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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진의 ‘찌낚시, 이것이 알고 싶다’-세월이 갈수록 물고기의 경계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2015년 04월 2856 8529

민병진의 ‘찌낚시, 이것이 알고 싶다’

 

이달의 주제

 

 

세월이 갈수록 물고기의

경계심이 높아지는 이유는?

 

 

민병진 제로FG 회장, 대마도 우키조민숙 대표

 

낚시인들의 흔한 푸념 중에 “10년 전에는 물고기가 많아 채비를 던지기만 하면 물었는데 지금은 자원이 고갈돼 그때만큼 낚기 어려워졌다”는 얘기가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사실은 10년 당시를 되돌아보면 그때도 역시 “10년 전에는 물고기가 많아…”라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만약 낚시인들의 말처럼, 정말 10년 주기로 물고기 개체수가 팍팍 줄었다면 아마도 바다에는 물고기가 거의 남아있지 않아야 정상일 것이다. 결국 이 얘기는 시대에 관계없이, 낚시인들은 늘 고기가 잘 낚였던 과거의 어느 순간만을 기억하면서 현재의 불황을 아쉬워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자원 고갈이 아니라 있어도 안 무는 게 문제

그렇다면 낚시인들은 왜 시간이 갈수록 물고기의 경계심이 높아진다(낚기 어렵다고)고 느끼는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이 이달의 주제인데 사실 이 주제는 너무 심오한 문제여서 해답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지금부터 언급하는 내용들은 어디까지나 필자의 사견이므로 가볍게 읽고 자신의 경험과 비교해보기를 바란다. 
필자는 물고기의 경계심이 점차 높아지는 원인을 물고기의 학습효과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바다 속에는 과거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양의 물고기가 있지만 낚싯배의 접근, 낚시인들의 채비 투척, 채비의 흘림과 회수 등 동일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서 물고기들의 위험 인지에 대한 학습효과도 함께 발달한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낚시인들이 매일 같이 찾는 여수 안도나 금오도의 감성돔낚시를 예로 들어보자. 근해권을 자주 출조하는 낚시인들은 “오늘은 입질이 약아서 고전했다” “감성돔이 미끼를 물었다 놨다를 반복하는 입질이 많았다”는 등의 얘기를 자주 하는데 추자도나 가거도 같은 원도에서는 거의 들을 수 없는 얘기들이다.
이것은 1년 내내 낚시인이 찾는 갯바위와 여름과 겨울에만 한시적으로 찾는 갯바위의 차이점이다. 손을 많이 탄 곳일수록 물고기들의 학습효과가 뛰어나 약간만 물속 조건이 나빠져도 예민한 입질이 자주 나타나는 것이다.
벵에돔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벵에돔낚시의 천국으로 알려진 남녀군도는 10년 전만 해도 물 반 고기 반이라는 얘기가 어울리는 곳이었다. 그래서 초보자도 채비만 던질 줄 알면 쉽게 벵에돔을 낚던 곳이었는데 현재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한국에서 ‘벵에돔낚시 좀 한다’는 수준의 베테랑이 아니면 쉽게 손맛 보기 어려운 낚시터로 변한 것이다. 그렇다면 남녀군도의 벵에돔 자원이 10년 전보다 부쩍 줄어든 것일까? 남녀군도 원정 경험이 많은 낚시인이라면 결코 그렇지는 않다는데 동감을 표시할 것이다. 그보다는 10년 이상 낚시인들의 손을 탄 것을 원인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낚시에 앞서 구멍찌를 고르고 있는 낚시인. 매번 사용하던 채비에 입질이 없다면 전혀 다른 방식의 채비로도 전환해볼 필요가 있다.

 

미물일수록 학습효과 강하다

물고기의 학습효과에 대한 입증 자료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은 ‘물고기의 행동과학’이라는 주제로 물고기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많이 하는 나라이다. 언젠가 가고시마대학의 대학원생이 수조에서 기르던 감성돔들을 대상으로 했던 실험이 눈길을 끈다.
한 대학원생이 실험용 감성돔 한 마리를 낚시로 걸어낸 뒤 다른 감성돔과 구별하기 위해 등지느러미에 태그를 달아 방류했는데, 그 물고기가 다시 바늘에 꿴 미끼를 무는 데 걸린 기간이 무려 9개월이었다는 결과를 읽은 적이 있다. 수조가 얼마나 크고 감성돔이 몇 마리나 들어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았지만, 한 번 위험을 느낀 감성돔은 동일한 위험에 대해 강한 경계심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연구 결과에서는 한창 그물에 잘 걸리던 방어의 어획량이 줄어들자 그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잠수부를 물속으로 들여보낸 결과, 방어들이 정치망 하단과 갯바위 사이의 좁은 골창을 찾아내 모조리 빠져나가고 있었다는 결과도 읽은 적 있다.
한편으론 3초 후면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는 물고기가 그렇게까지 학습효과가 뛰어날까 하는 의문도 들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지능이 낮을수록 본능적 학습효과는 더 강력하다고 본다. 필자의 딸이 2살 무렵이었을 때 라면만 끓이면 냄비를 만지려 들어 늘 불안했는데, 하루는 일부러 데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식은 냄비뚜껑을 만지게 놔뒀더니 그때 크게 놀란 뒤로는 냄비 근처에는 절대 다가가지 않았다. 생각이 단순하면 그만큼 받아들이는 과정도 단순하고 직접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싶다. 

 

제로찌엔 안 물어도 1호찌엔 물 때 있다

따라서 물고기의 입질이 예민하게 느껴지거나, 과거만큼 아니 어제만큼도 고기가 안 낚인다고 판단되면 전혀 다른 방법으로 낚시를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제로찌낚시가 등장하기 전에는 2B, 3B 같은 구멍찌로 벵에돔을 낚아왔지만 점차 벵에돔이 안 낚일 시점에 제로찌가 등장하자 벵에돔낚시가 쉬워진 것이 좋은 예이며, 이후 투제로찌를 사용한 잠길찌낚시가 유행하면서 벵에돔이 쉽게 잘 낚이자 몇 년간 붐이 일기도 했다. 이것은 기존의 패턴과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면서 벵에돔의 학습효과를 깨트린 게 효과를 본 것이라고 생각한다. 간혹 낚시를 하다보면 베테랑은 꽝을 맞고 엉뚱하게 초보자가 물고기를 올리는 경우도 그런 맥락일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여름 다이와 필드테스터인 야마모토 하찌로 명인과 제주 형제섬에서 벵에돔낚시를 하며 나눈 대화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 나는 제로찌 채비로 깊은 수심과 얕은 수심을 두루 노려 별다른 입질을 받지 못했지만 야마모토 명인은 벵에돔낚시에서는 쓰지 않는 1호찌를 사용해 벵에돔 서너 마리를 후다닥 낚아냈다. 내가 투박한 1호찌를 쓴 이유를 묻자 야마모토 명인은 농담을 섞으며 이렇게 답했다.
“한국의 벵에돔도 이제 제로찌낚시에 익숙해져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1호찌로 허를 찔렀죠. 제가 종종 쓰고 있는 작전인데 토너먼트에서도 이용하죠. 그런데 이 채비는 너무 투박해서 몇 마리 낚고 나면 더 안 잡혀요. 그때는 또 다른 채비로 바꿔서 던지면 벵에돔이 또 물 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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