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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꿈속의 물고기들을 그리며
2010년 02월 546 659

 

 

 

 

어릴 적 꿈속의 물고기들을 그리며

 

 

제  고향은 마산시 진동면의 바닷가입니다. 네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도회지인 진주로 갔지만 방학 때면 늘 조부모가 계신 시골을 찾아 바다에서 놀았습니다. 어느 해 여름 친구들과 뗏목을 타고 놀다가 은색으로 빛나는 거대한 물체를 발견했습니다. “유에프오다. 가보자!” “괴물이다! 그냥 돌아가자!” 놀란 우리가 옥신각신하는 사이 그 물체는 꿈틀꿈틀 움직이더니 스르륵 물속으로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그 날 밤 우리 마을에서 10리쯤 떨어진 창포마을 포구에 소동이 일어났습니다. 어른들 말로는 “배보다 큰 가오리가 들어와 장정들이 낫을 들고 뛰어들어 난투극을 벌였지만 결국 놓쳤다”는 것입니다. 그날 밤 저는 집채만한 가오리를 낚시에 걸었다가 물속으로 빨려드는 꿈을 꾸었습니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낚시춘추를 학교 앞 서점에서 처음 보았습니다. 책장을 넘기다가 ‘작도 간여의 괴물 갯장어’ 조행기에 매료되었습니다. 절해고도의 갯바위에 나가 대어를 노리는 꾼들의 얘기. 칠흑 같은 밤 육중한 낚싯대를 엿가락처럼 휘어버리고 와이어목줄을 씹어서 끊어버리는 무시무시한 괴어의 이야기가 제 가슴을 쿵쿵 뛰게 했습니다.
대학교 땐 잉어낚시에 빠져 진양호를 드나들었습니다. 사람보다 큰 수룡(水龍) 이무기들의 얘기를 고참꾼들이 들려준 밤이면, 보름달이 뜰 때마다 낚시꾼을 유혹해 목숨을 앗아간다는 거대한 황금잉어의 꿈을 텐트 안에서 꾸었습니다.

그러나 낚시기자가 되어 전국의 낚시터를 쏘다닌 지 열여덟 해, 저는 무수히 많은 대어를 낚았지만 대신 꿈을 잃었습니다. 제가 꿈꿔온 엄청난 고기들이 실상은 존재할 확률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절망했습니다. 낚시꾼들도 바뀌었습니다. 옛날 허풍이 대단했던 선배 조사들은 후배들에게 꿈을 주었지만 오늘날 칼같이 정확한 전문꾼들은 더없이 냉정한 정보를 줍니다. “엄청난 참돔을 걸었다 놓쳤다”고 흥분하는 초보자에게 프로들은 피식 웃으며 말합니다. “그거 부시리야.” 
낚시꾼들은 진실보다 판타지를 원합니다. 비관보다 차라리 허풍을 쳐주기 바랍니다. 하루 종일 낚시해서 겨우 피라미 한 마리를 낚는 비참한 현실을 애써 외면하고 손바닥만한 씨알이 고작일 것을 알면서도 한사코 황소만한 녀석과 겨룰 수 있는 줄과 바늘을 준비합니다.
그래서 장사를 잘하는 낚시점주는 대개 허풍의 달인들입니다. 손님들은 번번이 속으면서도 “월척에 4짜까지 우글댄다”는 낚시점주를 찾습니다. 반면 “일곱여덟치 몇 마리는 낚일 거요”하고 정직하게 말하는 낚시점주는 파리만 날립니다. 낚시꾼을 만족시키는 것은 낚은 고기가 아니라 놓친 고기, 본 적도 없는 미지의 물고기입니다. 낚시는 그 자체가 꿈과 희망을 낚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과거 낚시춘추가 창간될 무렵엔 모든 것이 미답의 낚시터였고 신비로운 물고기도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낚시인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고 미지의 물고기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옛날의 낚시춘추 기자들이 부럽습니다. 꾼들의 허풍이 질펀하고 미확인의 전설들이 넘쳐나는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그러나 오늘날 낚시춘추 기사엔 과장이 없습니다. 정확하다 못해 차갑습니다. 그것이 좀 아쉽습니다. 

 

낚시춘추 편집장 허만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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