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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천 미산계곡의 견지야인 김상훈
2010년 12월 4445 775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에 있는 미산계곡에 가면 청조담 이라는 견지낚시 체험장을 만날 수 있다.

청조담은 견지낚시인 김상훈씨의 보금자리다. 그는 청류옥수에 노느니 갈겨니, 열목어에 빠져 10년째 가족과 떨어져 야인생활을 하고 있다.

 

 ▲ 청조담 간판 옆에서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상훈씨. 그는 여생을 미산계곡에서 보낼 계획이다.

 

지난 여름 ‘내린천 미산계곡에 견지낚시 체험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낚시 체험장이란 말에 ‘피서철에 영리 목적으로 잠시 운영하는’ 것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견지낚시가 좋아서, 맑은 계곡이 좋아서 아예 집을 짓고 사는 순수 견지낚시인이었다.
‘견지야인’ 김상훈씨는 예순넷 나이가 무색할 만큼 건강하고 목소리가 쩌렁쩌렁했다. 실내에 들어서자 그가 직접 만들었다는 통나무 의자와 벽난로가 눈길을 끌었다. 손재주가 보통이 넘는다. 김상훈씨의 직업은 건축업이다. 이 집도 그가 직접 지은 것이다. “이 집이 아마 이 동네에서 가장 싸게 지은 집일 겁니다. 투박하지만 외풍이 없고 따뜻해서 혼자 사는 집으로는 그만이지요.”

 

가족의 격렬한 반대 무릅쓰고

 

김상훈씨의 고향은 인천이다.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에서 20년간 건축일을 해왔다. 그런 그는 2001년 봄, 가족에게 “혼자 내린천으로 들어간다”는 폭탄선언을 하고 이곳으로 왔다. 
“두 딸은 출가했고 막내아들만 장가보내면 제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벌써 나이가 쉰다섯이다 보니 더 기다렸다간 집 지을 힘도 없겠더라구요.”
지금의 집터는 그가 13년간 내린천을 드나들며 점찍어 놓았던 자리다. 집 바로 밑에 여울이 흐르고 그 여울에서 갈겨니와 열목어가 낚인다. ‘언젠가 내린천에 아담한 별장을 짓고 견지낚시로 여생을 보내겠다’던 그의 꿈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충격은 컸다. 아내는 펄쩍 뛰었다.
“처음엔 죽기 살기로 반대했죠. 가장이 가출을 선언했으니 오죽했겠어요. 이 집을 지은 뒤에 아들이 엄마와 함께 와서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사냐고 질색하더군요. 밤이 되면 암흑천지인데다 산짐승까지 수시로 울어대니 도시 사람들은 기겁할 수밖에요.”
혼자 살면 적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재밌어요. 사람 만나는 재미요. 어떻게 소문을 들었는지 전국에서 견지낚시인들이 찾아오고 있어요. 견지낚시계에 이름난 사람부터 이제 막 입문한 초보자까지, 십년을 이곳에 살다보니 한 식구처럼 지내는 낚시인들이 무척 많아요.”
신선놀음도 하루 이틀인데, 마냥 낚시만 하면 생활비는 어떻게 충당할까?
“손님용 방이 두 개 있어 가끔 숙박하는 견지낚시인들이 방 하나에 오만원씩 던져주고 돌아갑니다. 손님이라기보다 낚시친구들이죠. 피서철에도 일반 여행객에겐 방을 빌려주지 않아요. 취사 시설은 다 돼 있으니까 먹을 것만 갖고 오면 되지요. 오히려 그런 방문객들과 밥을 먹을 때가 더 많아서 생활비는 그리 많이 들지 않아요.”
간혹 피서철에 펜션을 구하지 못한 피서객들이 비싼 가격을 제시하며 방을 빌려달라고 해도 일반인을 받은 적은 없다고 한다. “돈 벌러 온 게 아닌데 굳이 일반 손님을 받아놓고 뒤치다꺼리할 이유는 없죠.”  
인터뷰를 진행하는 도중 벌써 네 명의 후배 견지낚시인이 김상훈씨를 찾아왔다. 서울에서 온 배수진씨 일행으로 3년째 단골이란다. 그들은 청조담을 찾기 전 미리 김상훈씨에게 전화를 해 필요한 물품들이 뭐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런 방문객이 없으면 정말 여기서 살기 불편할 것 같았다.

 

▲ 김상훈씨가 집을 찾아온 후배 낚시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제군 요청으로 견지낚시 체험장 시작

 

여름에 운영하는 견지낚시 체험 이벤트는 2년 전 인제군의 요청으로 시작한 것이다. 내린천 견지낚시를 체험관광 상품으로 만들어보려는 인제군이 김상훈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청조담 견지낚시 체험’ 입간판도 인제군에서 설치해준 것이다.
그런데 견지낚시 체험장 운영으로 큰 돈을 버는 것은 아니었다. 바지장화와 구명조끼, 낚시장비, 미끼, 밑밥을 모두 챙겨주고 한 시간 가량 낚시 지도까지 해주며 받는 돈은 고작 1만원. 미끼와 밑밥 값만 5~6천원이 넘고 거기에 장비 수리비와 채비 구입비, 인건비까지 따져보면 남는 게 없는 장사다.   
“돈 때문이라면 차라리 안 하는 게 속 편해요. 내린천을 찾은 사람들이 우리 고유의 견지낚시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해요. 피서철에 물놀이 왔다가 저로 인해 견지꾼이 된 사람도 꽤 많아요. 또 인제군민이 된 이상 군과 협조하며 살아가는 것도 맞다고 봅니다.”
개장 첫 해인 재작년에 견지 체험장을 운영해 올린 수입은 150만원, 올해는 200만원을 벌었다. 청조담을 유지하는 비용으로는 턱도 없는 금액이다.

 

내린천 견지낚시에 빠진 것은 언제부터인가? 
- 20년 전 인제군 상남면 내촌마을에 놀러 왔다가 처음 견지낚시를 접했다. 그전엔 인천 앞바다에서 우럭낚시를 자주 다녔는데 강원도의 맑은 계곡물에 반한 후론 견지낚시에 푹 빠졌다. 삼척, 울진, 봉화, 홍천 등 유명하다는 견지터는 모두 다녀보았지만 인제 내린천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견지낚시 어종 중 가장 좋아하는 어종은? 
- 갈겨니다. 남들은 누치나 열목어를 최고라고 하는데 난 갈겨니가 제일 좋다. 일급수에서 만날 수 있어 좋고 요리해 놓으면 맛도 최고다. 조림을 해놓으면 피라미보다 살이 부드럽다.
신선처럼 사는 분 같아 손맛만 보고 다 놔준다고 말할 줄 알았는데. 
- 천만의 말씀이다. 진정한 낚시꾼이라면 먹는 맛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언젠가 방송사에서 촬영을 와 협조해줬는데 낚은 고기를 모두 놔주는 장면을 찍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 야단 친 적 있다. 그들 생각엔 그래야만 방송이 고상하게 마무리될 것으로 여긴 것 같다. 지금도 가식적인 방류 장면을 보면 기분이 좋지 않다.
가족이 있는 인천에는 자주 가는가? 
- 명절과 제사 때만 인천으로 올라간다. 그때도 사흘 이상 머물면 좀이 쑤셔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볼 일만 보고 바로 내려올 때가 많다.
만약 가족이 다시 집으로 들어오라고 한다면? 
- 나보고 죽으라는 얘기다. 이제는 아내도 들어오라는 말을 안 한다. 다만 겨울에는 걱정이 되는지 이틀에 한 번씩 꼭 안부 전화를 한다.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와 청소를 해주고 가는데 그때마다 미안해 죽을 지경이다. 내 생각엔 내가 인천으로 돌아가는 것 보다 언젠가 아내가 청조담으로 들어올 공산이 더 크다. 
미산계곡의 견지낚시는 언제까지 가능한가? 
- 얼음이 얼기 전까지 즐길 수 있다. 겨울이 되면 열목어가 주로 낚인다. 열목어는 보호어종이라 손맛만 보고 놔준다. 작년엔 1월 초까지 견지낚시를 즐겼다. 겨울 견지낚시는 운치가 있다.

 

▲벽난로 옆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벽난로와 집안의 가구는 김상훈씨가 모두 직접 만든 것들이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이 되자 오후 햇살이 창가로 밀려들었다. 창밖의 가을 단풍이 아름답다. 이런 절경 때문에 그가 미산계곡을 못 떠나는 건 아닐까? 다소 뻔한 대답을 기대하며 그에게 물었다. 미산계곡은 일 년 중 언제가 가장 아름답냐고.
“초여름이죠. 그때는 새 잎이 나면서 온 산이 푸르러집니다. 바로 그때부터 고기들의 입질이 시작되거든요. 겨우내 이별했던 갈겨니들이 앙탈 부리며 걸려나올 때, 그때만큼 반가운 순간도 없습니다.” 
남들은 몇 시간씩 달려와 구경하는 가을 단풍은 안중에도 없고 고기 입질 살아나는 초여름 계곡이 가장 아름답다니… 인천의 가족들에게는 안 된 얘기지만, 낚시꾼 김상훈씨가 인천으로 되돌아갈 확률은 정말 거의 없어 보였다. 
청조담 연락처  011-9882-2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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