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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북중학교 「배스헌팅클럽」의 소년 배서들 “공부 스트레스요? 우린 그런 거 몰라요”
2011년 06월 4673 1938

Feature Story


 

 

순창북중학교 「배스헌팅클럽」의 소년 배서들 

 

 

“공부 스트레스요? 우린 그런 거 몰라요”

 

낚시를 통한 청소년들의 생태환경 체험과 이해
2007년 전국동아리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 수상


서성모 기자 blog.naver.com/mofisher

 

중학생들에게 공부만 하지 말고 낚시도 하라고 권장하는 학교가 있다.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학생낚시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해온 지 10년째다. 학생들은 매달 두 번씩 단체출조를 하고 물가에서 보고 들은 경험을 글로 써서 제출한다. 지난 2007년엔 이 학생낚시동아리가 환경부가 주최하는 전국동아리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배스헌팅클럽 파이팅!” 섬진강변에 모인 순창북중학교 낚시동아리 학생들과 양병완 선생님이 낚시를 시작하기 전 서로를 응원하는 함성을 지르고 있다.

 


전북 순창군 순창읍 순화리에 있는 순창북중학교(교장 강진희) 교문 앞. 삼삼오오 등교하는 학생들이 책가방과 함께 낚싯대를 들고 있다. 오늘은 매달 두 차례 열리는 순창북중학교 배스헌팅클럽의 정기 출조가 있는 날이다. 낚싯대를 어깨에 걸치고 떠드는 학생 중 중학생으로 보기엔 너무 앳된 얼굴도 보인다. 1학년 신입생인가? “낚시를 해봤어요?”하고 물었더니 “아직은 몰라요!”하고는 운동장 쪽으로 뛰어간다.

 

◀순창북중학교 낚시동아리 학술보고서. 학생들이 낚시하면서 보고 배운 자연생태와 배스에 대한 연구 기록이 정리되어 있다. 이러한 레저학술활동을 인정받아 전국동아리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양병완(62, 과학) 선생님이 학생들을 호명한다. 이분이 낚시동아리의 지도교사다. 학생들은 모두 12명. 양 선생은 평소보다 적게 왔다고 한다. “매년 학기 초에 낚시동아리 가입신청을 받아요. 올해는 스물일곱 명이 가입했어요. 낚시 갈 때엔 보통 스무 명 정도가 나오는데 오늘은 조금 숫자가 적네요.” 낚시를 같이 가고 안 가고는 학생들 자율에 맡긴다고 한다. 
양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학교 앞 낚시점으로 향했다. 읍내에 있는 유일한 낚시점, 순창총포낚시다. 매장 안으로 들어선 아이들은 장난감을 본 것처럼 눈이 바쁘게 돌아가고 양 선생님도 물건을 골라주느라 바쁘다.
“성민아, 너는 봉돌하고 바늘이 없지? 그리고 진영이 너는 웜 한 봉지 받고….”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소품을 챙겨주는 것으로 낚시 준비는 끝. 낚시터까지는 버스를 타고 갈 것이다. 오늘 낚시할 곳은 순창군 덕진면사무소 앞의 섬진강변. 읍내를 벗어나자 바로 섬진강이 보였다.

 

좌)버스를 타고 낚시터로 향하고 있는 순창북중학교 낚시동아리 학생들. 우)섬진강변의 학생 배서들. 포인트에 흩어져 입질을 기다리고 있다.

 

 

아마추어 배스대회에 늘 참가하는 선생님과 학생들

 

나는 순창북중학교에 낚시동아리가 있다는 사실을 사단법인 한국스포츠피싱협회(KSA)를 통해 알게 됐다. KSA의 임우택 사무총장은 “10년 전부터 우리 협회가 주최하는 아마추어배스낚시대회에 선생님과 학생들이 참가하는 학교가 있다”고 했다.
순창북중학교 낚시동아리는 양병완 선생님과 그의 귀여운 낚시친구들이 만든 모임이다. 낚시광 선생님을 따라 처음엔 학생 두셋이 나섰다가 점점 동행출조하는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동아리로 발전하게 된 것이다.
“낚시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과 생태환경을 체험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낚시대상어는 배스입니다. 그러나 배스가 수생태계에선 토종 물고기를 잡아먹는 유해어종이란 것도 아이들이 알아요. 그래서 낚시로 손맛을 충분히 즐긴 배스는 방류하지 않고 맛있게 먹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배스 돈가스, 배스 튀김을 좋아해요.” 
현재 우리나라의 초중고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특별활동반은 예전과 달리 세분화되고 체험 위주의 활동으로 바뀌었다. 낚시동아리나 등산동아리는 휴일을 택해 야외활동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순창북중학교의 낚시동아리 학생들은 한 달에 두 번씩 낚시를 떠나고 학교에선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낚시와 수생태계에 대해 공부를 한다. 초중고교에서 운영하는 각 동아리들은 담당 교사가 1년간의 활동을 정리하여 교육청에 보고서를 제출하게 되는데, 지난 2007년엔 환경부 주최의 전국동아리경연대회에서 순창북중학교 낚시동아리가 1등상인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뜻하지 않던 상이었죠. 환경부에선 배스낚시를 즐기며 환경생태적인 학술연구를 함께 하는 저희 동아리 활동에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낚시는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도움을 줄 뿐 아니라 학술활동으로도 얼마든지 아이들 교육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선례가 된 셈입니다.” 

 


좌)낚시 가는 길은 즐거워. 낚시터로 향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우)“출발 준비 끝!: 낚시 쇼핑을 마친 아이들이 낚시점을 빠져나오고 있다.

 

 

게임보다 낚시가 더 재미있다는 아이들

 

아이들이 다 낚시에만 열중하는 건 아니었다. 후성이는 간식을 먼저 챙겨 먹느라 바쁘다. 후성이에게 왜 낚시를 하지 않느냐고 묻자 “일단 형들이 낚시하는 걸 보고서 하려고요. 우리 형이 낚시동아리 활동을 했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저도 가입하게 됐어요”하고 말했다. 
능숙하게 루어를 캐스팅하는 학생은 2학년 정우였다. 1학년 때부터 낚시동아리 활동을 해왔다. “저는 게임보다 이렇게 물가에 나와서 낚시를 하는 게 더 재미있고 좋아요. 나무가 많아 공기가 신선하고 공부 때문에 쌓인 스트레스 같은 건 낚시를 오면 다 풀려요”하고 말했다.
“낚았다!”

 


 ▲순창군 덕진면소재지 앞 섬진강 연안. 배스가 잘 낚여 학생들에게 최고 인기 포인트로 통한다.

 

소란스런 소리가 나서 고개를 돌려보니 멀리서 랜딩하는 모습이 보인다. 첫 배스의 주인공은 2학년 인배다. 손맛이 어땠느냐고 묻자 “묘한 쾌감이요!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워요”하고 말하면서 꿰미에 배스를 꿰었다. 집으로 가져가서 요리해 먹을 거라고 한다. 고기를 보러 혹은 고기를 낚으러 인배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두 시간이 가까이 흘렀지만 그 뒤 배스를 낚은 학생이 없자 양 선생님은 포인트를 옮기자고 한다. 겨우 두 시간 만에 낚시터를 옮기다니, 아이들이 힘들어 하지 않을까?
“아이들은 일단 물고기를 잡게 해줘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금방 지루해 합니다. 순창엔 배스를 낚을 만한 낚시터가 많으니 여기서 이러고 있을 필요는 없죠.”
선생님이 어딘가 전화를 걸자 얼마 지나지 않아 택시가 한 대 도착했다. 10분 거리의 용마저수지로 옮긴다고 한다. 아이들은 택시를 타고 저수지로 향했다.   

 

좌)낚시보다 간식 챙기기에 더 열중했던 김후성, 김선민 군. 우)양병완 선생님이 낚시점에서 학생들에게 필요한 소품을 골라주고 있다.

 

 

“낚시 가기 위해 공부 더 열심히 해요”

 

  야외활동을 해야 하는 낚시 특성상 낚시동아리는 휴일을 활용할 수밖에 없다. 양병완 선생님은 “휴일에 아이들을 인솔해서 낚시를 다니는 게 쉽지는 않아요. 선생님도 휴일엔 쉬고 쉽지 아이들에게 시달리고 싶겠습니까. 제가 낚시를 좋아하니까 이렇게 다니는 거죠.”
낚시동아리 운영비도 만만찮을 것 같았다. 낚시터까지 타고 가는 교통비도 만만찮고 낚시장비 구입비용도 상당하다. 교육청에서 일정액의 연구비가 나오긴 하지만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여 낚시터를 오갈 때 타는 아이들의 버스비나 택시비, 낚시용품 구입비는 양 선생님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이날 용마지까지 가는 택시비도 선생님이 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뭐. 아이들에게 낚시를 가르치는 일이 보람 있습니다. 그래도 낚시용품은 한국스포츠피싱협회에서 매년 보내주시는 게 있어 정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2학년 백훈이는 가장 열성적으로 낚시를 하는 학생이다.


 

좌)KSA 임우택 사무총장(좌)이 학생들에게 낚시용품을 전달하고 루어 사용의 주의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KSA는 10년간 순창북중학교 낚시동아리에 낚시용품을 지원해 왔다.

 

 

“아침에 일어나니까 어린이날보다 배스가 먼저 떠올랐어요. 지난달에 처음 낚시 가서 배스를 잡았는데 확 채가는 느낌이 짜릿짜릿한 게 정말 좋았어요. 그 뒤론 공부할 때 가끔 배스가 눈에 어른거려요.”
배스가 눈앞에 어른거린다고? 공부에 지장을 주면 어쩌나 싶어 걱정하자 오히려 공부에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엄마랑 약속을 했어요. 낚시 때문에 공부가 뒤처지면 그만 두겠다고. 낚시를 하고 싶어서 오히려 더 공부를 열심히 하게 돼요. 저번 주에 중간고사를 봤는데 1학년 때보다 점수가 10점씩 올랐어요.”

순창북중학교 이후 5개 학교에 낚시동아리 생겨

최상류에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렸다. 연안 가까운 곳에 배스 한 마리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었던 것. 알자리를 지키는 배스였는데 아이들에겐 잡기 쉬운 고기로 보였나 보다. 하지만 산란을 마치고 알자리를 지키는 배스는 웬만해선 루어에 관심이 없다. 인배가 집요하게 지그헤드를 알자리 주변에 끌어주더니 기어코 배스를 낚는 데 성공했다. 다른 아이들의 얼굴에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정오가 되자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었다. 이날 배스를 낚은 인배와 정우에겐 문화상품권이 상품으로 주어졌다. 1등에겐 5천원짜리 문화상품권 3장, 2등에겐 2장, 3등에겐 1장이 돌아간다. 집에서 싸온 김밥을 먹으면서도 낚시 얘기뿐인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낚시소풍이란 말이 딱 들어맞는다고 생각했다.
순창북중학교의 낚시동아리는 전북에서 유명한 동아리 중 하나다. 낚시를 통해 아이들의 정서 함양에 도움을 주고 자연친화적인 학술활동을 함께 벌이는 동아리 활동은 모범사례로 남게 되어 전북도에선 순창북중학교와 같은 낚시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 학교가 5개가 더 생겼다.      

 

 

▲ 게임보다 낚시가 더 재미있는 아이들. 낚시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온 학생들이 교실에서 손을 흔들며 즐거워하고 있다.

 


 

   Interview  

 

순천북중학교 낚시동아리 지도교사 양병완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 낚시로 치료할 수 있어”

 

 

교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 양병완 선생님. 10년 동안 열정과 애정으로 순창북중학교 낚시동아리를 지도해왔다.

 

- 낚시가 학생들에게 어떤 점에서 좋습니까?
낚시는 체력적이든 정신적이든 건강에 좋습니다. 한번 낚시를 다녀온 애들을 지켜보면 활달하고 발표력도 뛰어납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늘 공부를 못해도 좋으니까 건강하게 자라라고 당부합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게임에 빠져 사는 일이 많아요. 꼬박 밤을 새며 컴퓨터를 하는 얘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게임에 빠져 있는 얘들을 보면 깊은 사고를 못하고 감정적으로 메말라 있어요. 그런 아이들을 게임에서 떼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낚시라고 봅니다. 물가로 데려가면 달라지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처음엔 지루해하지만 물고기를 낚게 되면 금방 흥미를 갖게 되고 활달해지면서 자연친화적인 모습으로 돌아옵니다.
 - 학부모들이 낚시동아리 활동에 반대하지는 않습니까?
학부모들은 당연히 걱정을 많이 합니다. 물가에 내보내면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죠. 그래서 사전에 충분한 동의를 구합니다. 저는 동아리 가입 전에 부모님 동의서를 받고 또 낚시를 갈 때엔 가정통신문을 보내서 어디로 갈 것인지 어떻게 학생들을 인솔할 것인지를 자세히 알려 드립니다. 그리고 읍내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학생은 직접 제 차로 데려다주니까 나중엔 학부모들이 저를 믿고 따라주시더군요. 낚시동아리를 10년 동안 운영했지만 사고는 없었습니다.
 - 낚시를 즐기는 학생들이 학업을 등한시하지는 않습니까?
낚시동아리 아이들은 모두 공부를 잘합니다. 지켜보면 공부 잘 하는 아이들이 운동도 잘하고 배스낚시도 잘합니다. 만약 낚시를 해서 성적이 떨어졌다고 하면 제가 낚시를 그만두라고 얘기합니다.

 

“학생들 타고 다닐 승합차 있었으면”

 

 - 낚시 동아리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역시 재정적인 문제죠. 다른 학교에선 한 번 낚시 갈 때마다 회비를 걷기도 하는데 저는 그렇게 하기는 싫다 보니 개인 돈을 쓰는 일이 많죠. 그래도 뭐 제가 좋아하는 일이니 문제는 없습니다.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아이들과 함께 타고 다닐 수 있는 승합차나 미니버스가 한 대 있으면 하는 겁니다. 자가용은 승차인원이 5명이기 때문에 20명 정도 학생들이 낚시를 가면 택시를 두세 대 불러야 돼요. 낚시터가 운암호 정도 되면 교통비 부담이 상당합니다. 
 - 출조용 택시비를 다 지불하신다니 선생님의 개인 지출이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알려주는 게 바로 교육 아닙니까. 이렇게 해서 물고기와 낚시에 친숙해진 아이들이 나중에 훌륭한 어류학자가 될 수도 있고 해양수산 관련 업무를 맡을 수 있는 것이죠. 

 - 내년에 정년퇴임을 하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낚시동아리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제가 정년퇴임을 하면 다른 선생님이 낚시동아리를 맡을 겁니다. 저는 수의사 자격증이 있어서 읍내에 가축병원을 열 겁니다. 가축병원을 운영하면서 전라북도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하는 낚시동아리를 운영해볼 생각이에요. 그때는 순천북중학교 학생뿐만 아니라 전북의 많은 학생들이 저와 같이 낚시를 가게 될 겁니다. 
 

◀2007년 전국동아리경연대회에서 받은 국무총리상과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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