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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서 노는 한국인의 힘
2009년 11월 461 677

 

 

 

 

최선을 다해서 노는 한국인의 힘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저는 대한민국의 희망을 새벽 출조길의 낚시인들 속에서 봅니다. 휴일 하루 집에서의 휴식을 마다한 채 잠도 안 자고 낚시터로 달려가는 그들…. 저는 그런 낚시꾼들을 볼 때마다 ‘물고기 한 마리 잡는 일에도 혼신의 힘을 쏟는 한국인들이 하물며 먹고사는 문제에서 쉽게 포기하거나 좌절할 리는 없다’는 확신을 얻습니다.  
한국에서 7년간 살고 있는 국제위기감시기구(ICG)의 서울사무소장 피터벡씨는 「주간조선」에 쓴 칼럼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존경하고 또 닮으려고 노력하는 한국인의 자질 중 하나는 열심히 일하고 노는 것이다. 이러한 자질이 도전적인 성취욕과 삶에 대한 갈망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 한국인들처럼 하루에 10시간에서 12시간씩 일하고 난 후 다시 회사 밖으로 몰려나가 먹고 마시는 것은 외국인이 쉽게 배우기 힘든 기술이다. 무박여행을 즐기는 나라도 한국 말고는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휴일은 쉬는 날이 아니라 ‘열심히 노는 날’입니다. ‘휴테크(休tech)’란 말도 있지 않습니까. 쉬어도 그냥 쉬면 안 되고 머리를 써서 잘 쉬어야(사실은 놀아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기질은 최근에 생겨난 것도, 도시민의 것만도 아닙니다. 제 고향 시골의 어르신들은 해마다 한두 번씩 관광버스를 대절해 놀러 갔다 오시는데 갔다 오면 사나흘 앓아눕습니다. 차 안의 좁은 통로에서 춤추느라 허벅지에 멍이 들고 잠깐의 휴식시간에도 흥이 고파서 술잔을 돌린다니 그럴 만도 하지요. 그러고 보면 우리 한국인의 뼛속에는 확실히 신명과 열정이 뿌리박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 낚시인들은 낚시도 대충대충 하는 걸 못 봅니다. 이따금 낚시방송채널을 보면 화면에 등장하는 낚시인들이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차암~ 낚시가 무슨 업무도 아닌데 최선을 다하겠다니….  
제가 아는 한 낚시인은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는데, 가자마자 갯바위 포인트를 찾아 나선 끝에 차로 세 시간을 달려간 해안에서 거대한 참돔들을 타작했다고 합니다. 가슴이 뭉클하더랍니다. 여기야말로 내가 꿈꾸던 낚시천국이구나! 그러나 그가 신이 나서 무용담을 늘어놓자 뉴질랜드 낚시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는군요. “크레이지! 하루 낚시를 위해 왕복 여섯 시간을 운전하다니!”
신명이 넘치고 놀기를 좋아하는 한국사람들. 그러나 식민지의 상처와 전란의 폐허를 딛고 잘 사는 나라로 일어서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일 많이 하는 국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주어진 휴식시간이 성에 차지 않고 한번 놀 때 후회 없이 놀려고 악착같아집니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40대 과장 K씨, 금요일 오후 7시면 하루 10시간의 업무로 지친 몸을 이끌고 장장 5시간을 운전해 바다로 갑니다. 사무용품 도매업을 하는 50대 J씨, 주말출조를 위해 며칠 전부터 미리 물량을 맞춰놓고 금요일 하루 종일 거래처를 돈 다음 한밤중에 운전해 저수지로 갑니다. 이 분들을 떠올리면 낚시정보를 담는 잡지도 허투루 만들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낚시춘추는 낚시잡지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분량의 기사를 싣는 책이 되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 낚시인들이 결코 만족할 리는 없지만 말이죠. 

 

낚시춘추 편집장 허만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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