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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화의 월드피싱 어드벤처-북마리아나제도에서 테풍과 몬스터 협공에 초죽음
2009년 12월 859 1990

 

 

 

World Fishing Adventure

 

북마리아나제도 지깅 원정기

 

 

태풍과 몬스터의 협공에 초죽음

 

 

꿈의 지깅낚시터 북마리아나제도. 누구나 한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곳. 하지만 일정 내내
파도에 출렁이는 배 위에서 먹고 자야 하는 서바이벌여정과 싸워야 하는 곳. 그런 고난의 바다로
지거들이 가고 싶어 하는 이유는 단 하나, 최고 사이즈의 투나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정명화 객원기자

 

 

 

 

   북마리아나제도 아나타한에서 정일용씨가 빅 몬스터와 30여 분 사투에 가까운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필자가 이번 북마리아나제도 원정에 끼게 된 것은 전혀 뜻밖이었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동생 이동건이 갑자기 사정이 생겨 이번 원정에 못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형! 나 대신 가서 큰 것 잡아.”
애처로운 그의 목소리와 함께 인천공항으로 원정대를 배웅하러 가려던 내 버스표는 결국 북마리아나로 가는 비행기표가 되어버렸다. 이런 행운을 내게 준 동건에게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 마음이 아팠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인천공항을 출발한 지 약 4시간 30분 만에 북마리아나제도의 본섬 사이판에 도착했다. 입국장을 빠져나와 기다리고 있던 현지 가이드 미우라씨를 만났다. 그런데 미우라씨가 먼저 호텔로 가자고 했다. 어리둥절했다. 원래 예정대로라면 공항에서 바로 배로 가서 출항해야 되는데 갑자기 호텔로 가는 이유가 뭘까?
도착한 호텔에서 미우라씨가 상황을 설명했다. 하루 전에 폭우가 내려 엔진에 물이 들어갔다는 것이다. 내일이면 엔진을 수리하고 출발할 수 있다고 했다. 할 수 없이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음날 미우라씨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대답은 황당하게도 아직 출발을 못한다는 것이다. 정확하게 언제쯤 출발할 수 있는지의 물음에 미우라씨는 정확한 대답을 회피했다.
답답한 마음에 직접 배로 가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배를 잘 알고 있는 김정환씨가 엔진을 보더니 오늘 출발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와 대책회의를 계속했다. 4박5일 일정에 사이판에서 포인트인 파간(Pagan)까지 배로 16시간 항해, 그리고 이틀 동안 낚시하고 다시 16시간 항해. 정말 쉴 시간 없이 돌아가는 일정이라 하루라도 잘못되면 모든 스케줄이 망가진다. 회의 끝에 돈을 더 지급하더라도 일단 비행기표를 3일 더 연기하고 만약 내일까지 출발 못하면 한국으로 돌아가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다음날 미우라씨에게 연락이 왔다. 저녁에는 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미우라씨 행동에 실망한 우리는 한숨만 내쉬었다. 답답한 마음을 풀고 기분전환을 할 겸 사이판의 낚시점과 해변을 찾아 현지 낚시꾼들과 어울려 낚시를 했다.
저녁 5시, 드디어 출발이다. 그런데 미우라씨가 또 분위기를 망쳤다. 원래 가기로 한 파간(Pagan) 포인트까지는 파도 때문에 못가고 아나타한(Anatahan)의 새로운 포인트에 갔다가 다시 사리간(Sarigan)으로 간다고 했다. 이제는 화가 나기 전에 슬슬 오기가 발동했다.

 

 

   산 정상에서 바라본 사이판 남쪽 전경.

 

 

 

 

40m 높이의 만세 절벽(Bansai cliff)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현지 교민(좌)과  사이판의 낚시점에 들러 낚시용품을 고르고 있는 취재팀.

 

 

미덥지 못한 미우라 선장의 행동

 

 

그런데 바다가 심상치 않다. 출항 5시간 만에 선상에서 잠자고 있던 일행들이 파도에 흠뻑 젖어서 아래로 내려왔다. 특히 오병수씨는 멀미가 심했다. 오병수씨는 북마리아나 원정이 네 번째인데 이렇게 심하게 배멀미를 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김일권씨마저 얼굴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시간을 달려 아나타한에 도착했다. 날은 훤하게 밝아 있었다. 일행 중 제일 어린 정일용씨가 물 한 모금을 마신 뒤에 배 앞쪽에서 400g짜리 메탈지그를 내렸다. 한참을 내려 보내고는 저킹을 하는 순간 “왔어! 걸었다!” 이 한마디에 쓰러져 있던 일행들이 후다닥 낚싯대를 들고 낚시를 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배멀미로 쓰러져 있던 사람들이 한 마리 걸었다는 소리에 살아나다니…. 그러나 다들 혈색이 없는 창백한 얼굴에 오직 정신력으로 낚시를 했다.
정말 힘든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높은 파도와 배멀미, 알 수 없는 몬스터와 이중 삼중으로 싸우고 있었다. 옆에서 오직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일용아 힘내라”였다. 나 또한 멀미로 쓰러져 있다가 나와 반사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메탈지그를 물고 올라온 상어

 

   김일권씨가 낚싯대를 부여잡고 상어와 파이팅을 벌이고 있다.

 

 

   미터급 독투스투나를 들어 보이는 KGFA 김정환 회장.

 

 

드디어 몬스터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독투스투나(Dogtooth tuna)였다. 어림잡아 미터는 훨씬 넘겠다. 몇 kg인지는 저울이 없어 알 수 없었다. 낚은 독투스투나를 들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는 동안 배 뒤에서 지깅을 하던 김일권씨와 김정환씨가 동시에 걸었다. 김일권씨는 이내 놓쳐버리고 김정환씨만 버티고 있었다. “김정환님! 사이즈 커요?” “모르겠어요! 계속 차고 나가요. 도무지 올라올 생각이 없나 봐요.” 15분쯤 버티다가 김정환씨는 그만 탄식을 내지르며 주저앉고 말았다. 줄이 터져 버렸다.
포인트를 이동했다. 우리는 누워서 쉬는 동안 음식을 먹고 다시 심기일전했다. 선장의 신호가 떨어지게 무섭게 다들 지그를 내리고 저킹을 하기 시작했다. 먼저 김정환씨에게 반응이 왔다. 이번엔 몬스터가 걸렸다는 느낌이 왔다. 김정환씨는 거친 숨을 내몰아쉬었다. “아이고 힘들어… 힘쓰는 게 독투스 같아요.” 라인이 풀려 나갔다 다시 감겨오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다가 드디어 수면위로 올라온 독투스는 지금까지 올린 것 중 제일 큰 씨알이었다.
필자에게도 반응이 왔다. 400g 메탈지그를 150m 정도 내려 숏 저킹을 했는데 바이트됐다. 죽을 힘을 다해 버티는데 멀미로 힘이 없었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나를 여기까지 보내준 이동곤이가 생각나서 정말 죽을힘을 다해 물고기를 끌어 올렸다. 그렇게 겨우 한 마리를 낚고는 그만 쓰러졌다.
다시 다른 포인트로 이동했다. 김일권씨의 메탈지그에 뭔가 걸렸다. 하지만 라인을 차고나가는 것을 보고는 “상어 같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을 싸우고 올린 놈은 상어였다. 셀파 알랜은 수면 위로 올라온 상어를 나무 뭉둥이로 기절할 정도로 때리고는 풀어줬다. 왜 그렇게 하느냐고 물어 봤더니 걸린 바늘을 뺄 때 상어가 자기 손을 물지 못하게 하기 위해 그렇게 한다고 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엔 상어가 아예 깨어나지 못할 만큼 때리는 것 같았다.
김성수씨가 내린 메탈에 뭔가가 바이트되었다. 휘어지는 낚싯대를 보면서 이번엔 사이즈가 제법 크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수면 위로 올라온 톡투스는 머리만 달랑! 중간에서 상어가 잘라 먹어버린 것이다. 성수씨는 황당하다는 듯 독투스 머리만 쳐다봤다.  

 

 

 

   독투스투나를 끌어낸 뒤 기진맥진해 있는 필자.

 

 

6~7m의 높은 파도에 모두 초죽음

 

 

마침내 정일용씨에게 몬스터급이 걸렸다. 모두 숨죽여가며 지켜보았다. 15분이 지났지만 도와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기록은 혼자서만 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일용씨의 얼굴엔 혈색이 사라진지 벌써 오래다. 20분이 지났다. 하지만 겨우 1m를 끌어 올리면 이내 약 20m를 차고 나갔다. 정일용씨의 머릿속에는 만감이 교차할 것이다. 응원을 해주는 우리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제 30분이 지났다. 정일용씨는 드디어 작심을 했는지 버티고 있던 자세에서 일어나 힘차게 랜딩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감으면 또 차고 나가기만 끝없이 반복된다. 나는 할 수 없이 정일용씨에게 권했다. 이제 기록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힘을 다 소진한 정일용씨는 “한 세 번 정도 더 랜딩해보고 안되면 그때 도움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죽을힘을 다해 낚싯대를 첫 번째에 이어 두 번째로 힘차게 랜딩하는 순간 그만 터지고 말았다.


 

  철수 전 인터넷으로 확인한 북마리아나제도의 기상 모습. 태풍이 세 개나 형성되어 있다.

 

 

“아~ 미치겠다!”
탄식이 절로 나왔다. 정일용씨는 주저앉고 말았다. 옆에서 지켜보던 우리도 허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얼마나 기다렸는데.
결국 이것이 이번 북마리아나 원정의 마지막 파이팅이었다. 선장 미우라씨는 여기서 조금 쉬었다가 가까운 사리간으로 바로 간다고 했지만 6~7m 파도에서 약 5시간을 낚시하는 동안 우리는 기진맥진했다. 대책회의를 한 끝에 사이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특히 오병수씨 상태는 심각했다. 그리고 배에서 기상정보가 프린트되어 나오는 것을 확인해보니 점점 태풍의 영향을 받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과 파도는 점점 심해지고 있었다. 우리는 선장에게 사이판으로 철수할 것을 요구했다. 그렇게 또 철수하는 10시간의 뱃길에 우리 모두는 초죽음이 되었다. 우리가 도착한 선착장에는 이미 파간과 사리간 등지에서 조업을 하던 배들이 태풍을 피해 다 들어와 있었다.
우리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뉴스를 보며 깜짝 놀랐다. 우리가 바다에 머물던 그 시간에 서사모아엔 지진이 일어났고 필리핀엔 태풍이 덮친 것이다. 미우라씨의 무모한 항해로 인해 겪은 고생을 생각하면 서운한 마음을 달랠 길 없다. 정말 아찔했지만 같이 간 일행들의 욕심 없는 현명한 판단으로 일찍 귀항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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