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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유혹과 몰입의 기술, 낚시』를 출간한 전영태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2009년 02월 3816 803

I·N·T·E·R·V·I·E·W

 

 

 

 

에세이 『유혹과 몰입의 기술, 낚시』를 출간한

 


 

문학비평가  전영태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

 

허만갑 기자

 

 

 

지난 12월 17일, 나는 경기도 일산의 한 식당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영화감독 이미례씨가 운영하는 ‘여자만’이란 상호의 그 식당에서 제공한 메뉴는 좀 특별했다. 가거도에서 올라온 참조기와 열기, 벌교에서 올라온 꼬막과 매생이가 풀코스 요리로 나왔는데, 정말 여자만(고흥과 여수 사이의 만) 바닷가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출판기념회의 참석자들도 묘한 교집합을 이루고 있었다. 시인, 소설가, 영화감독, 교수, 낚시인, 낚시점주, 낚시찌회사 사장, 그리고 좀 늦게 찾아든 낚시잡지 편집장(바로 나)까지 뒤섞여 앉았다. 자칫 어색할 수 있는 두 그룹을 엮어준 매개체는 술이었다. 어쩜 100명 넘게 식당을 꽉 채운 참석자들이 하나같이 말술이었다. 저녁 6시부터 출판기념회가 시작됐다는데 7시쯤 찾아가니까 벌써 ‘절어’ 있었다.
이 은근하고도 유쾌한 분위기의 회합을 마련하고 귀한 남도 해산물을 직접 공수하여 내놓은 사람은 이날 출판기념회의 주인공인 저자(著者), 전영태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다.
그가 출판한 에세이 <유혹과 몰입의 기술, 낚시>를 처음 받았을 때 나는 제목만 보고 흔히 보던 낚시 수필집이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이 책이 에세이로서도, 낚시에 관한 책으로도 대단히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 눈을 사로잡은 건 무려 101장에 달하는 ‘낚시그림’이었다. 책은 낚시와 그림과 명상이 어우러져 보는 맛과 읽는 맛을 함께 제공하고 있었다. 그림들은 서양화, 동양화, 한국화 등으로 다양했지만 공통점은 ‘낚시’였다. 쇠라의 그림에도 이중섭의 그림에도 모두 낚싯대가 있었다. 나는 낚시하는 모습을 그린 화가들이 이렇게 많았나 싶어 깜짝 놀랐다. 그리고 저자가 이 많은 그림들을 어디서 다 찾아냈는지 신기했으며, 그 그림들과 맞물려 풀어내는 낚시이야기가 너무 넉살스럽고 재미있어서 낄낄대다가 미소를 짓다가 보고 또 읽었다. 
전영태 교수. 술 좋아하고 욕 잘 하고 가거도를 사랑하는 골수 갯바위낚시꾼인 그는 날카롭고 섬려한 미적 감식안의 문학비평가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 1학년 때 서울대신문 비평상을 탔고 3학년 때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돼 일찍부터 문단에서 주목받았다. 이후 문학과 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궁구하는 작업을 해왔고 충북대학교를 거쳐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서 문학비평을 가르치고 있다. 〈현대소설의 이해〉 〈현대사회와 문학〉 〈문학과 현실의 인간〉 〈쾌락의 발견 예술의 발견〉 등의 저서를 출간했다.

 

-다섯 번째 책을 ‘낚시’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낚시중독자니까요. 글에 묻혀 사는 내가 낚시꾼이니까 낚시에 관한 책을 한 번은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지금 마치 오래 미뤄둔 숙제를 끝낸 듯한 후련함이 들어요.”
-언제부터 이 책을 쓰겠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책에 대한 구상은 삼사 년 전부터 했고 글은 3개월 동안 썼습니다. 낚시그림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컬렉션을 묵히기 아까웠습니다. 제목도 내가 생각했던 건 ‘그림 속 물고기 낚기’였는데 출판사 측에서 그런 제목으로는 안 팔린다며 ‘유혹의 기술, 낚시’로 하재요. 그래서 내가 거기에 몰입이라는 단어를 추가했죠.”
-이 책에 실린 낚시그림들을 언제부터 모으셨습니까? 
“원래 그림과 음악을 좋아하고 예술대학에 있다 보니 화가들도 교분도 있어서 화집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도서관을 뒤져서 그림 찾는 게 즐거웠어요. 더 좋은 낚시그림들도 많이 있는데 저작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다 싣지 못했습니다.”
-낚시그림을 보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
“낚시그림엔 정신적 여유가 풍부합니다. 다른 그림에는 예술행위라는 자의식이 있는데 낚시그림엔 그런 게 없어요. 그냥 그리고 싶어서 그린 거예요. 어떤 그림은 불편하고 공격적이기까지 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낚시그림엔 화가 자신의 여유가 있어 푸근해요. 화가가 그리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나타나 있어요.”
-쇠라의 그림 속 여자가 든 것이 낚싯대여서 놀랐습니다.
“나도 그 그림 속의 낚싯대를 발견한 순간 마치 대물을 낚은 느낌이었어요. 그림들을 보면서 당시 유럽의 여성들도 낚시를 많이 즐겼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됐습니다.”
-낚시와 문학 사이에 연관이 있습니까?
“낚시꾼은 다 시인입니다. ‘낚’자만 빼면 다 시인이잖아요.(웃음) 낚시꾼은 자연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줄 아는 눈과 마음을 지녔어요. 그래서 시인입니다. 낚시꾼은 햄릿형이고 돈키호테형이고 감성이 풍부하죠. 진짜 시인은 시심을 글로 표현하려 애쓸 뿐이지 느낌에선 낚시인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은 예술에 대한 관심이 대중문화에 묻힌 시대입니다. 배우나 가수가 마치 예술인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들보다 낚시꾼이 더 시와 문학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 중국 화가 부심여가 그린 <득어도>. ‘고기 한 마리를 낚고 미친놈처럼 좋아서 뛰어가는 그림 속 사내가 나와 꼭 닮았다’며 전영태 교수가 특히 좋아한 그림이다.(172p)


(전영태 교수는 낚시꾼의 기질을 부친에게서 물려받았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한강에서 견지낚시를 즐겼다. 열 살 때 뚝섬에서 혼자 힘으로 멍짜 누치를 낚고 “이게 내가 가야 할 길”이라고 대오(大悟)했다니 떡잎부터 달랐다. 낚시는 그에게 아들과도 이어주는 매개체다. 어릴 때부터 남다른 낚시소질을 보인 둘째 아들 전웅기씨는 장어낚시 사이트 ‘원줄이 끊어질 때까지’의 운영자로 유명한 낚시인인데, (전 교수의 말에 따르면) 지금도 아버지를 모시고 낚시터에 가는 효자다.)

 

-책 머리에서 낚시는 유혹의 기술이며 낚시꾼은 탐욕스러운 존재라고 하셨는데 어떤 점에서 그렇습니까? 
“흔히 말하기를 ‘꼭 고기를 잡는다기보다 대자연과 교분을 쌓으면서 인간의 겸허함을 확인하는 것이 낚시’라고 하지만 그 말은 고기 못 잡은 것에 대한 변명에 불과합니다. 낚시의 참재미는 물고기를 낚아내는 것에 있습니다. 시나 소설을 쓰기 위해서, 사업계획을 위해서 낚시 가는 사람은 없잖아요. 낚시터에 갔으면 낚시에 전념하는 것이 무심의 낚시입니다. 낚시에 전념하는 것은 물고기를 유혹하여 낚기 위한 탐욕이지만 그 결과는 무심의 세계입니다. 낚시꾼은 욕망을 버리지 못하면서 쉽게 이루지도 못하여 할 수 없이 조절하는 허무주의자라고 생각해요.”
-낚시를 안했다면 무슨 취미를 가졌을까요?
“글쎄? 생각도 안 해봤어요. 낚시 외엔 취미가 없어요. 원래 게을러서 손운동 밖에 안 합니다. 그 두 가지가 술잔 들기와 낚싯대 들기죠. 그래서 갯바위에 가는 것이 내겐 큰 운동입니다. 아내도 낚시가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지 낚시 가는 것에 전혀 반대 없습니다. 완전 방목형이죠.”
-한국은 서구사회에 비해 낚시인을 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습니다. 문인사회에서도 그런 것을 느끼진 않으십니까?
“그런 시각이 있긴 해요. 가령 사람들이 날 보면 ‘아직도 낚시 다니냐’고 묻습니다. 그럼 나는 ‘아직도 골프 치냐’고 되묻죠. 한국에서 낚시는 블루컬러의 레저로 인식돼 있는데 과거엔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대부들이 인격 도야의 수단으로 낚시를 즐겼고 정조와 문종도 궁궐 연못에서 낚시를 즐겼어요. 사실 바다낚시는 골프보다 돈이 더 들고 상당한 고소득자가 아니면 즐기기 어렵지 않습니까. 헤밍웨이 덕에 세계의 문인들이 낚시에 큰 관심을 보이게 되었듯이 내가 쓴 이 책이 한국의 문인들에게 낚시를 조금이나마 이해시켰으면 합니다. 정치인들도 낚시인들과 좀 더 가까워질 필요가 있습니다. 낚시꾼으로 유명한 미국의 부시 대통령 부자는 대중의 친화감을 얻기 위해 일부러 낚시하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냅니다. 우리 정치인 중에도 낚시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낚시회 후배라서 함께 여러 번 다녔어요. 후에 장관이 된 후에도 바쁜 와중에 낚시 한번 가보려고 무진 애를 쓰던데 처가가 제주도라서 추자도도 가끔 다니더군요. 하루는 초평지 좌대에 함께 내렸는데 나만 낚고 유 장관은 꽝인 거예요. 약을 올렸더니 ‘낚시하는 자체가 즐겁다’면서 초연한 자세를 보이기에 감탄했지요. 그런데 내가 먼저 철수하니까 얼른 내 자리로 옮기더라고요. 그도 역시 꾼인 것이죠.”
-스스로 ‘부잡스러운 낚시꾼’이라 자평하실 정도로 다양한 장르의 낚시를 즐기시는데 모든 낚시가 다 그렇게 재미있습니까?
“취향이 잡종이라 갈치낚시, 루어낚시, 선상낚시, 붕어낚시까지 닥치는 대로 합니다. 사실은 쏘가리 루어낚시를 제일 좋아했는데 이제 안 낚이니까, 대신 갯바위낚시에 몰입하게 되었죠. 쏘가리는 그 무늬와 자태가 너무 고와서 마음을 빼았겼죠. 낚시채비도 간단하고 맑은 강변을 돌아다니고 운동도 되고 특히 너무 맛있어서 좋았어요.”
-낚는 것만큼 먹는 것도 즐기시는데 요즘은 캐치 앤 릴리즈라고 해서 놓아주는 문화가 많습니다.
“알뜰하게 먹는 것도 고기에 대한 대접입니다. 고기를 내 몸속에 육화시키는 것은 낚시꾼으로서 중요합니다. 물고기는 입에도 대지 않으면서 낚시만 하는 낚시꾼은 진정한 낚시꾼이 아니에요. 방생한다지만 먹지도 않을 고기를 놀리며 조롱하는 것일 수 있어요. 물론 잔챙이는 놓아주어야겠죠.”

 

▲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 오후>. 여자 낚시꾼이 묘사되어 있다.(265p)

 

(그의 책에는 그가 낚시터에서 늘 보여주던 솔직함이 곳곳에 배어난다. 이런 구절도 있다. ‘낚시는 뻔한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 스포츠다. 낚시는 지나치게 정돈되고 규격화된 삶을 흐트러뜨린다. 허름한 낚시복장에 걸맞은 상소리를 거침없이 내뱉어도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 낚시는 안전이 보장된 일상의 삶에서 벗어나 위험한 상황을 스스로 자초하는 스포츠다.’)

 

-이 책을 쓸 때 상정한 독자는 누구입니까?
“일단 납니다. 이 책을 써서 내 낚시인생을 정리해야겠다, 한번 이렇게 정리하고 더 열심히 낚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쓰다 보니 이것저것 생각나는 게 많아서 나도 모르게 현학적 과시적 글이 되지는 않았나 걱정도 됩니다. 그런데 한 친구가 이 책을 읽고 “성급한 네 마음속에 그런 따뜻한 애정과 배려심이 숨어 있는 줄 몰랐다”고 하질 않나, 후배 평론가인 서울여대 이숭원 교수는 “매우 아름다운 글과 그림에 대한 해설에 감명받았다”고 하질 않나, 칭찬 일색이어서 빈말인 줄 알면서도 기분은 좋더군요.”
-지난번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을 때 ‘전영태는 낚시에 소질이 없다’는 평이 나돌던데요.
“다 내 고기 얻어먹고 헐뜯는 작자들입니다. 나 빼고는 전부 나이롱 낚시꾼이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 낚시친구끼리는 서로 헐뜯는 게 체질화되어 있어서 칭찬해주면 당황스럽습니다. 글쎄, 낚시의 정열은 A 플러스지만 낚시 소질은 B 마이너스쯤이라 봅니다.”   
-책이 많이 팔려서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팔리면 좋겠지만 안 팔려도 상관없습니다. 낚시를 갈 때 마음처럼. 많이 낚으면 좋겠지만 또 설령 빈손으로 오더라도 괜찮지 않습니까? 이 책을 쓴 마음도 그런 마음입니다. 특히 낚시꾼은 책을 잘 안 읽잖아요. 그 시간에 한 번 더 낚시를 가지 책 볼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끝으로 짤막하게 묻겠습니다. 먼저 낚시란?
“책에서도 썼지만, 낚시는 욕망의 취미입니다. 일단 낚겠다는 원천적 욕망이 있지 않습니까. 낚시를 너무 무욕의 취미로 포장할 필요 없어요. 그러면 낚시와 낚시인이 너무 무기력해집니다. 현대사회의 트렌드는 적당히 욕심내고 솔직한 그대로가 좋은 시대 아닙니까. 낚시꾼의 마음은 뻔해요. 무욕이 어디 있어요! 좀 더 좋게 말하자면, 탐욕과 무욕의 극한 사이에서 그네를 뛰는 것?”
-글이란?
“글도 낚시 같은 것이죠. 글에 빠져서 몰입하고 낚시로 물고기를 유혹하듯 글을 통해 독자를 유혹하니까요.”
-낚시꾼 전영태란?
“글을 쓰고 그림도 좀 했지만 지극히 평범한 낚시꾼. 굉장한 낚시꾼에 비하면 배워야 할 것도 많고 지극히 평범한 나를 낚시터에서 발견합니다.”

전영태 교수는 1월 8일에 가거도로 들어갔다. 책의 마지막에 “이제 그림 속 물고기 찾기, 낚시그림 발견하기는 이쯤 접어두고 물가로 또 떠날 때가 되었다”고 쓴 것처럼. 북풍이 휘몰아치는 가거도 갯바위 어디쯤에서 그는 또 웅크려 물고기를 유혹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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