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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의 생존능력(生存能力)
2005년 06월 879 1594

 ‘대물꾼’ 차종환의 붕어 탐구(6)

 


 

붕어의 생존능력(生存能力)

 

붕어의 지하벙커 ‘뻘’-수분ㆍ온도 적당하면 수개월 버텨


차종환 <붕어연구소ㆍ「실전 붕어대물낚시」저자>

 

 ▲서산 지곡면 덕적골 둠벙. 갈수기 때면 자주 바닥을 드러내는 곳이지만 봄ㆍ가을에 월척이 배출된다. 바닷가에 바로 근접해 있으며 완전 뻘 바닥으로 침수수초와 정수수초도 잘 어우러져 있다.


‘극한의 곤경에 처했음’을 뜻하는 사자성어 중에 학철부어란 말이 있다. <장자(莊子>의 외물(外物) 편에 나오는 이야기로, 부어(   魚, 붕어)라는 물고기 이름이 처음으로 등장한 문헌으로도 알려져 있다.
집이 가난한 장주(莊周-장자의 이름)는 몇 날을 굶다 못해 어느 날 감하후(監河侯)라는 사람에게 곡식을 빌리러 갔다. 딱히 거절할 핑계를 찾지 못했던 감하후는 이렇게 말했다.
“도와주겠네. 2~3일만 있으면 식읍(食邑)에서 세금이 올라오는데, 그때 3백금을 융통해 줄 테니 기다리게.”
당장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인 장주는 화가 나 얼굴빛을 붉히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가 이리로 오는데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있어 뒤를 돌아보니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
국에 물이 괴었고, 그 안에 붕어가 있었다네. 그 붕어는 약간의 물만 있어도 자신을 살릴 수 있으니 자신을 좀 도와달라고 했지. 그래서 나는 남쪽 오월(吳越)의 왕에게로 가서 촉강(蜀江)의 물을 보내주겠다고 했지. 그랬더니 그 붕어는 불끈 성을 내며 차라리 건어물전에 가서 자기를 찾으라고 하더군.”

 

바닥 드러낸 저수지, 몇 달 만에 월척 배출
완주 지암방죽에서 뻘 파고드는 붕어 목격

 

지난 2004년 10월 보령 주산면 용제지는 제방권 준설과 함께 현지인들이 그물로 저수지를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결국 용제지는 일주일 후 전체 바닥을 드러냈으며, 많은 꾼들이 용제지 낚시는 당분간 불가능할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2005년 4월 말 용제지 우안 중상류에서는 20~33cm급 붕어 다섯 마리를 비롯해 60cm급의 가물치가 출현했다. 그 사이 외부에서 새로이 유입된 것들이었을까? 불과 몇 달 만에 월척급 붕어가 새로이 자랐을 리는 없을 터인데….
아마도 많은 꾼들이 이와 비슷한 사례를 들어보거나 경험한 적이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갈수기 때 완전히 물이 말라 한두 달 이상 바닥을 드러냈던 저수지에서도 물이 차고 나면 금세 굵은 씨알의 붕어들이 낚이기도 한다.
이 붕어들은 어디에서 새로이 나타난 것일까? 전후 사정으로 보아 외부 유입이 불가능한 정황이었다면? 당연히 그들은 본래 그곳에서 살고 있던 붕어들이었다고 추측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실제로 그 증거를 경험한 바 있다.
2001년 10월 18일, 완주군 용진면 지암방죽에서 다수의 월척이 낚였다. 이를 본 현지 주민들은 그 곳 붕어들을 노리고 그 해 겨울 방죽의 물을 빼내기 시작했다. 필자가 그 때 물이 거의 다 빠진 제방 우측 모서리에서 발견한 것은 뻘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붕어들이었다. 그들은 서서히 줄어드는 수심에 불안을 느끼며 땅 속으로 은신 중이었던 것이다. 본능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낀 붕어들의 ‘후일을 도모키 위한’ 처절한 생존의 현장이었다.
최근 몇 년 동안 거의 매해 호황 소식이 들려오는 전남 장흥 포항지의 경우도 지난 2001년 가을, 저수지 한복판을 사람들이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바닥을 드러냈었다. 바닥을 드러낸 기간이 길지 않아 대부분 꾼들이 그 사실을 모르고 지났지만, 이후 초겨울에 비가 내리자 곧바로 대박 조황이 이어졌다. 당해 필자가 포항지 바닥을 확인한 것이 정확히 10월 18일이었는데,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그해 12월 10일 제방권에서 다수의 월척이 낚인 것이다. 뻘 속에 숨었던 붕어들이 물이 고이기 시작하면서 다시 활동을 재기한 사례가 아닐 수 없다.
물론 물이 빠지는 모든 수계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단 물이 빠지는 속도가 붕어들이 은신을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느린 속도여야 하며, 아무리 천천히 물이 빠지더라도 바닥이 단단한 마사토라면 이러한 생존 전략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개펄 바닥인 섬 둠벙의 경우, 낚시인들의 조황을 본 현주민들이 아무리 물을 빼고 싹쓸이를 하려 해도 단 한 마리의 붕어가 나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미 모든 개체가 바닥 뻘 속으로 은둔한 탓이다.

 

위. 아래)보령 주산면 용제지. 2004년 10월 제방권 준설과 함께 그물로 싹쓸이 불법어로를 하는 장면. 일주일 후 전체 바닥을 드러냈으나 지난 4월 월척급 붕어가 배출됐다.

 

붕어들의 마지막 지하벙커 ‘뻘’
수분 온도 적당하면 수개월 버텨
 
그렇다면 과연 붕어들은 그렇게 뻘 속에 처박혀 얼마를 버틸 수 있을까? 이에 관한 명확한 자료는 없지만 필자의 경험으론 최소 1개월에서 6개월 정도까지는 생존이 가능하다고 본다. 대체로 그 기간 안에 한두 번 이상의 비가 내리기 마련인데, 그로 인해 다시 완벽한 부활(?)의 기회를 맞게 되거나 뻘 속 사투 기간이 연장되기도 한다.
이쯤 되면 ‘약간의 물만 있어도 살 수 있다’는 붕어의 질긴 생명력이 단지 옛 중국의 우화에서만 국한되는 일은 아닐 듯싶다. 실제로 필자가 키우는 수족관 붕어들은 1년 이상 아무런 먹이를 먹지 않고도 생존한 바 있으며, 이는 설사 물 속에 서식했을 미세 먹이 플랑크톤을 감안하더라도 제한된 수계에서는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같은 붕어의 ‘뻘 속 생존 전략’은 낚은 붕어를 오랜 시간 신선하게 보관, 이동할 수 있는 방법으로도 응용될 수 있다. 날만 선선하다면 낚은 붕어를 젖은 수건으로 살짝 덮어주기만 해도 짧게는 4시간에서 길게는 24시간까지 살려 보관할 수 있다.
이는 별도의 산소기가 없는 커다란 수족관에서도 불과 몇 시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와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기온이 높을 경우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붕어의 생존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산소기가 없는 수족관의 경우 짧게는 30분 안에, 길어봤자 3시간이면 죽게 된다. 하지만 물수건으로 덮을 경우 얼음만 살짝 곁들인다면 한 여름철에도 8시간 이상 붕어를 살려 보관할 수 있다. 물론 이럴 경우라도 붕어 여러 마리를 쌓아 겹쳐 놓게 되면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극한 상황에서 붕어의 생존 필수조건으로는 약간의 수분과 산소, 그리고 선선한 기온을 꼽을 수 있겠다. 물이 말라가는 저수지 바닥 뻘층의 경우 이러한 세 가지 요소가 비교적 적절히 배합된 환경이라 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붕어의 기이한 생존 방식이 가능해진다.
축축이 젖어든 흙 사이로 은근히 스며드는 산소와 수분이 서서히 증발되며 빼앗기는 기화열로 선선함을 유지할 수 있는 뻘 속 환경-. 붕어들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지하 벙커로 손색이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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