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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의 나이와 수명
2005년 10월 1696 1615

 ‘대물꾼’ 차종환의 붕어 탐구(10)


 

붕어의 나이와 수명

 

어류의 블랙박스 이석(耳石)과 비늘로 추적

 

차종환 <붕어연구소ㆍ「실전 붕어대물낚시」저자>

 

 ▲고창 벽송소류지에서 낚인 51cm 붕어 비늘을 현미경 250%로 확대한 사진. 판독의 편의를 위해 노란색 물감을 가미했다.

 

붕어의 나이나 수명에 관한 이야기가 전설에 가깝던 시절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 전의 일만도 아니다. 80년대 중·후반, 이른바 ‘국민 낚시터’로 각광받던 충추호 시절 이전만 해도 붕어, 특히 월척을 넘는 대물급의 나이는 꾼들의 상상력에 당겨져 고무줄처럼 늘어나기 일쑤였다. 하지만 85년 담수가 시작된 충주호는 88년 월척을 뱉기 시작해 89년 월척 전성시대를 누리며 항간에 떠돌던 ‘10년 월척설’에 마침내 종지부를 찍어 주었다.
이후에도 대물 붕어에 관한 꾼들의 관심 증가와 언론 매체의 발달, 낚시의 과학화와 꾼들의 원활한 정보 교류 등이 어우러져 붕어의 나이와 수명은 서서히 그 진실을 드러내기에 이르렀다.

 

충주호 시절의 ‘10년 월척설’
6짜 붕어의 나이는 10~11살?

 

1985년 9월 충북 음성 육령지에서 낚인 60cm 붕어의 비늘 감식 결과는 10~11살이었다. 당시만 해도 꾼들의 반응은 ‘10년 만에 붕어가 빨리도 자랐다!’고 경탄했으니, 붕어 나이와 성장에 관한 추측이 얼마나 막연했던가를 반증한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2000년 5월 철원 토교지에서 발견된 두 마리의 6짜 붕어(61cm, 62.2cm)의 나이는 각각 6,7세로 판명됐다. 당시까지도 일각에서는 이들 붕어의 나이가 13~17살이라고 발표될 정도였으니, 대물 붕어에 대한 근거 없는 ‘어르신 대접’이 최근까지도 계속돼 온 셈이다.
대물 붕어는 분명 낚시에서 희귀성이 강한 귀한 존재임에 틀림없으나, 크다고 해서 무조건 수십 년을 살아온 영물일 수는 없는 일이다. 아직까지 학술적으로 명확히 발표된 바는 없으나 붕어의 실제 수명 또한 그처럼 오래되지는 못한다.
이제껏 언론을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된 고령의 붕어들은 10세 안팎이었으며, 필자가 개인적으로 봐왔던 대물들 또한 그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본 연재 3편(2005년 3월호) 내용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필자가 확인한 최고령 붕어는 16세.
메기류와 함께 장수 어종으로 꼽히는 잉어의 경우 수십 년을 넘게 사는 사례가 자주 보고되지만, 아직까지 붕어에선 그런 기록은 없다. 얼핏 같은 잉어과인데 그처럼 차이가 많이 날까 하고 붕어의 장수에 은근한 기대를 걸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어류의 수명 일반에 비춰볼 때 붕어의 평균 수명은 그다지 길지 않을 듯하다.
일반적으로 어류의 수명은 그 개체의 크기와 비례하는 성향을 보인다. 송사리·빙어 등과 같은 소형 어류는 대부분 수명이 1~2년 이하로, 짧은 기간에 번식을 마치고 생을 마감한다.  30cm 전후 크기를 가진 어류의 수명은 보통 수년~10년 정도로, 망상어가 3년, 참조기가 4~5년, 산천어·고등어 등의 어류들 또한 5~8년의 수명이 보통이다.
물론 어떠한 어류의 정확한 나이나 평균 수명을 산출하기가 생각처럼 쉽고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어류의 연령 측정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사육법, 표식방류법 등의 직접법과 피터슨법(체장 빈도법), 연속수집법, 연령형질법 등의 간접법이 그것이다.
그간 언론을 통해 밝혀진 모든 붕어의 나이는 간접법 중에서도 연령형질법으로만 측정된 것들로, 이러한 자료들만 놓고 보면 붕어의 평균 수명은 10~15년 정도로 추측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연령형질법에 의한 통계의 하나일 뿐, 보다 정확한 붕어의 평균 수명을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표본조사와 직접법, 여타 간접법들의 병행을 통한 연령 사정이 종합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보령 영보저수지 산(産) 붕어(참고 사진).

 

연령형질법의 두 키워드
붕어 비늘과 이석(耳石)

 

그렇다면 지금까지 연령형질법으로 측정된 붕어의 나이는 과연 얼마나 정확했을까? 10여 년 전 낚시춘추가 전국 각지에서 낚인 월척급 붕어들의 연령을 사정한 결과, 그 평균 나이는 5살 정도였다.
당시 표본은 4짜가 총 3마리였는데, 9년생 46cm와 5~6년생 40cm급이 전부였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02년, 타 낚시잡지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도가 이뤄졌는데, 이 때 집계된 월척의 평균 나이는 2~3세. 당시에는 10여 마리 이상의 4짜 비늘도 함께 분석되었는데, 이들의 평균 연령은 4~5세였다.
불과 몇 년 간격을 두고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조사에서 이와 같은 차이가 났던 이유는 무엇일까?(참고로 필자 개인의 자료 수집 결과는 10여 년 전의 조사 수치에 더 근접해 있다)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연령형질법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가 요구된다.
연령형질법이란 어류의 비늘이나 이석 등의 굳은 조직에 침착된 성장 기록을 판독하여 연령을 사정하는 방법으로, 가장 쉽고도 현실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연령이 많은 어류의 경우 실제 나이가 되는 연륜(年輪)과 비늘에 나타난 다른 신호인 위연륜(僞年輪), 산란기호 등의 구분이 명확하지 못해 많은 오차가 생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연령형질이란 그 동물의 연령을 지시하는 특질을 갖춘 형질을 의미하며, 비늘·이석·척추골·상후두골·새개골·쇄골·지느러미줄기 등이 이에 해당된다. 비늘 다음으로는 이석과 척추골이 자주 이용되며, 다른 연령형질의 경우 특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이용된다.
비늘은 피부 중에서도 표피가 아닌 진피가 변화된 것으로, 어류의 대표적인 연령형질 중 하나이다. 그 동안 대부분의 붕어 나이는 이 비늘을 통해 사정되었다. 단백질과 칼슘의 성분이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성장률에 따라 그 간격을 달리해 가며 축적되어 가기 때문에 이를 통한 연령사정이 가능해진다.

 

▲ 보령 영보저수지에서 낚인 33cm 재생 비늘

 

‘가슴지느러미 뒤의 옆줄 비늘’ 측정해야
노년기 붕어 마지막 1~2개 판독 주의!

 

육안으로도 그 나이테를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으나 경우에 따라서는 현미경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붕어의 성장이 거의 멈추다시피 한 노년기에 생성된 마지막 1~2개의 윤문들은 전문가들조차 그 판독에 주의를 요한다. 특히 원 비늘이 빠져버린 자리에 새롭게 난 재생비늘에서는 제대로 된 윤문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연륜을 통한 나이 분석이 가능한 것은 겨울철 성장이 나쁜 휴지대(나이테 간격이 좁다)와 봄~가을 성장이 좋은 성장대(간격이 넓다)가 일정한 주기를 갖고 반복되기 때문이다. 1년 주기의 휴지대가 바로 나이를 판별하는 연륜에 해당하며, 비늘에서는 상대적으로 진한 선으로 나타난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어류의 비늘에서는 연령형질 외에도 다른 여러 형질을 볼 수 있는데, 연령형질과 이들 다른 형질들의 구분이 연령사정법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비늘에 나타나는 초점·중심판·성장선·휴지대·연륜·위연륜·산란기호·골(groove)·경계선·망목대 등의 형질 중에서 특히나 위연륜과 산란기호는 실제 나이가 되는 연륜과 자주 착각되는 형질들이다.
위연륜(僞年輪)은 환경조건 또는 체내 생리조건의 일시 변화에 따라 일어나는 비늘의 부분적인 흡수 또는 손상으로 부정기적으로 형성되어지는 주기성 없는 윤문(輪紋)을 말한다. 산란기호는 비늘 위에 남는 생식의 영향에 의한 흔적, 예를 들어 연어가 강을 올라오는 시기에 먹는 것을 중지하면 비늘에 흡수현상이 일어난다.
생식이 끝나면 동시에 흡수현상도 정지되는데, 흡수된 부분의 흔적이 비늘 표면에 남게 된다. 비늘 초점을 중심으로 방사상으로 나타나는 골 또한 연륜과 헷갈리지는 않지만 비늘 관찰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형질의 하나다.
따라서 비늘로 붕어의 정확한 나이를 알기 위해서는 수많은 비늘 중에서도 손상 확률이 낮은 가슴지느러미 뒤쪽의 비늘, 그 중에서 옆줄(側線)이 있는 부위의 큼지막한 비늘 몇 개를 동시에 판독하여 그 결과가 일치할 때에만 수치로 인정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다.

 

▲붕어연구소 수족관에 사육하던 30cm급 붕어에서 채취한 이석(耳石). 지름이 약 6mm에 달했으며 육안으로는 나이 식별이 불가능했다.


어류의 블랙박스 ‘이석(耳石)’
비늘보다 정확한 생태 정보 저장

 

어류의 평형감각기관인 이석(耳石, otolith)은 비늘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많은 생태 정보를 갖고 있어 이른바 ‘어류의 블랙박스’로 불린다. 이석은 경골어류의 내이를 구성하는 주머니들 내부에 들어 있는 돌들의 총칭으로 각 주머니(통낭·소낭·과상체)의 내벽에서 나오는 분비물에 의해 형성된다.
주요 성분은 칼슘과 단백질로 1/100mm도 안 되는 작은 돌가루와 같은 입자들이 쌓여 만들어진다. 부화 시기나 난황 흡수가 끝나는 시기에 어체에 최초 형성되어 매일 한 개씩의 나이테를 생성하므로 이른바 ‘성장기록표’로써의 정밀도와 정확성 면에서 그 어떤 정보보다 확실하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크기가 작고, 그 분석 또한 어류에 관한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고는 쉽지가 않아 일반 낚시인들이 붕어 연령사정에 이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그 분석 원리는 비늘과 비슷하여, 겨울철에 형성되는 좁은 투명대(비늘의 휴지대에 해당)와 여름철에 형성되는 넓은 불투명대(비늘의 성장대에 해당)의 구분으로 연령사정이 가능하다. 
이석 중에서도 연령사정에 사용되는 이석은 소낭에 들어 있는 편평석(扁平石)으로, 상대적으로 가장 큰 편이다. 흔히 우리가 생선찌개를 먹다 명태 등의 대가리 부위를 발라 먹을 때 나오는 흰색 돌 모양의 조그마한 뼈가 바로 편평석이다.
그 모양과 절대 크기에 있어서는 어종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비활동적인 어류가 활동적인 어류보다는 큰 이석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몸놀림이 잦고 빠른 고등어의 이석은 직경이 2mm, 움직임이 점잖은 심해 대구의 이석은 10mm에 이르며, 지난 9월 10일 붕어연구소에서 측정한 30cm급 붕어의 이석은 그 크기가 약 6mm였다.
모든 어종의 이석 정보가 비늘이 제공하는 정보보다 정확하고 유용하다 볼 수는 없다. 다만 붕어 연령사정에 있어서만큼은 이석의 활용이 지금보다 더 활성화되어 비늘 분석과 함께 이용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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