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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래스카의 낚시꾼과 한국의 낚시꾼
2009년 12월 562 678

 

 

알래스카의 낚시꾼과 한국의 낚시꾼

 

 

제가 다녀본 해외낚시터 중 다시 가고 싶은 곳 하나만 꼽으라면 알래스카입니다. 세계 최대의 연어 소상지인 알래스카는 핼리버트라는 대형 광어 낚시터로도 유명한 곳이지요. 그런데 제가 그리운 것은 킹새먼이나 핼리버트가 아닙니다. 키나이강 강변을 따라 끝없이 펼쳐져 있던 낚시점들과 피싱롯지들…, 호의를 가득 담고 낚시인들을 바라보던 알래스카 주민들의 눈빛입니다. 
알래스카에서 가장 비싼 관광상품은 첫째 사냥이고 둘째 낚시입니다. 한국에서 부자들이 즐기는 골프는 알래스카에선 서민들의 오락입니다. 앵커리지의 한 바(bar)에서 우리를 “피셔맨”이라고 소개했더니 주인 여자는 엄지를 치켜세우며 “내 남편도 플라이낚시꾼”이라고 자랑하더군요. 그녀는 우리가 한국에서 온 부자들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미국 본토나 세계 각국에서 알래스카를 찾는 낚시인들은 어떤 관광객들보다 비싼 비용을 지불하기 때문에 낚시꾼이란 이유만으로 특별한 대접을 받습니다.
그때 본 그런 눈빛을 저는 한국에서는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습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한국의 낚시인들이 알래스카를 찾는 낚시인들만큼 돈을 쓰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주거나 보태주는 것 없이 쓰레기만 버리고 가는 사람들’ 이것이 오늘날 한국 낚시인의 이미지입니다. 우리나라 낚시인들, 참 알뜰합니다. 케미라이트 1천원어치가 세 봉지냐 네 봉지냐로 낚시점을 선택하고, 뱃삯이 싸면 낚싯배가 낡거나 느려도 그 배를 탑니다. 사는 형편이 어려워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명품 셔츠를 입고 한 끼에 1만원이 넘는 맛집만 골라 다니는 이들도 낚시만 가면 짠돌이로 변합니다. ‘낚시는 서민층, 블루컬러의 취미’로만 인식돼 있는 이유가 낚시인들의 이런 소비패턴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오륙년 전 대한항공에서 일본 대마도 직항기 취항을 검토한 적 있는데 그때 바다낚시인들을 고객 대상으로 두고 제게 이것저것 문의해온 적 있습니다. 대한항공의 직원이 “부산까지는 KTX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겠다”고 하기에 “낚시인들은 KTX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낚시인은 짐이 많아서 승용차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고 이야기하려던 것인데 그 직원은 “아, 그렇죠. 낚시인들은 돈이 없어서 비싼 KTX는 타지 않겠군요.”하고 말하는 겁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일본으로 바다낚시를 갈 경비면 최고급 유럽 여행상품을 살 수 있는데 가난뱅이 취급을 받다니, 제가 모욕을 당한 것 같아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그러나 이게 현실입니다. 돈으로 가치를 매기는 물질만능의 세상, 낚시인 호주머니에 돈이 없다고 생각하기에 정부는 낚시산업 육성에 관심이 없고 지자체나 농어촌은 낚시인들 몰아내고 다른 관광객을 받을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낚시인의 권익을 지키려면, 있는 낚시인들은 보란 듯이 돈도 좀 쓰고, 없는 낚시인들은 돈이 많은 것처럼 허세라도 부려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새벽에 해장국집 대신 게장백반집을 찾아다닐 수도 없고, 낚시터에 아르마니를 걸치고 갈 수도 없으니, 이것 참 있는 척하기도 어렵습니다.
물가에서 마주치는 현지민들의 시선이 점점 싸늘해져 가고 있습니다. 공짜로 혹은 값싸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날들이 점점 줄어들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낚시춘추 편집장 허만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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