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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는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정착지-'더 로드'의 진행자 정명화
2010년 07월 3275 707

People

FTV의 해외낚시 프로그램 ‘더 로드’를 진행하고 있는 정명화(53)씨는 세계 각국을 찾아다니며 각 나라의 낚시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털털한 외모와 말투로 현지 낚시인들과도 쉽게 어울리고 미지의 물고기를 낚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모습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 아르헨티나 엘찬텐 피츠로이산으로 가는 길에서 발걸음을 멈춘 정명화씨. 그는 더 로드 촬영 3년 동안 13개 나라를 돌면서각 나라의 낚시와 문화를 소개해오고 있다.

 

재작년에 방영된 더 로드 몽골 편은 인상적이었다. 전설의 물고기로 통하는 타이멘을 낚기 위해 거친 초원에서 보름을 보냈으나 끝내 고기를 잡지 못하고 돌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 그러나 마침내 철수 직전 타이멘을 걸어낸 정명화씨는 그만 울어버렸다. 물고기를 안고 어린아이처럼 울먹이는 그를 보면서 나는 ‘이 사람은 방송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낚시여행가 정명화, 그는 3년간 13개국을 돌며 미지의 물고기를 찾는 탐사낚시를 해오고 있다. 물고기를 만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현지의 문화와 생활 속에 스스럼없이 동화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이 파고들었다. 정명화씨는 어떤 사람이고 방송에서 내뿜는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더 로드 제작후원사인 JS컴퍼니에서 그를 만나 인터뷰했다.

 

더 로드를 한동안 방송에서 볼 수 없었는데 다시 방영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 고맙습니다. 더 로드는 작년 한 해를 쉬었습니다. 세계적 금융위기와 환율 상승으로 해외제작비를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올해는 로드전문업체인 제이에스컴퍼니에서 후원을 맡아 다시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첫 방송분으로 아르헨티나를 다녀왔는데 다음 촬영지는 어디입니까? 
- 얼마 전 아프리카 케냐를 다녀왔습니다. 그곳엔 전세계의 낚시인들이 가장 낚고 싶어 하는 물고기 중 하나인 나일퍼치가 있습니다. 1m 이상 자라는데 덩치가 커서 꼭 황소 같은 놈입니다. 그러나 끝내 만나지 못하고 왔습니다. 너무 아쉬워요.

낚시를 즐기며 세계를 여행한다니 부럽습니다. 지금까지 다녀온 나라 중 인상 깊었던 곳은 어디입니까? 
- 타이멘을 낚았던 몽골이 가장 기억이 남고, 골드마시르를 낚았던 인도도 잊을 수 없습니다. 더 로드는 2007년 4월 첫 방송이 나갔는데 태국을 시작으로 해서 일본, 우즈베키스탄, 필리핀, 뉴질랜드,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러시아, 인도, 몽골, 아르헨티나, 케냐까지 모두 13개 나라에 이릅니다.

 

가출을 밥 먹듯 하던 말썽꾸러기 소년

 

정명화씨는 1958년 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에서 3남3녀 중 막내로 태어났다. 포목점을 운영했던 아버지는 언양읍 최고의 부자였다. 식구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부족함 없이 자란 소년 정명화는 말썽꾸러기였다. 또래 아이보다 덩치가 컸던 그는 툭하면 싸움질을 하고 다녔다. 중학교 1학년 때엔 무턱대고 가출을 하기 시작했다. 시외버스를 타고 부산이나 포항으로 갔다가 친척집에서 부모님 손에 끌려 돌아오는 식이었다. 그렇게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열네 번의 가출을 했다.
“왜 그랬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그냥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는 게 신나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장사를 시작했다. 4년간 수입 식료품을 팔기도 하고 그릇을 도매하기도 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그는 대구에 있는 영남전문대 전기과에 입학했다. 그러나 졸업한 뒤 시작한 직장생활은 그의 적성에 맞지 않았다. 결국 다시 장사를 시작했다. 대구에서 불고기식당을 열었다가 1년 만에 그만 두고, 기계공장에 투자했으나 본전도 건지지 못하고 다 날렸다. 다시 비디오가게를 운영하면서 그 사이 결혼도 했지만 1년 만에 이혼하고 사업도 접어버렸다. 사업과 결혼에 모두 실패한 그는 큰 실의에 빠졌다.  

“부모님께 얻어 쓴 돈이 상당했어요. 하는 일마다 번번이 안 되니까 나는 왜 이럴까 자책했죠. 삶의 의욕이 사라지더군요.”
정명화씨는 결국 승려가 되기로 결심하고 안동 봉정사로 들어가 머리를 깎았다. 하지만 여기서도 3개월을 버티지 못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상좌스님이 그를 앉혀놓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네놈은 역마살이 껴서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할 팔자야.”
절에서 나온 그는 배낭을 메고 전국을 주유했다. 3년 정도의 유랑생활이었다. 이때 그가 알게 된 것이 낚시다. 어릴 때 몇 번 해본 낚시를 본격적으로 즐기게 되었는데 가물치 루어낚시와 계류낚시에 빠져 창녕의 늪지대와 강원도 계곡을 찾아다녔다.
“고향에서 가까운 언양읍 심불산 계곡을 찾았을 때였어요. 꽃이 활짝 피어있던 봄이었습니다. 계곡에 들어서니까 싸한 냉기와 함께 콸콸콸 물소리가 들리는데, 지금까지 나를 짓누르고 있던 고뇌를 모두 잊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중태기와 피라미를 낚으며 계곡의 최상류까지 올라왔는데 땀에 흠뻑 젖은 내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 보일지 몰랐습니다. 무언가 열성을 다한 뒤에 얻는 만족감 같은 거였죠.”
낚시를 하면서 비관적이던 생각도 차츰 예전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낚시를 하면서 친구들을 사귀고 새로운 낚시터를 찾을 때마다 자신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지금 고백하는 건데 당시 내 가방엔 청산가리가 항상 들어 있었어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어요. 몸이 아프거나 정말 살기 싫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리자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낚시를 하면서 차츰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물고기를 잡을 때 내가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행복했습니다. 인생이란 게 특별한 게 아니구나, 지금처럼 낚시를 할 수 있으면 살아갈만한 것이구나 생각했습니다. 낚시가 제 인생의 목표가 된 겁니다.”

 

▲ 아르헨티나 아르젠티노호수에서 야생송어를 걸어낸 정명화씨.

 

 

˝낚시를 할 때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껴”

 

2003년 우즈베키스탄에 있던 친구의 초청으로 메기낚시를 하러 갔던 게 그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그때 쓴 조행기가 낚시월간지인 피싱리더에 실렸는데 그 기사를 본 FS-TV의 제안으로 우즈베키스탄 낚시여행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그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당시만 해도 낚시방송 하면 그냥 물고기를 낚아내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우즈베키스탄 방송은 해외낚시라는 특성도 있었지만 그 나라의 문화와 생활을 보여주었어요. 시청자들은 평소 못 보던 방송이라면서 좋아했습니다.”
그 뒤 정명화씨는 여러 루어낚시 관련 방송프로그램에 출현하게 되었다. 좌충우돌하면서도 솔직한 그의 진행에 호감을 표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자신감을 얻은 정씨는 평소 하고 싶었던 방송프로그램의 기획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세계 각국을 돌면서 미지의 물고기를 찾아 나서는 낚시 여정을 방송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그 기획안이 ‘월드와이드피싱’이었다.
그러나 FTV 측은 처음엔 난색을 표했다. 막대한 제작비 때문이었다. 그러나 행운은 정명화씨의 편이었다. 당시 공중파 TV에도 판매할 수 있는 대표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던 FTV는 ‘월드와이드피싱’을 협찬사 없이 자체제작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리고 2007년 4월 ‘월드와이드피싱 더로드’란 타이틀로 태국 편이 첫 방송됐다. 

 

‘더 로드’는 어떤 과정을 거쳐 제작됩니까? 

- 한 나라에서 10~20일 정도 머물며 3~6회 분의 방송분량을 촬영합니다. 촬영 갈 나라와 대상어종이 정해지면 현지 가이드와 연락을 해 스케줄을 짠 다음 출국합니다. 일정은 빡빡한 편이어서 한번 다녀오면 녹초가 되고 맙니다. 더구나 PD는 돌아와서 수십 개의 촬영 테이프를 갖고 편집을 하느라 고생이 더 많습니다. 지금의 유상호 PD를 비롯해 그동안 애써준 남영태, 김시덕, 정인영, 권순진 PD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방송을 보면 신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 나는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낯선 땅을 찾아서 그 지역 사람들도 낚기 힘든 물고기를 만나려고 합니다. 어떻게 신의 도움을 바라지 않겠습니까. 우즈베키스탄 촬영 때는 식수가 떨어진 상황에서 사막을 20km 가량 횡단해야 했는데 그런 상황에 처해보면 자신도 모르게 신의 가호를 중얼거리게 됩니다. 

시청자들의 평가 중엔 ‘정명화의 낚시실력이 떨어진다’는 얘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하하하. 그런가요?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저는 지금도 열심히 낚시를 배우는 중입니다. 하지만 그런 분들이 놓치는 게 있어요. 루어낚시인들이 그런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 분들은 꼭 루어를 사용해서 물고기를 잡지 않으면 인정하지 않더군요. 그러나 루어로 잡든 생미끼로 잡든 무슨 상관입니까? 시청자들은 루어로 잡는 걸 원하는 게 아니라 그 고기를 잡는 것을 원합니다. 나는 내가 만나고자 하는 물고기를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진 애를 쓰는데 그런 모습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 가보고 싶은 나라와 낚고 싶은 물고기는 무엇입니까? 
- 지구상의 최대 담수어로 알려져 있는 아마존의 피라루쿠와 머리는 물고기지만 몸은 악어와 같이 생긴 미국의 괴수 앨리게이터가아를 한번 낚고 싶습니다. 또 태국에서 낚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대형 가오리인 프라 크라벤도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물고기입니다.

더 로드 외에 앞으로 촬영하고 싶은 방송프로그램은 무엇입니까? 
-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낚시다큐멘터리를 찍고 싶습니다. 예전에 영국 BBC 방송에서 인도의 골드마시르를 자연다큐멘터리로 만들어 방영한 적이 있었는데 그 영상과 구성이 너무 훌륭해서 감동받았습니다. 골드마시르라는 어종을 통해 인도라는 나라를 보여주었는데  저도 한국의 물고기를 대상으로 해서 우리나라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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