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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진의 ‘제로부터 시작하는’ 벵에돔낚시 왜 제로조법인가
2006년 02월 867 1800

  민병진의 ‘제로부터 시작하는’ 벵에돔낚시                                                               

 

 

왜 제로조법인가

 

벵에돔 입은 때론 손으로 변신한다 미끼ㆍ밑밥, 채비ㆍ조법에까지 영향


 

▲제주 지귀도에서 제로찌 띄울낚시로 긴꼬리벵에돔을 낚은 필자.

필자가 낚시춘추에 제로조법에 관한 글을 기고하기 시작한 지 벌써 만 10년차에 접어들고 있다. 초기엔 ‘학공치나 물어대는 채비로 낚시꾼을 혼란스럽게 만든다’며 욕을 먹기도 했고, 공상가라는 별명까지 얻어야 했다.
감성돔 바닥낚시, 고부력 채비에만 익숙해 있던 당시의 국내 낚시 패턴에서는 도무지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인 때문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당시만 해도 벵에돔낚시가 ‘제주도 한 곳 만의 낚시’였음을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가 될 만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당시의 혼란은 일부 전문 벵에돔낚시꾼들 사이에선 그다지 대수롭지(?) 않은 화제 거리였다.
국내 벵에돔 전유동낚시의 본산지라 할 수 있는 성산포 우도를 찾던 꾼들 중에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제로 채비’를 추구하기 위한 시도가 행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림1> 참조). B찌보다도 더 예민한 찌를 만들기 위해 구멍찌 밑 부분에 납을 박아 넣는 등의 시도가 대표적인 사례였다.
이후 제로조법은 여러 형태로 가지치기를 거듭하면서 다양한 조법과 채비법을 양산해냈으며 지금도 끊임없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제로찌 전유동·제로찌 잠길조법·천조법 등에 이르기까지-.

 

 

 ▲벵에돔은 밑밥에 대한 반응이 빠르지만 경계심도 높은 어종이다.

 

 

벵에돔의 오묘한 습성 먼저 이해하자

 

그렇다면 왜 벵에돔낚시는 제로를 추구하는 것일까. 이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선 일단 벵에돔이란 고기의 습성을 먼저 이해해야 될 필요가 있다.
벵에돔은 다른 물고기완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①밑밥에 쉽게 현혹된다는 점, ②강한 군집성을 갖고 있다는 점, ③경계심이 어느 어종보다도 강하다는 점, ④학습능력의 보유 등을 들 수 있다. 이 점만으로도 벵에돔은 낚기는 쉽지만 반대로 어려울 때도 많은 고기라는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밑밥을 발견한 벵에돔이 표층까지 떠오르는 고활성도 상황에서는 채비가 굵건 가늘건, 미끼가 크건 작건 큰 상관이 없다. 10마리 잡을 걸 7마리밖엔 못 낚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벵에돔이 지독하게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다. 무언가 이물감을 느끼거나 경계심을 느낀 직후의 벵에돔은 한 번에 입질을 해대는 경우가 없다. 벵에돔의 이런 습성을 가리켜 필자는 ‘입이 손으로 변한다’고 표현하는데, 그만큼 미끼를 건드려 보는 횟수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벵에돔이 학습 능력을 가졌다는 것은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제로찌나 제로조법이 없었을 당시엔 2B·3B·5B와 같은 찌로도 벵에돔을 낚을 수 있었다. 이때는 벵에돔도 많았지만 낚시꾼들 모두가 그런 채비로 낚시를 하다보니 경계심에 대한 체감지수가 자연스럽게 낮았을 것이다.
그러다 어느 날 제로 개념의 찌와 조법이 등장해 많은 양의 벵에돔이 뽑혀져 나가자 채비별 경계심 차이를 체감하게 된 것이다. 분명 벵에돔은 20년 전의 벵에돔과 똑같지만 학습 능력을 통해 갈수록 영악해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단순히 개체수가 줄어들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이다.

 

 

 

 

제로 상태에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시도

 

그렇다면 이처럼 민감한 어종인 벵에돔을 밑밥과 미끼로 유인하기 위해선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 것인가. 가장 단순하면서 어려운 작업이 바로 밑밥과 미끼와의 차이를 발생시키지 않는 것이다.
쉽게 말해 지금 바늘에 꿰는 한 마리의 크릴 미끼가 물속에서도 밑밥과 같은 움직임을 보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이상적인 목표다.
여러 가지 채비와 조법을 시도해본 결과 가장 자연 상태의 조건을 ‘서포트’ 해줄 수 있는 부력이 바로 제로부력이었다. 목줄에 봉돌을 달아 부력을 감소시킨다는 1차적 개념에서 과감히 탈피해 찌의 부력을 감소시키는 개념으로 사고가 전환된 것이다.
제로부력이 표기된 찌의 출현은 최근의 일이지만 실제로 일본에서는 이미 30~40년 전부터 사용되던 개념이었다.
실제로 필자가 현재 60세 이상의 일본 낚시인들을 여럿 만나 질문을 해본 결과 제로찌 뿐 아니라 현재의 전유동조법 같은 각종 조법은 이미 오래전부터 해왔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다만 당시엔 어떤 명칭을 붙이지 않고 그냥 개인적인 장기 또는 마지막 히든카드 개념으로 써 왔다는 것이다.
제로조법의 ‘제로’라는 개념을 처음 찌에 명기하고 유행시킨 사람은 현 다이와 필드테스터로 활동 중인 야마모토 하찌로 명인이었다. 그는 미끼와 밑밥이 함께 놀 수 있는 채비 시스템을 고안하던 중 ‘최소한 찌는 제로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기본적으로 찌가 제로가 되면 목줄에 붙는 봉돌은 자연적으로 없어지거나 최소의 것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이 상태에서부터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도 이 제로 개념이 대중적으로 확산된 것은 그다지 오래전 일이 아니다. 국내에 제로조법 개념이 대중화된 시점인 97년경을 기점으로 본다.
일본에서도 토너먼트에서 다양한 제로조법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이 부쩍 늘자 ‘검증을 위해’ 관망만 하던 언론사에서 제로 개념을 집중적으로 분석, 일제히 기사를 쏟아 내놓으면서 대중화 길을 걷게 됐는데 그 시기는 한국과 거의 유사하다.

 

 ▲제로 채비의 주요 소품인 찌스토퍼의 역활이 부각되어 있다.

 

찌에서 출발, 채비 전체로까지 영향

 

‘밑밥과 같은 성질의 미끼를 만든다’는 적극적인 제로 개념은 전체 채비로까지 영향을 미치는 시대로 전환됐다. 즉 미끼가 수심이 고정된 채비에매달려 있는 게 아니라 조류에 떠다니는 밑밥과 어울리며 동조되는 전유동 시스템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것이다.
‘견제를 해줄수록 입질이 빠르다는’는 말도 사실은 그만큼 벵에돔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의 얘기다. 밑밥과 미끼가 ‘제로’ 상태로 자연스럽게 흘러간다면 벵에돔이 미끼를 경계할 이유가 없다. 무언가 어색하고 부자연스럽다보니까 적극적인(궁여지책?) 공략법으로 등장한 것이 견제인 것이다(<그림2> 참조).
따라서 미끼가 제로 상태의 밑밥에 동화되어 흘러가려면 그만큼의 채비 간섭이 적어야만 한다. 그 방책으로 1.5호 이하의 가는 원줄, 구멍찌 삽입부의 세라믹 링 장착, 45도에서 90도 까지 변형된 기울찌 등 제로 조건을 충족키 위한 각종 방안들이 등장하고 있다(<그림3> 참조).
이 전유동조법 역시 일본에서는 이미 20~30년 전부터 몇몇 명인들이 즐겨 사용하던 비책 중의 하나였는데 최근에서야 정식 이름이 붙어지면서 대중화된 것이다.
찌매듭 묶는 것을 까먹고 낚시를 하다가 톡톡한 재미를 본 뒤 철수 시간이 다 되어서야 매듭이 없음을 발견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전유동. 미끼가 흘러가는 밑밥과 자연스럽게 동조된 것이 호조황의 원인이었던 것이다.
지난 1997년 11월 일본의 구멍찌 메이커인 쯔리켄사에서는 이 전유동이라는 명칭을 상표 등록함으로써 다른 조구업체가 이 단어를 제품에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이에 국내엔 GTR 기울찌로 널리 알려진 키자쿠라사가 1999년 11월 전층조법을 상표 등록하고 독자적인 길을 걷게 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두 회사가 표방하는 전유동과 전층 개념은 동일하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도 익히 알려진 우자와 마사노리 명인 역시 ‘두 조법은 같은 내용’이라고 말했는데, 다만 전유동이라는 말은 어렵고 포괄적이며 함축적인 의미를 띠는 반면 전층이란 말은 일반 대중이 듣기에도 쉽게 이해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유동 조법은 결코 새로운 조법이 아니며 최근 새롭게 조명 받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유행이라는 것은 ‘누가 먼저 시도를 하느냐’에 따라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고 손가락질(?)을 당할 수도 있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필자가 제로조법을 국내에 처음 소개했을 때 ‘공상가’라는 소리와 더불어 ‘한 번 배워보고 싶다’는 말을 동시에 들은 것과도 같은 맥락인 셈이다.
현재의 0(제로) 뿐 아니라 G 단위의 봉돌 개념을 처음으로 상품화한 것도 쯔리켄사다. 이전엔 B봉돌 이하 무게의 봉돌에 대한 개념이 애매했을 뿐더러 제로찌와 마찬가지로 ‘그런 작은 봉돌이 조과에 무슨 영향을 미치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점도가 떨어진 밑밥에 여분으로 준비한 집어제를 섞고 있는 필자. 어느 하나가 완벽하지 않아선 제대로 된 제로조법을 구사하기 힘들다.

 

봉돌 단위가 G 개념으로 정리가 되면서 꾼들의 봉돌 호수에 대한 혼란도 동시에 정리가 됐고 현재는 제로조법에 있어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봉돌 단위가 되고 있는 상태다.
이후 여타 메이커에서 같은 개념의 호수들을 만들어냈는데 Z와 J다. 수제찌로 유명한 가이신찌에서 Z 개념을, 키자쿠라에서는 J를 내세웠지만 역시 대중들에겐 G 개념이 훨씬 친숙해진 이후였다.
이 모든 과정이 제로를 향한 끝없는 발전의 과정인 것이다.

 

 


 

 

연재순서


1. 벵에돔의 종류와 습성  2. 왜 제로조법인가  3. 낮 벵에돔낚시와 밤 벵에돔낚시  4. 상황별 원줄과 목줄의 변환술  5. 본류대낚시와 감각낚시  6. 잡어 분리와 계절별 대처 요령  7. 잔챙이 무리에서 큰놈만 골라 낚기  8. 미끼 밑밥에 대한 고찰  9. 또 하나의 테크닉 바늘의 선택  10.. 벵에돔낚시에 있어서의 전유동과 반유동  11. 잠길조법의 미시적 분석  12.. 봉돌 부착의 기본 원리와 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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