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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산동성 발해만 탐방-세계의 낚시공장 웨이하이(威海)
2010년 07월 1225 662

중국 산동성 발해만 탐방

 

 

세계의 낚시공장 웨이하이(威海)에서 

 

거대낚시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중국을 보았다

 

중국 낚시인구 8천만, 미국 능가하는 최대 시장으로 급성장

일본 10년 전부터 중국시장 진출, “한국 업체들은 때를 놓쳤다”

 

 

| 허만갑  기자 |


 

 

중국이 세계 최대의 낚시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전후로 급증한 중국의 낚시인구는 약 8000만명으로 추산되며, 지난해 「중국체육공국」의 발표에 따르면 “월 1회 이상 낚시를 가는 인구가 900만명”이라고 한다. 통계대로라면 세계1위를 자랑해온 미국의 낚시인구(6000만명)를 추월한 것이다. 바야흐로 중국이 세계의 낚시공장에서 세계의 낚시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낚시산업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지난 5월 26일부터 29일까지 나는 중국 산동성 위해(웨이하이)를 찾았다. 위해에 있는 한국 조구업체 ‘블루피시(藍魚)’의 초청에 의한 방중이었다. 이번 중국행에는 한조무역 박범수 사장과 케이미디어 김재원 사장이 함께했다. 블루피시는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들을 중국 내수시장은 물론 유럽, 미국, 일본 시장에 수출하고 있으며 올해부터는 한국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우고 한조무역을 한국총판으로 선택했다. 우리는 3박4일 동안 위해시의 낚시공단을 둘러보고 봉래시의 바다에서 중국인들과 함께 감성돔낚시를 하며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었다.  
그 나흘 동안 나는 내내 불편한 충격에 휩싸였다. 중국의 바다낚시인구는 놀랄 만큼 늘어나 있었고, 위해는 ‘세계의 낚시공장’이란 이름에 걸맞는 낚시용품 생산체제의 완벽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다. 중국 현지에서 생산된 낚싯대와 릴, 의류들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 산동성 봉래시 펑라이방파제에서 열린 갯바위낚시대회에 참가한 중국 낚시인들. 중국의 바다낚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불편한 진실

 

위해시 창촌진의 조구공업지대. 낚싯대 공장부터 도래 같은 소품 공장에 이르기까지 낚시용품 제조업체들이 집결해 있는 이곳에 한국인 김영진씨가 운영하는 조구업체 ‘블루피시’가 있다. 26일 오후 블루피시와 한조무역은 상품 제작 및 판매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나름대로 큰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산 낚시용품이 OEM 방식으로만 한국에 수입되었으나 이젠 자체 브랜드를 그대로 달고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그만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뜻인가?  
김영진 사장은 부산 출신으로 90년대 중반 ‘디자인핸즈’라는 낚시광고업체를 운영하던 중 중국 낚시시장의 발전 가능성을 간파하고 2002년 도중(渡中)하였다. 최초 수년간은 사전정보 부족으로 심대한 시행착오를 겪었으나 마침내 유럽과 미국의 바이어들로부터 인정을 받기 시작하여 지금은 연간 500만불의 매출을 자랑하는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했다. 블루피시 제품들은 중저가품이 아니었다. 한국산과 별 차이 없는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신생 브랜드로서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들만으로 중국 낚시시장에서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은 비결은 무엇일까?
“한국계 기업이란 사실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국인이 한국의 기술로 만든다고 하니 고급품의 이미지가 쉽게 형성됐죠. 물론 우리 제품은 실제로 우수합니다. 그리고 중국잡지와 방송에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낚시대회를 여는 등 꾸준한 마케팅으로 중국 낚시인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김영진 사장의 말이다. 나는 의아했다. 브랜드 국적은 한국이라도 중국에서 만들었다면 한국산 낚시용품과 같은 가격으로 경쟁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그러나 김영진 사장은 “그건 위해의 기술력 수준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했다.
“위해는 중국의 변방도시에 불과하지만 세계 낚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합니다. 오늘날 전세계 낚시용품의 85%가 중국에서 생산되는데, 그중 40%가 위해에서 생산됩니다. 특히 낚싯대는 70%가 위해에서 만들어집니다. 이런 인프라를 토대로 신기술 개발과 축적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데, 아직 일본보다는 못하지만 한국과는 거의 동등한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특히 기술력의 척도가 되는 스피닝릴은 중국산의 품질이 머지않아 한국산을 추월할 가능성이 큽니다.”

 

 

위해시의 블루피시 사무실에서. 블루피시는 낚싯대, 릴, 의류, 소품 등 낚시에 필요한 모든 제품을 생산하는 종합조구생산업체다.

 

“중국은 낚시생산기지의 마지막 종착지”

 

위해가 조구생산의 메카로 발전한 토대는 아이러니컬하게도 한국이 제공했다. 1992년 한중수교가 이뤄지자 위해는 인천과 가장 가까운 한·중물류의 중심항이 되었는데 그때 새로운 생산기지를 찾던 한국의 낚시업체들이 위해에 낚싯대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값싼 인력은 중국 어디서나 구할 수 있지만 낚싯대 원료인 카본원단은 한국에서 가져갈 수밖에 없어 한국과 가장 가까운 위해가 적지로 떠오른 것이다. 더구나 위해는 기후가 온화하여 23도 기온에서 가장 보관하기 좋은 카본원단을 재놓기에도 좋았다.  
그로부터 20년, 한국인들의 투자로 출발한 위해의 낚시공단은 이제 한국과 일본을 위협하는 세계의 낚시공장이 되었다는 것이다. 
“제가 볼 때 위해는 낚시생산기지의 종착지입니다. 중국의 임금이 상승하자 동남아나 인도에서 제2의 위해를 찾아보려는 시도도 있다지만, 그런 나라들은 한국 일본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카본원단뿐 아니라 많은 부품, 기술, 주문의 왕래가 이뤄지기 불편합니다. 중국이 세계 낚시시장을 석권하리라는 예측은 이제 현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김영진씨의 말은 가감이 없어보였고, 그래서 그 말을 듣는 한국의 낚시기자로서는 가슴이 답답해졌다.
이튿날, 우리는 중국 감성돔을 직접 낚아보기로 하고 위해에서 2시간 거리의 봉래(펑라이)시를 찾았다. 위해시와 봉래시의 해변에서는 도처에서 낚싯대를 든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중국 낚시인구의 80%는 민물낚시를 즐기며, 바다낚시 인구는 20% 미만으로 추정되는데, 감성돔 구멍찌낚시로 대표되는 갯바위낚시 인구는 아직 10%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서 갯바위낚시는 고소득층이 즐기는 비싼 레저로서 ‘하이더고울퍼(바다의 골프)’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낚시분야라고 한다.

 

▲  2010 블루피시배 갯바위낚시대회에 참가한 낚시인들. 중국 북동지방의 여러 성에서 12개 바다낚시동호회, 95명의 선수가 참가하였다. 

 

중국감생이, 녹록치 않은 걸

 

기왕 중국에 왔으니 최고의 명당에서 낚시해봐야 할 것 아닌가. 김영진 사장은 낚시안내역으로 우리에게 왕리하우(王立皓)씨를 소개했다. ‘뚱베이라오커(東北老客)’란 닉네임으로 인터넷에서 낚시강좌도 하는 유명한 낚시스타라고 했다. 화교 출신의 왕씨는 한국말이 유창하고 홍콩에서 일본식 구멍찌낚시를 배워 일반 중국낚시인들보다 세련된 낚시식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갯바위 포인트를 원했으나 왕씨는 “지금은 섬 갯바위보다 봉래나 래주(라이저우) 등 발해만 안쪽 해변에 있는 대형 방파제들이 명당”이라고 했다. 김영진 사장도 “6월을 절정기로 한 여름은 이곳 발해만에서 5짜 감성돔이 많이 낚이는 피크시즌으로, 대부분 방파제에서 대어들이 낚인다”고 말했다.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나는 1996년 10월에 수원 서울낚시 회원들과 최초의 중국 감성돔 탐사취재를 한 적 있다. 그때 위해시 쑨자탄 마을 앞 출도(추따오)란 섬에서 35cm급 감성돔을 여러 마리 낚았다. 그 이야기를 하면서 출도로 들어가 보면 안 되겠느냐고 했더니 김영진 사장은 “그쪽은 전복과 해삼의 종패를 뿌려놓은 어장이라 낚시인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그런 섬들이 중국에는 많다”고 했다. 중국의 바다낚시 인구가 늘었다고 하지만 아직 섬낚시 여건은 활성화되지 않았나보다.
결국 우리는 봉래방파제와 래주시의 삼산도방파제에서 이틀간 낚시를 해보았으나 김재원 사장이 40cm급 감성돔 두 마리를 낚는 데 그쳤다. 현지꾼들은 ‘아직 시즌이 이르다’고 했다. 그러나 밤낚시를 해서 굵은 감성돔을 대여섯 마리씩 낚은 꾼들도 있었다. 요체는 중국바다라고 해서 감성돔이 막 낚이는 건 아니란 것이다.

 

 

▲ 봉래시가지 풍경.

 

 

▲ 봉래시의 낚시인들이 취재팀을 위해 마련한 만찬.

 

 

“중국 바다낚시 시장의 고급품은 일본이 장악했다”
   
중국의 바다낚시인들은 실전적인 낚시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1.7호 고부력채비(1.5호 수중찌를 달아도 여부력이 충분한 1.7호 구멍찌가 유행이었다)를 30m 이상 원투하여 6~10m 수심의 바닥층을 노리는 패턴을 주로 썼다. 김영진 사장이 박범수, 김재원 사장을 소개하면서 ‘한국의 유명한 찌낚시 명인’들이라고 하자 눈빛을 반짝이며 한국인들의 낚시모습을 유심히 보기는 했으나 곧 각자의 낚시에 열중했다. 90년대 초 일본 찌낚시 명인들이 방한했을 때 그들의 낚시를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들었던 한국 낚시인들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김영진 사장은 ‘이런 것이 중국인의 기질’이라고 했다. “코카콜라나 택시도 중국말로 바꿔서 부르는 게 중국인들입니다. 잘 사는 나라의 제품이라도 자기들에게 맞는 것만 취사선택하는 게 중국의 소비자들입니다. 그런 문화를 모르고 중국시장에 진출하면 실패하죠. 현대자동차가 중국진출에 성공한 것은 중국인들이 원하는 스타일의 차를 북경 현지에서 만들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메이드 인 코리아만 달면 팔리겠거니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중국에 머문 첫 날, 나는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값싼 중국 제품을 한국에 수입할 게 아니라 한국의 제품을 8000만 중국 낚시인들에게 팔아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 것을….
“한국 낚시용품들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내 질문에 김영진 사장은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한국은 이미 때를 놓친 감이 있습니다.”    
“때를 놓치다니, 무슨 말입니까?”
“2000년대 초부터 다이와, 시마노, 가마카츠, 마루큐, 토레이 등 일본의 업체들이 중국시장 공략을 모토로 내걸고 중국의 유통업체들과 합작하여 대대적 판로 개척에 나섰고 그 결과 중국의 고급품 시장은 거의 일본 제품이 장악했습니다. 지금 이곳의 바다낚시인들은 가마카츠 낚싯대에 다이와 릴을 달고 토레이 줄에 오너, 하야부사 바늘을 묶어야 감성돔이 낚이는 줄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변할 동안 한국 업체들은 중국시장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했습니다. 칠팔 년 전만 해도 한국 낚싯대는 중국시장에서 인기가 높았지만 지속적 홍보마케팅을 포기함으로써 지금은 한국의 대표적 브랜드들이 중국시장에서 별 인지도가 없습니다.” 
나는 김영진 사장의 말이 곧이곧대로 들리지는 않았다. 솔직히 아니길 바라는 심정이었으리라. 그러나 한국 조구업체들의 중국시장 개척 노력이 거의 없었다는 말은 크게 틀린 말이 아닌 듯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중국시장을 타깃으로 삼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의 조구업체들이 중국 수출시장에 투자할 여력이 많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일본보다 먼저 진출했다면 몰라도 이미 일본 제품들이 시장에 깔려 있기 때문에 그 틈을 비집고 들어서기가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마지막 밤, 우리는 일주일 후 열릴 블루피시 주최 갯바위낚시대회의 주관을 맡은 봉래시 발해어구 마준바오 사장 일행이 마련한 만찬에 참석했다. 봉래시의 낚시인들은 돌아가며 우리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떠들썩한 허장성세를 즐기는 중국인들의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된 요란한 만찬이었지만, 국경을 초월한 동호인으로서의 호의와 발전하는 중국에 대한 그들의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위해를 다녀온 뒤로 나는 생각이 많아졌다. 대한민국 낚시산업의 성쇠를 가름할 가장 큰 키워드는 어쩌면 중국이 아닐까?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의 낚시시장을 우리는 너무 모르고 있지 않은가? 만약 지금 논의 중인 한중FTA가 체결될 경우 관세가 사라진 한·중 무역전쟁에서 한국의 낚시산업체들은 어떤 전략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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