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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덕의 어탁 강좌_어탁 떠내기와 눈 그리기
2012년 07월 1176 3231

적정습도와 완벽한 접지가 성공의 80%를 좌우한다

 

 

붕어 몸체의 물기를 제거한 뒤에는 어탁을 떠내는 작업에 돌입한다. 직접어탁은 붕어에 직접 먹이나 물감을 채색하는 게 순서다(이하 먹물 어탁을 예로 설명한다). 붕어는 물론 모든 물고기가 등보다 배 쪽 색깔이 연하므로, 어탁의 첫 단계인 먹칠 과정에서는 먹물 농도에 따른 명암(明暗)과 입체감을 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전체 면을 진하게 칠하면 입체감을 잃게 되므로 측선(側線)을 기준으로 배 쪽은 옅은 먹부터 칠한다.
 
몸체에 먹 칠하기  먹칠 요령은 평붓 끝에 약간의 물을 적신 뒤 진하게 갈아놓은 먹을 살짝 묻혀 측선 아래 쪽 배 부분을 칠한다. 이것을 그대로 두면 먹물이 많이 묻어 번질 염려가 있으므로 다른 깨끗한 붓(평붓)으로 가볍게 몇 번 더 쓸어가면서 옅은 먹물이 고루 묻게 한다. 아가미와 머리 부분 역시 측선~눈~입 아래쪽에만 담묵(淡墨 연한 묵)을 칠한다.
칠한 먹물이 어느 정도 농도인지 눈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배 쪽에 손바닥을 살짝 대 묻어나는 정도를 보면 농도를 대략 확인할 수 있다. 가능하면 손바닥에 먹물이 적게 묻어나거나 안 보일 정도로 아주 적게 묻어나는 게 가장 이상적인 먹칠 요령이다.
그 다음 또 다른 평붓으로 진한 먹물을 측선 위 부분에 칠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미병(尾炳柄 꼬리자루)으로 불리는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 상단 부분만 약간 칠하고 나중에 은은하게 다른 붓으로 밀어줄 때 윤곽만 나타나게 한다. 
꼬리지느러미, 등지느러미, 배지느러미, 머리 상단도 골고루 칠하는데 머리 상단 너머로 먹물이 묻어있으면 초보자들의 경우 그쪽까지 어탁면을 덮으며 작업하게 돼 어탁이 넓게 떠지게 된다. 배 하단과 머리 상단 너머에 과하게 칠해진 먹은 물수건으로 닦아주면 된다.
다음 과정은 측선 위쪽에 칠한 짙은 먹물을 또 다른 깨끗한 붓을 이용해 골고루 밀어주는 것이다. 측선을 경계로 위쪽의 짙은 먹과 아래쪽의 엷은 먹이 이룬 강한 콘트라스트를 조절하는 과정인데, 깨끗한 붓으로 측선을 중심으로 좌↔우 방향으로 가볍게 쓸어 줌으로써 짙은 먹과 옅은 먹이 은은하게 조화되어 자연미를 나타나게 한다. 이 작업이 끝나면 배지느러미, 볼기지느러미(뒷지느러미)는 연한 색으로, 가슴지느러미는 진한 색으로 칠한다.
마지막으로 입 부분은 조심스럽게 칠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아래턱(下顎) 입술 밑으로는 먹을 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술 선만 칠하도록 하며, 먹을 칠하는 동안 먼저 칠한 부분이 말랐는지 확인해 마른 곳은 다시 칠해주는 것이 먹칠 단계의 마무리 작업이다.
이 작업이 끝나면 입이 이중으로 떠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젖은 종이를 오려 입 위에 올려놓는다.

접지(接紙) 요령  붕어에 먹칠하는 작업에 이어 곧바로 서둘러야 하는 것이 접지(接紙 물을 뿌려 적신 화선지를 붕어 위에 씌우는 작업)를 준비하는 일이다. 화선지를 펴 놓고 분무기로 불을 뿌리는데 이때 붕어 몸에 닿을 부분만 뿌려 적시는 방법과 화선지 전면을 질퍽한 정도로 물을 뿌리는 방법이 있다. 나는 후자의 방법을 선호하는데 화선지를 적당히 축축하게 적신 상태에서 먹칠한 붕어 몸에 덮는 접지까지의 과정은 어탁의 성패를 80% 이상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계이다. 
우선 분무기로 어탁 뜰 화선지에 물을 뿌린 뒤 곧바로 다른 마른 화선지를 덮고 고르게 누른다. 이렇게 하면 과했던 물기가 마른 화선지로 배어들면서 적당한 습도를 유지하게 돼 먹이 고루 잘 묻어나게 된다.
화선지를 덮어씌울 때는 일정하게, 한 번에 피탁면에 올려놔야 한다. 몸에 닿은 화선지를 다시 들어 올려놓게 되면 이중으로 떠지기 때문에 이점을 조심해야 한다. 요령은 화선지를 양손으로 들고 피탁면 중심부에 먼저 대고 꼬리부터 등지느러미, 볼기지느러미, 가슴지느러미를 뜬다. 배지느러미는 화선지를 살짝 들고 왼손을 배지느러미 밑에 대고 오른손으로 살살 눌러 뜬다. 몸체를 모두 뜨고 머리를 뜨는데, 입 위에 미리 올려놓은 종이를 들어내고 먹물이 말랐는지 확인 후 다시 칠하는 게 상식적이다.
다시 칠하는 요령은 왼손으로 아가미 뚜껑 뒤 몸체의 가슴 부위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앞쪽의 화선지를 살짝 들어 뒤로 젖힌 후 다시 먹칠을 한다. 이때 몸체를 누른 왼손은 먹칠 작업이 끝날 때까지 그대로 누르고 있어야 화선지가 움직이지 않는다.
화선지를 씌우기 전 구도를 생각해해야 하는데 세부적인 것을 논하려면 너무 복잡하므로 간단히 화선지 길이와 일치된 방향으로 뜨는 법과 머리 쪽이 다소 위쪽으로 향하게 하는 것, 반대로 머리가 아래쪽으로 숙여지고 꼬리가 위쪽으로 약간 기울게 뜨는 법 등이 있다. 화선지를 올려놓기 전에 어떤 방식으로 뜰 지를 미리 생각해두어야 한다.

가습기를 이용한 습도 조절  직접어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내 습도 조절이다. 작업장의 실내 습도가 만약 30~40% 수준이라면 칠한 먹물이 금세 마를 것이다.
 어탁을 떠보면 군데군데 먹물이 묻지 않은 곳이 있을 때가 있는데 실내 습도 부족으로 먹물이 일찍 말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우 응급조치로 물기가 적은 물수건으로 살짝 화선지를 눌러 떠지지 않은 먹물이 화선지에 묻어나오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조치에 불과하다.
이상적인 조건을 만들기 위해서는 실내 습도를 60~70%대로 유지해야 칠한 먹이 바로 마르지 않는다. 그래서 가습기를 튼다. 겨울과 봄의 습도는 30% 수준에 머물러 종종 건조주의보 상황일 때도 있다. 나는 그래서 작업 1시간 전부터 방문을 닫고 가습기를 가동해 실내 습도를 60~70%까지 올려놓은 뒤 가습기를 끈다.
먹물(묵탑)어탁일 경우 실내 습도가 80~90%로 너무 높아도 번진 어탁이 될 수 있으므로 무조건 습도가 높은 게 좋은 건 아니다. 습도 조절은 습도계를 보면서 수시로 체크하는 게 좋다. 또 한 가지 조심할 점은 가습기 가동 때 분무가 되는 출구를 작업 방향으로 향하면 습도가 너무 높아져 번진 어탁이 된다는 점이다. 가습기는 반드시 반대편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다 뜬 어탁지를 들어 올릴 때는 머리 쪽인 오른손으로 천천히 들어 올려 신문지나 갱지 같은 종이 위에 올려놓고 말린다. 눈 그리기는 어탁지가 완전히 마른 뒤 눈 뒤쪽에 눈 크기 정도의 종이를 오려 붙이고 그리면 화선지가 찢어지지 않는다.
최초로 뜬 어탁을 보면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첫 번째 뜬 어탁은 테스트용이라고 보면 되는데, 작업 중에는 보이지 않던 미흡한 부분들이 어탁에는 정확하게 나타난다. 먹물의 담농(淡濃) 정도, 진한 먹물이 너무 아래쪽으로 처지지는 않았는지, 어느 한 부분으로 번졌는지, 비늘이 빠졌는지, 지느러미 각도가 자연스러운지, 아름다운 물고기의 조형이 일그러지지는 않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완하면 이후 작업부터는 수월하게 작품을 완성할 수 있다.
마무리 작업으로 눈을 그린 후 찬(贊)을 쓰는데 찬은 미사여구(美辭麗句)의 글귀를 생각해서 써넣는다. 글씨가 너무 크면 어탁 속 물고기가 작게 보이므로 가능하면 작은 글씨를 쓰는 게 좋다. 끝으로 본인의 아호(雅號)를 쓰고 도장을 찍으면 된다. 

 

 

 

눈 그리기

생명을 불어넣는 생각으로 어종에 맞춰 그려야

 

붕어에서 떼어내어 말린 어탁은 눈이 제외된 상태이므로 마무리 단계인 눈 그리기에 돌입해야 한다. 눈이 빠진 붕어 어탁은 단순한 복사에 지나지 않으므로 눈을 그려 넣는 작업은 어탁에 생명력과 사실성을 불어넣는 작업에 해당한다. 어탁 전 과정 중 화룡정점(畵龍點睛)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눈을 어떻게 그리느냐에 따라 앞이나 아래 또는 뒤쪽을 보는 눈 등 시각의 차이를 표현할 수 있고 겁먹은 눈이나 편안하고 안정된 상태의 눈을 만들 수도 있다.
참고로 그림의 어종별 눈 그림을 예로 들자면 ①과 ②는 보통의 물고기 눈이지만 ③은 광어, 가자미, 상어의 눈이며, ④는 열기의 눈이다. ⑤는 검은 막이 없는 눈이다. 이처럼 물고기의 눈은 어종별로 각기 다르다. 물고기 눈에는 검은 막과 동공띠가 더 있는 것이 사람의 눈과 다른 점이다(물고기의 눈 부위 명칭 참고).
먼저 눈꺼풀을 그릴 때는 어탁의 색과 농도에 맞춰야 한다. 어탁은 연한데 눈꺼풀이 진하면 거부감을 주기 때문이다. 또한 눈꺼풀의 윗부분이 아래보다 두툼하게 표현해야 좋다. 그림의 ①과 같이 눈의 동공을 아래쪽 눈꺼풀에 붙여서 그리는 방법과 ②와 같이 눈의 중앙에 동공을 그리는 방법 등이 있는데 여기서 ②의 눈보다는 ①의 눈이 입체감을 더해준다.
동공은 여백으로 남아야 하는 희고 동그란 테의 동공띠를 남겨두고 그리되, 동공띠 바깥은 약간 검게 칠함으로써 이 동공띠 바깥의 검은자위와 흰자위가 자연스럽게 보이도록 적당히 붓을 문질러 준다.
그 다음으로는 눈꺼풀 상단에 반사막을 그려 넣고 동공에는 희게 반사점을 찍어 탑어정점(榻魚點睛)을 하면 눈 그리기는 일단락된다. 
눈을 그릴 때는 묵탑의 경우엔 먹물로, 컬러 어탁일 경우엔 물고기 몸에 칠한 색깔의 물감으로 눈꺼풀을 그리되 반사점이나 동공띠는 포스터컬러나 동양화 물감의 흰색 또는 호분을 사용하면 된다.
끝으로 어탁이 완성된 후에 기호에 따라 미사여구(美辭麗句)의 찬(贊)이나 기타 기록 어탁으로서 낚은 이와 낚은 장소 또는 낙관을 첨가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반드시 생각해둘 점은 동양화에서와 마찬가지로 글의 배치와 전체적인 균형 및 여백(餘白)의 미(美)이다. 한 군데로 치우치거나 균형을 깨트리는 글귀는 없는 것만 못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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