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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낚시터 휴식년제 시행’ 검토
2012년 12월 3째 주 1285 4217

신안군, ‘낚시터 휴식년제 시행’ 검토

“14개 면 중 1년에 2개 면만 개방하겠다”

ㅣ허만갑 기자ㅣ

  “신안군의 14개 읍면을 6개 권역으로 분류하여 매년 1개 낚시권역을 낚시허용구역으로 정하고, 그 외 5개 권역은 낚시금지구역으로 정한 후 매년 1개 권역만 순환 개방한다”

  11월 18일 신안군수를 면담하다.

 전남 신안군 압해면의 신안군청 청사 7층 군수실. 박우량 군수와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 김동현 회장, 윤병용 사무국장, FTV 제작위원 송귀섭씨가 마주앉았고 신안군 건설방재과 안광석 과장과 김오성 주무관이 배석했다. 박우량 군수는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조곤조곤 이야기했다. “저는 그동안 주민들의 거듭된 민원에 수년간 시달려왔습니다. 제가 군수 7년차인데 7년 동안 고심하고 내린 결정입니다. 신안군의 낚시금지 조치는 낚시인들이 자초한 자업자득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김동현 회장이 ‘한 지역의 내수면을 전부 낚시터로 묶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과도한 행정규제’라고 하자 박 군수는 “현실적으로 내수면 낚시터를 관리할 인력이 없어 전면 금지시킬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시골에는 할아버지, 할머니들밖에 없습니다. 쓰레기를 치울 사람이 없습니다. 신안군은 한때 18만 명이 살았지만 지금은 4만4천명에 불과합니다. 신안군은 1004개 섬이 있어 ‘천사의 섬’이라 불립니다. 그중 사람 사는 섬만 72개에 북단부터 남단까지 거리가 150km에 달합니다. 그 많은 섬들의 낚시터를 관리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정입니다.”
  송귀섭씨가 ‘낚시인들을 무조건 내칠 게 아니라 관광객으로 받아들여 낚시터를 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것이 더 나은 방안’이라고 말하자 박우량 군수는 “바다낚시객은 돈이 되지만 민물낚시객은 돈이 안 된다”고 말했다.
 “바다낚시는 주민 반발이 없습니다. 만재도나 흑산도의 경우 낚시인들을 받아서 영업하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내수면은 돈이 안 되고 쓰레기나 도전 등 문제만 발생합니다. 저도 예산 예당저수지처럼 주민들이 낚시인들을 적극 유치하는 곳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큰 낚시터에서 집단적으로 낚시하는 곳은 질서가 잡히지만, 한두 명이나 서너 명씩 낚시하는 용배수로가 널려 있는 신안군에서는 낚시질서를 잡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박우량 군수는 낚시금지 행정예고에 대한 낚시인들의 반발이 이처럼 강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지 이렇게 말했다. “전국 228개 자치단체 중 신안군 하나 금지된다고 해서 낚시인들이 낚시를 영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김동현 회장이 ‘신안군의 낚시금지가 선례가 되어 타 시군까지 낚시금지 조치를 남발할 우려가 크다. 우리나라 낚시산업이 심대한 타격을 입게 된다’고 했지만 박우량 군수는 그 말엔 즉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대화 중에 “민선군수인 내가 쳐다볼 사람은 우리 군민”이라고 한 말이 박 군수의 의중을 보여주었다. 자신이 돌봐야 할 군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 마당에 낚시인들이나 낚시산업까지 돌아볼 여유는 없다는 것이리라.

  관광소득보다 환경에 올인하는 신안군

  송귀섭씨가 ‘낚시인들이 와서 물고기만 낚아가는 것이 아니다. 소비를 통해 신안군에 경제적 보탬이 된다고 본다. 나는 신안군에서 낚시방송을 촬영할 때마다 신안군의 관광명소도 함께 소개한다. 낚시인들이 오늘은 낚시를 와도 다음엔 가족과 함께 여행을 올 수도 있다’며 낚시객을 관광객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박 군수는 도중에 말을 끊고 “앞으로는 낚시방송에서 신안군을 홍보하지 말아달라”고 했다.
  박우량 군수는 타 지자체장과는 달리 관광보다는 환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듯했다. 박 군수는 “신안군의 재정자립도가 전국에서 꼴찌나 꼴찌에서 두 번째”라고 하면서도 소득증대와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농민들의 폐비닐 수거비용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30억원을 쏟아부어서 환경정화사업을 펼치고 있다”고 자랑했다.
  “섬사람들에게 내수면은 육지와는 의미가 다릅니다. 농업용수로도 쓰지만 식수나 빨랫물 등 생활용수로도 사용합니다. 섬에서 물은 생명수와 다름없습니다. 신안군은 깨끗한 섬 만들기에 전력해왔습니다. 폐비닐 쓰레기 수거비용으로 연간 4억 내지 5억원씩 쓰고 있습니다. 신안군에선 농민들이 폐비닐을 가져오면 정부수거비의 20배가 넘는 돈을 주고 수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애를 쓰는데, 낚시인들이 와서 쓰레기를 버리고 갑니다.”

  총연합회에 “신안군 낚시터 관리 대행” 제안

  군수와의 면담은 11시 20분에 시작해 12시에 끝났다. 박우량 군수는 이날 참석한 낚시인들의 말을 듣기보다 낚시인들에게 할 말이 있어서 부른 것 같았다.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에서 오셨으니, 제가 제안을 하겠습니다. 우리 군은 낚시터 관리 인력이 현실적으로 없습니다. 공무원 한 명을 충원해도 연봉이 2천에서 3천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꼭 우리 신안군에서 낚시를 해야겠다면 낚시연합회에서 신안군 대신 낚시터 관리를 대행하십시오. 연합회에서 신안군을 찾는 낚시인들에게 허가증을 발급하고, 주민들은 낚시연합회에서 발급한 증만 검사하고, 쓰레기 처리비용은 낚시연합회에서 신안군에 예치한 돈으로 충당하면 연합회에선 정기적으로 감사를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다른 안을 주십시오. 우리가 이렇게 할 자신이 있으니 이렇게 하자고 우리에게 대안을 제시해주세요. 중앙정부에 압력을 넣어서 예산을 편성해주면 그것은 수용 가능합니다. 아니면 낚시인구가 600만이라는데 600만 표로 대선주자들을 설득하든가….”
  김동현 회장과 송귀섭씨의 눈길이 마주쳤다. 낚시인들에게 허가증을 발급하라니… 박 군수는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가 낚시인들에게 면허증을 발급할 수 있는 정도의 권한을 가진 기구인 줄 오해하고서 면담을 하자고 불렀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때 들었다. 마지막으로 박 군수가 말했다.
  “내수면 낚시를 항구적으로 금지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일단 전부 묶었다가 순차적으로 오픈할 것입니다. 1~2년간은 전 지역을 금지한 후 2015년엔 압해면 개방, 2016년엔 무슨 면 개방, 이런 식으로 하겠습니다.”

  12월 12일 신안군에서 제안서가 오다

 신안군을 다녀온 후 기자는 12월 10일 신안군청 건설방재과와 통화를 했다. 김오성 주무관은 “낚시 전면금지에서 한발 물러나 ‘낚시터 휴식년제’를 실시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며 “낚시터의 휴식년제는 읍면 단위로 시행될 것이며 휴식년의 기간은 1년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면금지에서 휴식년제로 바뀌었다니 조금은 나아진 셈인가? 그런데 문제는 휴식년제가 적용되는 범위다. 신안군수는 면담 때 “1년에 1개 면씩 개방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14개 면 중 1개 면 개방은 전면금지나 다름없다. 낚시인들의 입장에선 최소한의 지역만 휴식년제로 묶을 것을 희망할 것이고, 신안군은 최대한의 지역을 묶고 싶어 할 것이다. 과연 신안군의 14개 읍면 중 몇 개 면이 묶이고 몇 개 면이 허용될 것인가에 따라 휴식년제의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다.
  건설방재과 김오성 주무관은 “몇 개 면씩 휴식년제로 묶을 것인가는 내부 논의 중에 있다. 그리고 연말에 휴식년제가 공표되더라도 당장 시행하지는 않고 6개월의 유예기간 후에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말만 휴식년제지 전면금지나 다름없다!”

 12월 12일, 신안군에서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로 제안서가 왔다. 「낚시금지구역 지정」 협약서(안)이란 이름의 그 제안서엔 “신안군의 14개 읍면을 6개 권역으로 분류하여 매년 1개 낚시권역을 낚시허용구역으로 정하고, 그 외 5개 권역은 낚시금지구역으로 정한 후 매년 1개 권역만 순환 개방한다”고 되어 있었다. 군수가 말한 ‘1년에 1개 면’보다 겨우 한 개 면이 늘어나 있었다.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는 이 제안서를 12일 저녁 6시에 열린 「낚시인의 밤 및 환경대상 시상식」에 참석한 낚시업계 대표자들과 언론사 기자들에게 회람시킨 후 “우리 연합회는 이 제안서에 반대한다. 14개 면 중 2개 면만 허용하는 것은 전면금지나 다름없는 규제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날 환경대상 시상식에 내빈으로 참석한 송귀섭씨는 낚시인들 앞에서 신안군의 낚시금지구역 지정 제안서가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히 설명한 뒤 “신안군이 이대로 내수면을 묶게 내버려두면 그와 유사한 행정조치가 전국에 역병처럼 번질 것이다. 지금 무안군과 영광군에서도 공무원들이 낚시터 쓰레기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남도지사가 낚시금지구역 지정에 관해 언급했다는 소문도 있다. 만약 신안군이 이런 식으로 강행할 경우 낚시단체는 즉시 법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해서 국민의 행복추구권에 반하는 위헌적 조례가 시행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2월 13일, 신안군은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에 전화를 해서 제안서에 조속히 사인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만약 이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우리는 휴식년제 대신 원래 예고대로 전 내수면 금지를 강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박우량 신안군수의 오마이뉴스 인터뷰

“관광객 안 와도 좋다, 규제 심하고 불편한 섬 만들겠다”
  지난 12월 2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박우량 군수는 “관광객 안 와도 좋다, 규제 심하고 불편한 섬 만들겠다”고 말해 그의 독특한 행정방침을 뚜렷이 각인시켰다. “일 년에 관광객 몇 백만명이 와서 쓰레기만 버리고 가면 뭐하나. 환경과 생태를 보전하는 것이 지금 당장 손해 보는 것처럼 보이지만 길게 보면 엄청난 자산이다. 그래서 지방행정 최고의 가치를 환경과 생태에 두고 있다”며 “5만 군민이 환경운동가의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 2기 군정 목표”라고 말했다. 박 군수는 자신이 역점적으로 추진해온 신안 천일염산업이 “신안의 미래를 이끄는 성장 동력산업”이라고 강조하며 “프랑스 게랑드, 이탈리아 코마치오와 더불어 신안천일염이 세계3대 명품 천일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 밝혔다고 오마이뉴스는 전했다.
  박 군수는 1955년 신안군 도초도에서 출생했다. 내무부와 행자부 관료 출신으로 행정입법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다. 2006년 무소속 후보로 출마해 신안군수에 당선되었고 2010년 재선에 성공했다. 당파에 소속되지 않아 정치적 좌고우면 없이 신안군민을 위한 행정에만 매진해왔으며 일단 뜻을 정하면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불도저 스타일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낚시금지, 도미노처럼 확산되나?

무안군도 낚시터 오염 실태조사 착수
  최근 신안군과 인접한 전남 무안군도 수상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무안군은 군청 공무원들이 낚시터를 다니며 쓰레기를 사진으로 찍는 등 낚시로 인한 피해와 오염 실태 조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다음은 무안 운남수로에서 무안군청 공무원들과 만난 광주낚시인 하지웅씨의 얘기다. (편집자)
 
ㅣ하지웅 광주 월산낚시 낚시사랑 회원ㅣ
  지난 11월 11일 아내와 함께 무안 운남수로로 낚시를 갔다가 무안군에서 나왔다는 공무원들을 만났다. 낚시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사진을 찍으며 다가오는 모습이 영 낚시인 같지는 않아 의아했다. 우리 곁으로 온 두 사람은 내가 발판에 마련해 놓은 간이 쓰레기봉투도 촬영하기에 “무슨 일을 하는 분들이냐”고 물었다. 처음엔 신분을 밝히지 않던 그들은 “사실 무안군에서 나왔다. 관내 저수지와 수로를 돌아다니며 쓰레기 오염 실태를 파악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내가 마련해 놓은 쓰레기봉투를 보면서 “다른 낚시인들도 이렇게만 하면 참 좋을 텐데 신안군이 오죽했으면 그런 조치를 발표했겠느냐”며 안타까워했다.
  그 공무원들은 “윗선의 지시로 관내 저수지와 수로에서 낚시로 인한 피해와 오염 실태를 파악하고 있다”며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 길 옆에 내놓은 쓰레기봉투, 무너진 농수로, 태우다 만 쓰레기, 심지어 파손된 전기시설 케이스까지 촬영을 했다.
  내가 “그럼, 무안군도 신안군처럼 같은 조치를 취할 것이냐”고 묻자 “아직은 데이터 수집 단계일 뿐이다”라고 대답했다. 일단 무안군의 공무원들이 현장 실사를 다니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신안군의 낚시금지 사태가 다른 군으로까지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염려됐다. 소문에 의하면 조만간 해남군에서도 그런 조치를 취할지 모른다는 얘기도 들려오고 있다.

사진1. 박우량 신안군수. "낚시금지 조치는 낚시인들의 자업자득"이라는 말로 서두를 뗐다.

사진2. 12월 12일 신안군에서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로 보낸 제안서. 14개 면 중 1년에 2개 면씩 개방하는 휴식년제 시행에 합의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이다.

사진3. 박우량 신안군수가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 김동현 회장, FTV 송귀섭 제작위원, 한국낚시단체총연합회 윤병용 사묵국장에게 낚시금지 시행의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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