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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정보의 홍수시대를 사는 비애
2009년 05월 197 666

 

 

 

 

 


낚시정보의 홍수시대를 사는 비애

 


부남호에서 올해 첫 월척붕어를 낚고 싱글벙글하던 K씨, 철수하는 길에 서산 시내 식당에 들렀는데 표정이 시무룩합니다. 집에 무슨 일이라도 생겼냐고 물어보니 “그게 아니라 친구 녀석이 어제 의암호에 들어갔는데 월척만 열 마리에 도합 서른 마리를 낚았다고 하지 뭐요. 짜식이 의암호 가자고 할 때 따라갔어야 하는 건데….”하고 말합니다.  
조금 전까지도 “허부장 덕분에 월척을 낚았다”며 호기롭게 아침을 쏘겠다던 K씨, 갑자기 친구의 전화 한 통화에 풀 죽은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왠지 의암호로 가서 대박을 만났어야 할 그가 저 때문에 기회를 놓친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요즘 낚시정보들이 실시간으로 범람하는 시대에 살다보니 K씨처럼 ‘호황강박증’에 시달리는 낚시인이 많아졌습니다. 사실 낚시의 쾌감이란 게 약간은 상대적 우월감에 있지 않습니까? 남들이 못 낚을 때 한 마리라도 낚으면 기분 좋고, 내가 열 마리 낚아도 남이 스무 마리 낚으면 좀 섭섭하고…. 그러나 그렇게 낚시의 즐거움이 남과의 상대적 비교에 좌지우지된다면 나중엔 우리가 조과를 낚는 게 아니라 조과가 우리를 낚아서 흔드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아는 낚시인 M은 주말 낚시를 마치고 돌아오면 월요일 아침부터 컴퓨터를 켜고 조황 분석에 들어갑니다. 일단 자체평가를 실시합니다. “서천 부사호는 이번 주말에 씨알이 잘았대. 안 가기를 잘했지.” “원남지에서 4짜가 낚이기는 했는데 마릿수가 극히 없다는군.” “무안 유당수로 상류에서 월척이 쏟아졌다는데, 수질이 별로 안 좋잖아?”
그리고는 벌써 다음 주말 출조계획을 잡기 위해 분주합니다. 탐색범위는 전국구입니다. 화요일 아침, “진천 덕산지 어때요? 지금쯤 터질 때가 됐는데….” 수요일 오후, “경북 문경의 한 소류지에서 월척이 쏟아진다는데 지금 가봐야 빈자리도 없겠죠?” 목요일 점심, “전남 고흥호에 난리가 났대요. 내일 하루 월차 내고 일찍 들어가 볼까?”
단언컨대 M이 저 대신 낚시기자를 하면 훨씬 생생한 조황정보가 낚시춘추 지면을 채우리라 확신합니다. 그러나 또 어떤 독자분의 이런 말에 살짝 위안을 삼아보기도 합니다. “낚시춘추 화보에는 월척붕어만 실려요. 우리로선 일 년 내내 그런 호황은 구경하지도 못하니 괴리감이 생겨요. 그냥 보통 조과, 중치급 붕어의 찌올림에 만족하는 보통 낚시인들의 얘기를 실어주면 안될까요?”

이 글을 쓰고 나면 저도 잡지 마감하느라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해 낚시를 떠날 것입니다. 어디로 갈지 아직은 모릅니다. 제가 명색이 낚시춘추 편집장인데 전국 취재망을 샅샅이 점검하면 호황터 하나쯤 못 잡겠습니까. 그러나 마감휴식의 조행길마저 또 하나의 취재(?)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던 저수지가 있습니다. 월척은 귀해도 찌 잘 올려주는 일고여덟 치짜리가 심심찮게 낚이는 곳, 물 좋고 한적한 그런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이라도 누군가 “4짜 터졌다”고 전화를 걸어오면 귀 엷은 낚시꾼인지라 그리로 끌려갈 위험이 큽니다. 그래서 지금 호황속보가 어디서 들려올까 겁납니다. 

 

낚시춘추 편집장 허만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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