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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화의 월드피싱 어드벤처-몽골, 신의 땅 흡수쿨에서 타이멘을 안고 나는 었다
2008년 10월 1055 1988

 

 

 

World Fishing Adventure

 

 

몽골 낚시 대여정 14박15일

 

 

 

신의 땅 흡스쿨에서 타이멘을 안고 나는 울었다

 

 

 

정명화   세계낚시여행가, FTV ‘더로드’ 진행자

 

 

 

나는 몽골로 갔다.
그곳엔 내가 그토록 잡고 싶어 했던
타이멘(Taimen)이 기다리고 있다.
타이멘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연어로
무려 70kg까지 자란다.
전 세계 낚시인이 꿈꾸지만 정작 낚아본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은 신비의 물고기다.

 

 

   이멘을 안아들고 감격에 찬 필자. 14박15일의 여정 중 마지막 철수 직전에 만났다

 

 

지난 8월 13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약 4시간 만에 울란바트라 공항에 도착했다.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현지 코디네이터가 안내하는 숙소에서 하루를 보낸 나는 다음날  아침 울란바트라 시내에 있는 ‘나른 톨’ 재래시장으로 향했다. 어느 나라를 가든 나의 첫 방문지는 재래시장이고 둘째가 낚시가게다. 이제 일상생활과 같이 되어버린 버릇이다. 왜냐면 시장이야말로 그 나라의 문화를 그대로 다 볼 수가 있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이기에 그렇다. 아울러 낚시에 관한 좋은 정보가 많이 숨어있는 곳이기에 더욱 매력적인 곳이다.
한국을 떠나기 전 그동안 몽골에서 낚시를 해본 지인들로부터 많은 정보와 조언을 듣고 왔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와 현지꾼들과 대화를 나눠보니 마음은 복잡해진다. 나는 실패의 확률을 줄이고자 여기저기서 더 많은 정보를 얻는데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오전 6시, 국내선을 타고 3시간 만에 몽골 서북부의 작은 도시 옵스 울란곰에 도착했다. 여기서 하루를 보낸 나는 드디어 14일 동안 울란곰에서 울란바트라까지 자동차로 4000km를 달리는  대여정을 시작한다.

 

 

   골의 현지민 가족(좌) 부스터호수.                                                       

 

 

 

 

옵스 울란곰을 출발해 나름볼락을 거쳐 7시간 만에 첫 방문지인 캐르카스 호수에 도착했다. 이곳은 몽골 대통령과 외국 국빈들이 자주 낚시를 하는 유명한 호수다. 우리는 현지 낚시꾼의 소개로 숙소(캠프)와 좋은 낚시포인트도 얻었다. 나는 지나온 7시간의 피로를 풀고 다음날 새벽 6시, 한국의 갯바위와 흡사한 바위 위에서 스푼으로 먼저 공략했다. 물 밑에 크고 작은 돌들이 많이 있는 포인트였다. 물에는 염분이 약간 있었다. 캠프 관리인은 호수에 염분이 많아 갈수 때는 물맛이 짜진다고 했다. 그리고 이곳의 물고기들도 바다와 민물에서 같이 생존할 수 있는 어종이라고 했다.
한참이 지나도 입질이 없어 이번엔 바닥을 공략했다. 그런데 뭐가 걸렸다는 생각이 들어 루어를 빼려고 낚싯대를 위로 툭툭 쳤는데 웬걸, 뭔가가 루어를 물고 서서히 들어가는 느낌이 왔다. 아차 싶어 낚싯대를 세웠는데 갑자기 뭔가가 낚싯대를 강하게 치고 달아났다. 씨름 끝에 올린 녀석은 대구와 비슷하게 생긴 물고기였다. 카메라로 촬영하던 FTV의 권순진 PD가 말했다. “정선생님! 이거 소까스인지 속았어인지 하는 그 고기 아니에요?” 그가 맞았다. 내가 낚은 고기는 몽골말로 ‘알스탄 샤르소까스’, ‘알타이 오스만(Altai osman)’이었다. 최고 1m, 10kg까지 자라는 고기란다. 이후 패턴을 읽은 나는 철수할 때까지 손이 아프도록 잡았다. 그동안의 피로를 알타이 오스만들이 말끔히 풀어줬다.

 

 

노숙과 굶주림 속에 점점 지쳐가다

 

 

다음날 캐르카스 호수를 출발해 자동차로 2500km를 달려 몽골 최고의 타이멘 포인트로 알려진 서북부 흡스쿨 지역으로 달렸다. 벌써 8일째, 나는 지쳐있었다. 그동안 길을 헤매다 노숙도 했고 먹을 것을 찾지 못해 굶기도 했다. 고생 끝에 몇 날 몇 일을 달려 흡스쿨 지역 모런에 도착한 나는 또다시 벨태스강과 울인다와산을 넘어 10시간을 달려 흑인강 옆에 있는 타인쥴친 캠프에 도착했다.
그곳에는 이탈리아 낚시인들이 있었다. 20일 전에 도착했다는 그들은 ‘18일 동안 타이멘을 구경도 못하고 있다가 바로 오늘  타이멘을 낚아 파티를 하고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다음날 캠프 사장인 어트건 바야르씨와 같이 샤르크강으로 향했다.  바야르씨는 “타이멘은 마음을 비워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하기야 이탈리아 친구들은 19일 만에 타이멘 얼굴을 봤다고 하니 그만큼 낚기 어렵다는 것이겠지. 그런데 내게는 오늘 하루밖에 시간이 없는데….
포인트에 도착하자 이상하리만큼 두려움이 앞서왔다. 왠지 뭔가에 눌려 있는 듯한 느낌과 나 자신이 자꾸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조심스레 장비를 챙기고 나는 강물과 이 땅의 신에게 빌었다. ‘제발 도와주십시오.’
나는 스푼으로 먼저 공략했다. 한참을 캐스팅했지만 소식이 없다. 바야르씨가 스윔베이트를 써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루어를 교체한 나는 정말 열심히 낚시를 했다. 미노우와 펜슬, 포퍼와 지그헤드까지 번갈아 써보면서 4시간을 보냈다. 자꾸만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오는 듯 했다. 2시간을 더 해봤지만 허탕이다. 내가 뭘 잘못했을까? 정말 이상스러울 정도로 조용했다. 타이멘의 저녁 피팅타임이라는 7시도 지났다. 이제는 철수해야 될 시간이다. 이곳은 강 주위에 300여 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있기 때문에 어두워지면 돌아가는 길을 찾지 못한다고 한다.

 

   르크르강. 강 주변엔 300여 개의 크고작은 저수지가 흩어져 있다.

 

 

‘아~ 여기까지 와서…’
정말 이대로 철수해야 한다는 말인가. 남들은 19일 만에 낚았다는 타이멘을 단 하루 만에 낚겠다는 게 어처구니없는 욕심인 줄 알면서도 나는 정말 아쉬운 마음에 PD에게 말했다. “권PD! 다른 사람들이 철수 준비 하는 동안 10분만 더해볼께.  미안해.” 
나는 사실 모든 걸 체념하고 있었다. 그냥 아쉬운 마음에 2m까지 잠수하는 미노우(유로펀치 모양의 10cm 미노우)로 교체하고 아무생각 없이 수심이 약간 깊은 곳에 던졌다. 그런데 릴링을 시작 하자마자 뭔가 후다닥 달려들어 루어를 물고는 사라져버렸다. 황당하기 그지없었고 ‘방금 왔다 간 게 뭐야’할 정도로 어리둥절했다. 잠시 후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밑으로 내려간 루어는 도무지 요동을 하지 않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릴의 스풀이 풀려나가기 시작했다. 한정 없이 풀려나가는 낚싯줄… 이 몬스터의 정체는 뭘까?
그렇게 한참 씨름하는 동안 권PD도 캠프 사장도 일행들도 내가 왜 그러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만큼 나는 다급했고 소리 한번  못 내고 있었다. 어느 순간 뒤에서 권PD가 눈치를 채고는 고함을 쳤다. “정선생님이 드디어 걸었어요!”
100m 하류에서 철수 준비를 하던 일행들이 권PD의 고함소리에 모두 달려왔다. 캠프 사장은 기뻐하며 타이멘일 거라고 했다. 일행들이 격려해주는 말소리에 힘이 솟아올랐다. 이제 그만큼 정신을 차렸다는 이야기다. 나와 이 녀석의 한판 승부는 지금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써 20분째 씨름하고 있다. ‘제발 조용히 올라와 다오!’  

 

 

타이멘용 수제 마우스 루어들(좌)과 타이멘 박제에 얼굴을 대보는 필자.

 

 

  초원을 둘러싸고 있는 만년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나는 언젠가부터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고기에게 끌려서 강을 따라  벌써 200m 내려왔다. 캠프 사장이 손으로 뭔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30m만 더 내려가면 완만한 모래지역이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지막 승부처가 그곳임을 직감했다.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며 7분 후 드디어 모래지역에 도착했다. 순간 물고기의 마지막 발악이 시작되었다. 정말 끝없이 차고 나갔다. 한참을 밀고 당기고 한 끝에 20m 앞까지 끌려온 놈이 옆으로 비스듬히 눕는다. 다급해진 나는 물속으로 달려 들어갔다. 수심이 50cm도 안 되는 곳이기 때문에 차고나가는 대어를 낚싯대로 감당하기는 역부족이라 생각했다. 바야르씨도 나를 따라 뛰었다. 세상에 이럴 수가…! 누워있는 녀석을 보는 순간 나는 숨이 막힐 것 같았다. 미터를 넘긴 타이멘이었다.
“아~ 이 땅에 계시는 모든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트건 바야르씨는 연신 나에게 축하한다는 말만 했다. 같이 고생한 일행들도 축하의 인사말을 건넸다.  타이멘을 들고 나오는 내 눈가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그토록 잡고 싶어 했던 타이멘을 12일 동안의 굶주림과 강행군, 노숙 끝에 철수를 10분 남겨놓고 극적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말했던가. ‘인생역전 드라마는 극적이어야 한다’고.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낚시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순간 낚시꾼으로써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 훗날 내 낚시인생에 있어 뭘 이야기해 줄 것인가. 지금부터 마음이 설렌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타이멘을 놓아주고 있는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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