도 이에 관한 국내의 연구는 전무하다 싶을 정도로 미흡한 상태다. 담수어 교잡에 관한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진 중국의 관련 자료를 참고, 아직까지도 그치지 않고 있는 잉붕어에 관한 몇 가지 논란들에 접근을 시도해 봤다.

 

1980년 중국에서 첫 인공부화 성공
1997년 수입자율화 조치로 국내 입성

 

그간 언론에 보도된 잉붕어에 관한 대부분의 기사는 토종붕어나, 그 밖의 외래종·교잡종 붕어들과의 구분법이었다. 그것이 잉붕어에 관한 가장 기초 지식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 밖의 사실에 관해서는 별반 알고 있는 바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잉붕어의 인위적 생산은 유난히 담수어를 즐겨 먹는 중국에서 비롯됐다. 중국 호남사범대학과 호남성 수산연구소, 호남 호음현 동호어장에서 1980년 공동 연구 개발로 붕어 암컷과 잉어 수컷의 교잡종인 잉붕어를 탄생시킨 것. 이 교잡종은 몸집이 풍만할 뿐 아니라 내장의 함량이 적고 상대적으로 육질이 많았다.
성장 속도 또한 일반 붕어의 3~4배에 달해 상품성 높은 ‘생선(?)’으로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었다. 음식의 재료로 사용하는 붕어와 잉어의 장점만을 부각시킨 슈퍼 생선인 셈이었다. 당시 연구진이 발표한 잉붕어의 생물학적 특성을 보자.

‘잉붕어의 외형은 붕어와 같지만 머리가 작고 몸집이 크며, 몸은 전형적인 붕어 비늘로 덮여 있다. 입 주위에 짧은 수염이 있는 것도 있고, 심지어는 완전히 퇴화된 것도 있으며, 색은 어두운 주황색이나 황금색이다. 잉붕어는 저층 어류로 먹이가 풍부하고 수질이 비옥한 환경에서 성장한다. 성격이 온순하고 별도의 둥지를 틀지 않으며, 연못의 물을 흐리게 하여 포획이 용이하다. 병에 대한 저항력이 높고 저온 및 저산소에서의 적응도 뛰어날 뿐 아니라 양식 시 활착률이 높다.’

중국산 양식 잉붕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97년 경. 유료낚시터에 중국산 붕어가 처음 도입되던 시기와 거의 같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잉붕어는 잉어ㆍ향어낚시터 중심의 대물 손맛터 위주로 빠르게 퍼져 나갔고, 그 결과 2005년 현재 대부분의 양어장 낚시터에서는 물론이고 이미 일반 저수지에도 상당 부분 번져 생태 교란의 주범으로까지 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냉전 종식에 따른 중국과의 외교 수립, 우루과이라운드로 인한 수입자율화 조치, 당시 국내 양식 민물어종의 집단 폐사, 가두리 양식장의 철수 등등은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중국산 잉붕어의 입성을 예고하는 우연찮은 연속의 사건들이라 할 수 있다.

 

자연교배 확률 높을 수도
잉어ㆍ붕어의 산란 환경이 변수
 
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잉붕어가 등장하기 전까지의 우리 생태계는 어떠했을까? 지난 98년 8월 중랑천에서 5짜 잉붕어가 낚였을 때 낚시계의 관심은 녀석의 출신 성분에 쏠렸다. 물론 그것이 자연 상태에서 교배된 토종 잉붕어였는지, 아니면 당시 한참 번지기 시작했던 중국산 잉붕어의 우연찮은 유출이었는지는 지금까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찌되었건 이후로 잉붕어와 관련된 대물 붕어 소동은 끊이질 않았고, 잉붕어의 자연 교잡 확률에 관한 의문도 증폭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아직까지도 잉붕어의 자연 교잡 확률에 관하여서는 그 누구도 단정적인 수치를 제공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확률의 문제를 떠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자연 상태에서의 잉붕어 교잡은 분명 가능하다는 것이다.
90년대 이전에도 우리 생태계에는 분명 적지 않은 잉붕어가 존재했다고 보여진다. 다만 당시에는 그것을 낚기가 쉽지 않았을뿐더러, 설사 낚였다 하더라도 그것이 잉붕어라고 알아차릴 만한 상식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탓에 언론에 부각이 안 되지 않았나 싶다.
필자가 이번에 열람한 중국의 양식 관련 논문에도 ‘붕어와 잉어의 자연교배는 사실상 힘들어 반드시 인공수정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잉붕어의 대량 생산을 염두에 둔 연구 논문임에 주목해야 한다.
잉붕어의 자연 교배 확률에 있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잉어와 붕어의 산란 환경이다. 잉어와 붕어는 각기 다른 시기와 수온에서 산란을 치르게 되는데, 보편적으로 잉어의 산란은 붕어보다 2개월 늦고, 수온도 작게는 5℃, 크게는 10℃ 이상 높아야 산란이 이뤄진다. 그밖에도 잉어가 선호하는 서식 환경이 붕어와 다르다는 것 또한 잉붕어의 자연교배 확률을 낮춰 잡는 이유 중의 하나다. 잉어는 모래나 자갈 또는 마사토가 섞여 있는 깨끗한 바닥, 혹은 장애물이 없는 완경사 등을 좋아하며, 활동 수심도 붕어보다는 대체로 깊은 편이다.
하지만 잉어나 붕어 모두 산란은 수초밭이나 장애물을 중심으로 이뤄지며, 붕어의 산란 시기는 그간 언급했듯 다양한 변수로 인해 그 기간이 반드시 3~4월로 한정되지 않는다. 장소와 시기만 중복된다면 잉붕어의 자연 교배는 이뤄질 수 있으며, 그 확률은 그간 막연하게 얘기되던 ‘몇 백만분의 일’보다는 훨씬 높다고 본다.
실제로 중국에서 이뤄지는 잉붕어의 교잡 기법은 PG와 HCG라는 산란 촉진제를 이용해 잉어와 붕어의 발정 시기를 조절하는 것 말고는 활착률을 높이기 위한 다른 특별한 기술이 요구되지는 않는다. 이는 자연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잉붕어 교잡이 가능하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일반 양식장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잉붕어 교배가 종종 발견돼 온 바 있다.
단순한 대물 논란을 넘어 우리 생태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짜 ‘사건’이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해서라도, 잉붕어 자연교배에 관한 명확한 확률 수치는 어류 전문가들이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좌)잉붕어는 비늘모양과 전체 체형에서 붕어와 많이 닮았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모든 측선이 잉어처럼 비늘 앞쪽에 치우쳐 있다. 우)토종 붕어의 자태. 측선(검은 반점)의 위치가 비늘 가운데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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