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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감고 물 속 지형을 그려 보세요
2006년 06월 718 1670

서찬수의 釣行釣探(6)



골로 이동한 붕어, 덕에서 먹이 사냥!


눈을 감고 물 속 지형을 그려 보세요

 

붕어의 생활공간인 물 속. 그곳에도 사람이 사는 도시처럼 붕어가 휴식을 취하는 집이 있고, 다니는 길이 있으며, 먹이를 구하는 음식점이 있다. 그런 물 속의 ‘붕어 도로’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골과 덕이다. 골이란 움푹 파인 곳이며 덕이란 불쑥 솟은 곳이다. 대체로 붕어는 이동할 때는 골을 이용하지만 먹이를 사냥할 때는 덕을 노린다. 따라서 당연히 골보다는 덕이 명포인트가 된다.

 

▲담수 전의 저수지. 마을 길이나 토사 운반용 도로가 덕 포인트로 각광받기도 한다.

 

언젠가 앞을 못 보는 장님의 낚시를 본 적이 있다. 그는 초릿대에 전해오는 어신을 손끝으로 파악해 연신 붕어를 낚아 올렸는데 그 솜씨가 가히 일품이었다. “앞이 안 보이는데 어떤 식으로 포인트를 잡습니까”하고 물었더니 그는 “봉돌을 달아서 여기저기 던져보면 물속의 지형이 머리 속에 그려지고 그러면 어떤 자리에서 붕어가 입질할지 대충 감이 선다”고 했다. 나는 무릎을 쳤다. 나는 텅 빈 수면만 보고 낚시하지만 이 사람은 물 속의 지형을 투시하면서 낚시를 하니 당연히 나보다 더 붕어를 잘 잡는구나! 나는 그 장님으로부터 붕어낚시의 가장 중요한 비결을 깨달았다.
같은 포인트라도 누가 앉았느냐에 따라 낚싯대를 펴는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왜 이렇게 낚싯대를 폈습니까”하고 물어보면 나름대로 다양한 이유를 대지만 대개 수초의 유무, 수심의 변화에 따라 대 편성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낚시인이 물 속의 바닥지형을 정확히 읽어내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내 생각엔 그것이 가장 중요한데도. 꾸준히 낚싯대를 던져서 수중지도를 대충 그려낸 다음에 낚시자리를 잡는 것과 무턱대고 자리를 잡는 것의 차이는 다음날 아침 살림망의 무게로 확연히 드러난다.
바닥지형의 기본 형태는 골과 덕이다. 골은 저수지를 만들기 전의 원래 개울자리, 논두렁 아래, 바위 아래 등과 같이 내려앉은 곳이고, 덕은 반대로 솟아오른 자리다. 쉽게 말해 요(凹)와 철(凸)이다. 그 차이가 작게는 몇 cm, 크게는 몇 m의 수심에 이른다.
골과 덕이 없는 지형은 그저 밋밋할 뿐이다. 골과 덕의 중요성을 말하는 이유는 흔히 만나는 이 두 형태의 바닥 중 어느 것을 택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판이해지는 예를 수없이 경험했기 때문이다. 특히 바닥이 많이 드러나는 요즘과 같은 배수기엔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떡밥낚시도 솟아오른 덕이 명당

 

오래 전 진주시 진성면 상촌지에서의 일이다. 밋밋하게 얕은 수심에서 밤낚시를 했는데 변변한 조황을 거두지 못한 채 날이 밝았다. 철수하는 길에 물속의 작은 돌이 하나 눈에 띄었다. 40cm 크기의 구들장처럼 편평한 돌이었다. 며칠 뒤 다시 상촌지로 밤낚시를 들어간 나는 눈여겨 봐둔 그 돌 위에 미끼를 얹어 낚시를 시도해봤다. 거짓말 같은 일이 일어났다. 입질이 쇄도하면서 준척과 월척이 연속으로 낚였다. ‘저렇게 솟은 바위 위에는 새우가 많이 붙더라. 그렇다면 새우를 먹으러 온 붕어들이 저 바위 위를 더듬지 않을까’생각한 게 적중한 것이다.
다음날 일행 중 한 분이 그 자리에 앉아 내가 일러준 대로 똑같이 대를 편성했지만 자정이 가깝도록 입질 한 번 받지 못했다. 왜일까? 그 분의 자리에 가서 보니 좁은 바위 위에 미끼를 얹지 못하고 있었다. 바위 위의 수심과 바위 밑의 수심 차는 겨우 5cm! 그러나 결과는 너무도 큰 차이로 나타났다 .
나는 그와 유사한 경험을 수없이 했다. 의령군의 대신·덕암·갑을지, 진주시의 한골·어옥·용암지는 수초 하나 없는 맨바닥에서 돌멩이 하나의 차이로 큰 조과를 올린 곳이다. 같은 여건이라면 붕어는 조금이라도 높은 자리, 즉 덕을 중심으로 먹이 사냥을 벌인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대다수 낚시인은 습관처럼 골을 노린다. ‘조금이라도 더 깊은 수심에 큰 붕어가 있겠지’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골은 붕어가 오가는 이동로에 불과하며 정작 먹이를 사냥하는 곳은 덕이다. 골에 놓인 미끼를 붕어가 취할 수도 있으나 바닥 여건이 그것을 어렵게 한다. 움푹 파인 골에는 덕보다 퇴적물이 많이 쌓이기 마련이고 쌓인 흙은 썩게 돼 있다. 자연히 새우도 이런 자리를 피하고 바닥이 지저분해 붕어가 싫어하는 곳이 된다.
그에 비해 덕은 단단한 흙이나 돌로 이루어져 있어 바닥이 깨끗하다. 토질에도 영양이 풍부해 새우나 미생물이 많다. 그래서인지 붕어는 먹이 사냥터로 골보다 덕을 더 선호하는 것 같다.

 

돌, 갈대, 나뭇가지 역시 덕 역할

 

덕 포인트의 위력은 새우낚시가 아니라 떡밥낚시에서도 나타난다. 떡밥낚시를 하다보면 정확하게 투척이 안 돼 찌가 우뚝 솟는 경험을 누구든지 해 봤을 것이다. 다시 던지기 귀찮아서 내버려뒀는데 그때 입질이 나타나는 경험을 해본 적은 없는가? 우연히 찾아온 입질이라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곳이 명당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 우뚝 솟은 지점이 바로 덕이다.
함안군 파수면의 미산지는 1만7천여 평 규모에 평균 수심이 4m에 이르는 전형적인 계곡지다. 제방 우측의 물 내려오는 곳에 10평 규모로 평평하게 솟아오는 덕이 1급 포인트다. 덕의 초입에 찌를 세워 하룻밤에 월척 20마리를 낚기도 했다.
밀양 봉의지에도 그런 포인트가 명당이다. 제방 우측 도로변의 맞은 편 상류에 3평 크기의 덕이 있다.
골과 덕은 자연적으로 형성되기도 하지만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저수지를 만들 때 제방 근처에 골재를 운반하기 위한 임시 도로를 닦기 마련인데 그 도로가 물속의 덕이 되어 평상시엔 잘 드러나지 않다가 물이 빠지면 마릿수 포인트로 각광받기도 한다. 준설공사로 흙을 퍼내면 울퉁불퉁한 덕과 골이 또 새로 만들어진다. 장마철 큰 비가 내리면 약한 암반이 주저앉으면서 덕과 골이 형성되기도 하고 큰 물살로 자갈과 토사가 쓸려 내려가 새로운 덕을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골과 덕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대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고 4칸 정도의 긴대로 주위 수심을 체크하면 금세 알 수 있다. 수심 편차가 나는 곳이 있으면 그곳을 중심으로 골과 덕을 구분한다. 덕을 찾았다면 덕의 위치보다 조금 더 긴 낚싯대를 던져 넣은 뒤 채비를 조금 끌어당겨 덕 위에 올려놓는다.
평평한 돌을 발견했다면 그 위에 채비를 얹는다. 내 경험에 비춰보면 큰 돌은 가장자리에서 입질이 잦고 작은 돌의 경우는 어느 곳이든 상관이 없다. 바로 돌 위에 채비를 얹기는 힘드니까 돌 너머 투척한 뒤 끌어당긴다.
수몰나무 지대도 대부분 덕이다. 그런 곳은 주변보다 지대가 높고 땅이 단단하다. 수초가 많은 곳에서는 부들이나 갈대가 자란 곳이 덕이다. 이들 정수수초는 말풀이나 마름 수초보다 더 얕고 단단한 땅에 자란다. 말풀지대에서도 가능한 한 얕은 곳을 찾으면 입질을 받을 확률이 높다.
필자 연락처 : www.f303.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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