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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이 붕어의 생체시계를 바꾸었다!
2009년 11월 1586 1710

특별기고

유례없는 불황, 그 원인은 무엇인가?

 


 

 

극심한 가뭄이


붕어의 생체시계를 바꾸었다!

 

-밤낚시 고집하면 실패! 거의 모든 저수지가 ‘낮낚시터’로 전환

 

서찬수 갓낚시 창안자, 창원 세월낚시 대표

 

▲갈수상태의 함안 이룡지. 이곳도 역시 밤에는 꽝이었고 낮에 붕어가 낚였다.


지구가 변하고 있다. 국지성 폭우와 가뭄이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도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어떤 지역은 폭우, 어떤 지역은 가뭄이다. 올해부턴 우리나라도 장마라는 말을 없애고 우기라는 말을 쓰기로 했다고 기상청은 말한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바다에도 예전에 없던 어종이 나타나고 남해의 주 어종이 서해에 정착하며 살아가고 있다. 동해의 냉수성 어종은 거의 사라진 상태다. 민물의 변화는 어떤가? 작은 웅덩이의 민물고기 세계에도 서서히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다.
작년의 극심한 가뭄은 지구온난화의 대표적 징후이며 민물의 많은 것을 변화시켰다. 그 변화는 좋은 면도 있지만 나쁜 면도 있다. 좋은 점은 배스, 블루길, 황소개구리 등 외래종들이 가뭄을 견디지 못해 많이 사라진 점과, 뻘이 퇴적되어 죽어 있던 바닥이 햇빛에 소독되어 수생생물이 다시 소생하게 된 것이다.
나쁜 점은 올해의 조황이다. 예전 조황에 3분의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유는 뭘까? 
 
기후 변화와 토질 변화가 점진적 악영향

 

우선 나는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토질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기후 변화는 우리 땅의 식물에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더워진 기후로 인해 새로 나타나는 열대성 해충들, 그들을 박멸하기 위해 뿌리는 과다한 농약, 농약의 살포는 토질을 산성으로 변화시키고, 빗물은 땅 위를 흐르면서 흙 속의 약 성분이 저수지로 흘러들어 물고기 생장에 해를 입힌다.
수질은 점점 나빠지고 있다. 겉으로는 맑아졌을지 몰라도 물의 성분에는 많은 농약이 가미돼 있다. 나는 요즘 4짜를 넘어 5짜급 붕어가 빈번하게 낚이는 현상이 정상적인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일종의 토질 오염과 그에 따른 수질 오염이 야기한 일종의 기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앞으로는 더욱 크고 거대한 슈퍼붕어가 많이 나올 거라는 예감이 든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그다지 기쁘지 않고, 예닐곱치 붕어들이 성화(?)를 부리던 옛날이 그립다.
나는 개인적으로 작년의 가뭄이 붕어낚시에 호재로 작용할 줄 알았다. 말랐다가 다시 물이 찬 저수지에서 호황을 만난 경험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뭄은 생각보다 훨씬 길고 지독했다. 경남은 소류지가 많은 고장인데 작년의 가뭄으로 대부분 극심한 갈수나 고갈을 겪었다. 일 년 가까이 물이 없었던 소류지도 많다.
그러고 나서 올 한해, 붕어낚시는 유례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 가뭄에 붕어가 다 죽었을 리는 없다. 붕어는 물이 말라도 뻘속으로 파고들어 생존했다가 다시 물이 차면 낚시에 활발히 낚이는 경험을 우리는 수없이 했지 않은가. 그런데 왜 물이 고이고 몇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붕어가 낚이지 않을까?

 

 ▲ 올해 극심한 갈수상태에서 월척붕어가 낚인 저수지들. 왼쪽부터 밀양 어룡지, 남해 대곡지, 남해(창선) 옥천지다. 이 저수지들은 모두 밤낚시가 잘 되던 곳인데도 물색에 상관없이 낮에만 입질이 쏟아졌다.

 

생각지도 못한 붕어 먹이활동 시간의 변화

 

올해 봄부터 7개월간 낚시를 다니면서 나는 한 가지 특이하게 변한 점을 발견했다. 그 변화란 먹이활동 시간의 변화였다.
누구나 자신만의 단골낚시터가 있을 것이다. 그곳에 가면 붕어가 언제 입질을 할지 알고 간다. 그래서 손맛을 장담할 수 있다. 그러나 올해 나는 그런 단골터에서 모두 예상밖의 시간에 붕어 입질을 만났다. 가령 초저녁에 입질이 잦던 곳에서 자정 이후에 입질이 집중된다든지, 밤낚시가 잘 되던 곳인데 밤엔 입질도 없고 아침도 아닌 한낮에 굵은 붕어들이 쏟아진다든지 하는 변화가 생긴 것이다. 그런 저수지가 한두 곳이 아니었다. 내가 자주 다니던 곳만 그랬는지 몰라도 공교롭게도 그랬다. 혹시 여러분도 올해 그런 경험을 하지는 않았는지 궁금하다.
저수지마다 붕어의 먹이시간이 있는데 그런 시간의 리듬이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예전 생각으로 시간을 맞추면 거의 허탕이었다. 어떤 이유에서 붕어의 먹이활동 시간이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가뭄과 토질 변화가 붕어의 활동시간과 연관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지금 가뭄에서 살아난 저수지나 소류지의 입질시간대는 대부분 낮시간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낮이라면 대개 오전 10시까지를 말한다. 과거엔 이런 현상은 한겨울이나 많은 비로 뻘물이 심하게 생겼을 때 일어났던 현상이다. 그러나 올해는 뜨거운 한여름에도 그리고 지금 가을에도 밤낚시보다 낮낚시가 더 우세한 편이다.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낚시인들은 밤새 고생만 하고 빈손으로 철수하고 있다. 
바야흐로 추석을 지나 찬바람이 불고 있다. 예전 같으면 초저녁에 1차 입질, 새벽에 2차 입질, 그리고 아침에 3차 입질을 하는 구도가 보편적일 시기다. 그러나 현재 붕어의 생활리듬은 바뀌었다. 지금은 날이 밝자마자 낚싯대를 챙기면 입질이 시작될 시간에 철수하는 셈이다.
해가 뜬 후 붕어를 만나는 확률이 올해는 너무나 높다. 우연치고는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 붕어낚시하면, 특히 대물낚시하면 대부분 케미불빛과 밤을 생각하지만 이제는 그런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나는 과연 올해의 후반부도 전반기와 같이 ‘밤보다 낮 우세’ 현상이 계속 나타날지 유심히 관찰하고 있다. 음력으로 9월, 올해의 마지막 붕어낚시 피크시즌, 이 시즌을 성공적 조행으로 마무리하려면 밤낚시의 습관을 조금 바꾸어 낮시간에 더 많이 안배하는 변화가 필요하다.

 

 ▲ "실패의 원인이 밤낚시에 있었군요!" 지난 7월 중순 남해 창선도 옥천지에서 아침에 새우와 옥수수로 월척붕어를 낚은 창원의 이원호(좌) 이병렬씨.

 

적당히 흐린 물색, ‘죽음의 물’일 수도…

 

올해는 입질시간대만 변한 것이 아니다. 시기적 호황 낚시터에도 변화가 일어난 상반기였다. 평지지, 늪, 수로 하면 일반적으로 봄과 초겨울낚시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올해는 예외인 곳이 많았다. 물이 마르지 않았던 평지지와 늪, 수로는 한여름까지도 붕어가 낚였으며 씨알 또한 굵었다. 예전엔 없던 현상이다.
역시 밤보다 오전 낮낚시에 조황이 나타났다. 물론 늪과 수로는 예전부터 낮낚시가 더 잘 되던 곳이지만, 밤낚시만 되던 수로도 낮낚시터로 바뀐 곳이 많다. 그것은 수초가 있든 없든 마찬가지다.
물색도 변화가 있다. 요즘은 어딜 가든 흙물에 가까운 물색을 많이 볼 수 있다. 토질에 상관없이 간장색에 가까운 갈색 물이 많다. 이런 물색도 가뭄의 결과가 아닌가싶다. 가뭄으로 물이 빠진 저수지 연안에 육초가 많이 자랐고 그 육초들이 수몰되면서 악취와 독소를 내뿜는 것이다. 그런 곳에 비가 와서 물이 차면 2~3일은 좋을 줄 모르지만 그 후로는 불황의 연속이었다.
간장물색으로 변한 것에는 새우들의 죽음도 한몫했다. ‘물속의 청소부’ 새우가 올해는 많이 사라졌다. 새우는 평상시 집단 산란보다 부분적 산란을 주로 한다. 그러나 가뭄이 들고 수위가 빠지면 종족보전의 본능에 따라 일시에 대규모 집단산란을 하고 죽는다. 새우가 죽어가며 낳은 알들은 다시 물이 차면 부화할 것이지만 너무 긴 가뭄이 지속되면 결국 죽는다. 물속은 죽은 새우 탓에 부패가 가속화하고 고단백질의 새우 사체가 미생물의 번식을 도와서 물색을 짙은 간장색처럼 만드는데 일조했다고 본다.
내 경험으로는 새우가 집단 산란을 한 곳에선 예전부터 붕어가 잘 낚이질 않았다. 집단 산란 후 사멸하는 경우보다 오히려 새우 알들이 성공적으로 부화하여 물속에 새우들이 바글거리게 될 경우 붕어를 더 낚기 어렵다. 나는 물속에 먹을 것이 너무 많아지면 붕어들이 미끼를 공격하려는 욕구가 줄어든다고 해석한다. 아무튼 새우가 바글대는 곳치고 새우낚시가 잘 되는 곳 드물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요즘 적당히 흐린 물색을 보고 낚시터를 선정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많고, 탁도가 심하면 계절 수온에 상관없이 낮낚시가 유리하다.
그러나 모든 것은 미지수다. 어쨌든 붕어들은 가뭄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으며 다시 씩씩하게 되살아나 우리를 반갑게 맞아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낚시란 자연과의 대화라고 했다. 그 대화를 잘하면 손맛은 보장받을 것이다. 테크닉은 그 다음이다. 과연 올 후반부엔 붕어들이 어떤 메시지를 보내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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