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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고 아득한 노래
2010년 07월 570 538

 

 

 

푸르고 아득한 노래

 

 

아직도 눈에 선한 인자한 미소는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는 마음속 사진으로만 남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편집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와 밥 먹으러 가자 채근하실 것 같습니다.
“낚시기자들은 출장과 야근이 잦은 만큼 건강에 더 신경 쓰라”고 늘 걱정하시던 정효섭 회장님, 그러면서도 저희더러 반강제로 술을 먹이며 술자리의 유쾌한 대화를 추억처럼 즐기시던 회장님, 나이 들도록 혼자 사는 제가 안쓰러워 “장가를 보내야 할 텐데” 노래를 하시던 회장님, 평소 드시고 싶어 했던 자연산 돌돔이 이제야 낚일 계절이 되었는데, 여름이 채 오기도 전에 이토록 서둘러 저희 곁을 떠나셨습니까. 이제 회장님이 안 계신 무거운 공백 속에서 참담한 심정으로 낚시춘추 7월호를 만들고 있습니다.
돌아보니 저는 회장님께 죄인입니다.
스물여섯 되던 해 낚시춘추에 입사해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제게 “좋은 문재를 가졌으니 열심히 해보라”며 등을 두드려주셨던 회장님, 그러나 저는 더 큰 직장에서 뜻을 펼쳐보고 싶다며 경쟁사인 월간낚시로 떠났습니다. 그런 배은망덕 앞에서도 화를 내시기는커녕 신문사에서 적응하지 못할까봐 오히려 걱정하시던 회장님, 그 후 십년이란 세월이 지나 월간낚시가 폐간한 뒤 다시 낚시춘추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뻔뻔스레 찾아온 저를 편집장으로 받아주신 이유를, 그 날 제게 밥을 사시며 살짝 눈물을 흘리셨던 이유를, 미욱한 저는 지금도 알지 못합니다. 
이승을 하직하면 어디로 가시는지, 저승에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것인지, 알 길 없는 가슴 답답합니다. 가시는 길에 드릴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남아 있는 저희들이 미력하나마 회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낚시춘추를 더 훌륭한 잡지로 만들겠다는 다짐밖에는…. 아무쪼록 이제 만걱정 떨치시고 극락에서 물처럼 구름처럼 낚시를 즐기십사 조선 문인 최석정의 시 한 수를 올립니다. 

 

蒼茫上聲 (푸르고 아득한 노래)

 

물과 구름은 푸르고 아득히 찬데,
강과 산은 멀리 아득히 의지해 있네.
무슨 일로 홀로 낚시를 드리웠는가.
그 노인 바야흐로 세상일 잊었구나.
외로운 배 더부룩한 숲에 가려 있고,
저물어가면서 새들이 조용히 난다.
푸른 섬의 흥취에 이끌리지만,
내일 아침엔 다 떨치고 떠나갈까나.

 

- 지난 6월 9일, 낚시춘추를 33년간 이끌어오신 발행인 정효섭 회장께서 노환으로 별세하셨습니다.  

 

                                                                                                                                   

낚시춘추 편집장 허만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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