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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도 병나면 요양지 찾아 나선다
2005년 11월 874 1620

 ‘대물꾼’ 차종환의 붕어 탐구(11)

 


 


붕어의 질병(上)

 


붕어도 병나면 요양지 찾아 나선다

 

밋밋한 평지지보다 계곡지가 요양처로 유리


차종환 <붕어연구소ㆍ「실전 붕어대물낚시」저자>

 

▲특별한 외상 없이 죽어 떠오른 월척 붕어. 심한 녹조로 인한 급격한 산소부족이 한 이유일 수 있다.

 

사람이나 붕어나 생로병사는 피할 수 없다. 생명체라면 누구를 막론하고 태어나서 늙고 병들어 죽기를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주요 사망 원인은 암을 비롯한 주요 5대 질병으로, 전체 사망자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한다.
붕어의 경우는 어떨까? 사실상 수많은 어린 붕어들은 질병에 걸리기도 전에 생을 마감한다. 사실은 이미 눈을 뜨기도 전인 알 상태에서 상당 부분이 소실되어 생로병사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수온과 용존산소량의 급격 변화
어류에게 치명적, 떼죽음 원인도

 

하지만 지난 호 기사에서도 밝혔듯, 정상적으로 살아남아 성장하게 되는 붕어들의 수명은 10년 이상. 이들은 사람처럼 평생을 수많은 질병과 그 밖의 삶의 위협으로부터 저항하며 살아남은 전사(戰士)에 다름 아니다. 이번 호와 다음 호 2회에 걸쳐 이들 붕어들의 질병과 주요 사망 요인을 현장을 뛰는 낚시인의 시각과 경험에서 접근해 봤다.
낚시를 다니다 보면 물가에 붕어가 죽어 떠올라 있는 모습이 목격될 때가 있다. 이들 붕어는 과연 왜 죽었을까? 외상이 심하거나 아예 부패해 형체를 알아보기 힘든 상태도 있지만 외관상 멀쩡한 경우도 많다. 외관이 멀쩡하다면 일단 포식자에 의한 공격이나 질병을 사인(死因)으로 보기는 어렵다.
붕어를 사망에까지 이르게 하는 질병의 대부분은 그 증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미 사망에 이르렀을 때에는 더욱 명확히 나타난다. 복부가 팽창되었다든가, 안구가 돌출되었다든가, 아니면 아가미나 비늘에서 출혈이나 반점, 궤양, 이물질 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자연 상태에서 외관이 멀쩡한 붕어가 죽어 떠올랐다면, 1차적으로는 산소 부족을 그 요인으로 추정할 수 있다. 실제로 자연지 붕어의 떼죽음은 상당 부분이 산소 부족 때문이다.
물론 산소 부족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 인위적ㆍ자연적 요건이 따를 수 있으며, 지난  9월호에 언급했던 녹조 발생으로 인한 산소량 감소도 그 한 가지 예다. 또 드물기는 하지만 알이 가득 찬 대형 붕어가 서식여건이 아주 좋은 산란장에서 죽은 채 발견되었다면, 이는 노화로 인한 죽음일 확률이 높다.
붕어는 수온에 따라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때문에 지상에 사는 항온동물보다는 방어 기능이 불완전하며 환경의 변화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수온과 용존산소량의 급격한 변화는 붕어를 비롯한 대부분 어류에게 치명적이다.

 

물속 산소량 공기 중의 1/33에 불과
반면 어류 산소소비량은 인간의 5배

 

공기 1리터(1,000cc)에는 약 200cc의 산소가 함유되어 있지만 담수 1리터(20℃ 기준)에는 약 6cc의 산소만 녹아 있다. 공기 중에 비해 물속의 산소는 약 1/33에 불과한 셈이다.
반면 산소 소비량은 사람이 체중 1kg당 1시간에 평균 100cc의 산소를, 활동성이 강한 어류(방어·참돔 등)는 체중 1kg당 1시간에 500cc의 산소를 소비해 산소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다 볼 수 있다. 또한 이미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용존산소량은 수온 상승이나 오염 물질의 유입으로도 급감할 수 있어 항시 변동의 가능성을 안고 있다.
이와 같은 질병 외적인 위협 요소에 비하면 실상 자연지 붕어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그 연구 자료 또한 미미한 수준이다. 지금까지 어류의 질병에 대해 발표된 논문이나 학술 저서의 내용들은 대부분 양식과 관련되어 있다. 실제로도 어류 질병의 대부분은 양식장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환경이 양호하지 못한 양식장에 비해 비교적 오염과는 거리가 먼 청정 서식처라 할 수 있는 자연지(노지)에서의  발병률은 그 1/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중 환경이 지상보다 더 많은 위험 요소를 안고 있기 때문일까? 붕어를 비롯한 어류는 특히 세균이나 병원체에 대한 생체 방어 기능이 매우 우수한 편이다. 자연지 붕어의 질병으로 인한 사망 빈도가 다른 요인에 비해 적은 이유 중의 하나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어류의 생체 방어 기능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비특이적 방어기능(불특정 병원체 일체를 차단함)이 하나이고, 특이적 방어기능(특정 병원체에 대한 항체 형성)이 다른 하나다.

 

붕어 점액, 강력한 살균물질 ‘시아릭산’ 함유
점액 생산 이상 빚으면 어류 저항력 감소

 

 ◀저수지에 도착해 용존산소량을 체크하고 있는 필자.

 

 

 

이 중에서도 낚시인이 알아둘 만한 상식으로는 점액, 비늘 등과 관련된 물리적 방어 기능(비특이적 인자)이 대표적이다. 말 그대로 물리적인 장벽으로 병원체의 침입을 방지하는 기능으로, 이로 인해 대부분의 병원체는 건강한 어류의 피부에조차 도달하기 힘들다. 붕어는 비늘과 점액 모두가 비교적 고르게 발달된 어종으로, 비늘이 퇴화된 어종일수록 표면은 더 많은 점액으로 뒤덮이게 된다.
붕어 표면의 점액은 여러 가지 물질의 혼합물로, 특히 그 중에서도 시아릭산(Sialic Acid)이라는 물질은 세균의 용균·응집·살균 작용에 탁월하다. 일반적으로 병원균은 강한 단백질 분해 효소를 무기로 생명체의 조직을 파괴하는데, 시아릭산은 병원균의 효소에 분해되지 않는 특수 당단백질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건 이러한 점액이 분비되지 않거나 손실될 경우 발병의 확률은 아주 높아진다. 자연 상태에서는 수온이 급격히 변화할 때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종종 점액생산을 중지시켜 어류의 저항력을 감소시킨다. 낚시인들이 잡은 붕어를 이송하거나 다시 방생할 때에도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점액질이 최대한 손실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일단 병원체에 감염된 붕어는 자연 상태에서는 거의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므로 치사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병원체의 종류에 따라 다르겠으나 바이러스성 병의 경우에는 90% 이상의 높은 치사율을 보일 때가 많다.

 

병에 걸린 붕어, 요양지 찾아나서
지형 다양한 계곡지 요양지로 제격

 

물론 그렇다고 하여 상처를 입거나 감염된 붕어들의 자연 치유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예로 병에 걸렸던 자연지 붕어가 장마 이후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아무런 치료 없이도 완쾌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물이 뒤집히면서 여러 가지 호조건(용존산소 증가, 황톳물 유입 등)이 형성되고 결국 붕어의 자연 치유를 가속시켰기 때문이다.
일단 병원체나 오염 물질, 산소 부족 등의 위험 요소에 노출되었을 때 붕어가 스스로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어 및 치유 행위는 보다 환경이 좋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상처나 질병, 중독 등의 상태를 자기 몸 스스로 회복할 수 있도록 최적의 요양지를 찾는 셈이다.
예를 들어 상·중·하류의 구분이 비교적 뚜렷하고 다양한 지형과 수심대를 지닌 계곡지의 경우, 이런 면에서 붕어 치유에는 매우 유리한 조건을 지닌다. 그러나 저수지 전역의 수심을 비롯, 서식여건이 비교적 고른 평지지의 경우는 오염 물질이나 세균이 급속하게 번지기 쉽다. 붕어 또한 이를 피해 회복할 장소를 찾기 어렵게 된다. 때문에 실전에서도 자연지에서 병들어 죽어간 붕어를 그나마 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은 주로 평지형 저수지들이다.
지난해 8월에는 국내 최초로 면허받은 ‘물고기 의사’ 40명이 배출됐다. 해양수산부가 실시한 제1회 수산질병관리사 국가면허시험이 치러진 것이다. 올해 배출된 43명의 합격자들과 합치면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83명의 ‘어의사(魚醫師)’가 있는 셈.
이들은「기르는 어업 육성법 시행령」에 따라 주로 양식업을 중심으로 한 어류의 질병 진료와 치료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차차 넓혀 차후에는 자연지 토속 어종, 특히 우리 붕어들의 자연 상태에서의 질병 연구에도 진일보된 성과가 있길 기대해 본다. 붕어의 존재 가치가 반드시 양식장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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