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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과학 - 봄 붕어가 얕은 곳에서 낚이는 이유, 호수의 성층현상
2015년 05월 3615 8655

 

호수의 과학

 

 

 

 

봄 붕어가 얕은 곳에서 낚이는 이유


호수의 성층현상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 전 한국하천호수학회 회장

 

 

봄이 되면 낚시인들은 짧은 대를 들고 수온이 먼저 상승하는 얕은 곳을 노린다. 깊은 곳은 아직 수온이 낮아서 입질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물은 수온이 높아지면 밀도가 작아져 가벼워지고, 수온이 낮아지면 무거워지는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봄볕이 따스해지면 햇볕을 받은 수면의 온도가 먼저 올라가서 따뜻해진 물은 표층에 머무르는 반면, 찬물은 무거워서 아래에 머문다. 호수의 물은 이렇듯 수온이 다른 상하층으로 구분되어 잘 섞이지 않게 되는데, 이를 성층현상이라 한다.

 

해풍이 강한 간척호는 상하층 물 잘 섞여

호수에서 수온을 높이는 것은 주로 태양광선 가운데 절반을 차지하는 적외선이다. 물은 가시광선에 대해서는 투명한 물질이지만 적외선은 잘 통과시키지 않으며 호수 표면 10cm 이내에서 거의 흡수된다. 봄에는 기온이 상승하는 효과도 더해져서 호수 표면의 수온이 상승하는데 바람이 불지 않으면 수심 30cm 이내의 표면만 따뜻해진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 표층이 혼합되어 수심 1~2m의 깊이까지 따뜻한 물의 층이 형성된다.
반면에 심수층에는 아직도 겨울에 냉각된 차가운 물이 머물고 있고 바람의 영향이 없어서 혼합이 되지 않으므로 상하층의 수온 차이가 크게 된다. 수심이 깊은 소양호에서는 표층수온이 25도에 이르는 한여름에도 심수층에는 6도의 시원한 물이 저장되어 있다.
지역과 지형에 따라 성층현상이 강하게 형성되는 호수도 있고, 성층이 나타나지 않는 호수도 있다. 계곡지에서는 바람이 산에 의해 막혀 있기 때문에 바람에 의한 혼합이 억제되어 성층이 강하게 나타나고, 수초가 많은 호수에서도 수초에 의해 물의 혼합이 억제되므로 성층이 강하게 일어날 수 있다. 반면에, 서해안의 평택호와 같이 바닷바람을 강하게 받으며 얕고 넓은 호수에서는 바람에 의해 혼합이 잘 되어 성층이 약하게 일어난다.
바닷가에 위치한 호수에서는 바닷물이 유입하여 성층현상이 더 심해지기도 한다. 염분이 높아지면 담수에 비해 밀도가 크게 증가하므로 바닷물은 호수의 바닥으로 가라앉고 표층에는 염분이 낮은 담수가 분포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염분에 의한 성층은 수온에 의한 성층보다 안정도가 더 크기 때문에 혼합이 강하게 억제된다. 염분성층은 경인운하, 경포호, 영랑호, 간척지 호수 등과 같이 해수가 유입하는 곳에서 나타난다.

 

 

여름철 부영양호는 성층현상으로 산소 부족

성층현상이 일어나 상하층의 물이 격리되면 수온뿐 아니라 수질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표수층에서는 빛이 있으므로 플랑크톤이 많고 광합성에 의해 생성된 산소도 풍부하다. 반면에 심수층은 빛이 없는 암흑세계이므로 플랑크톤이 살 수 없고, 조개, 새우, 수서곤충 등의 저서동물과 어류의 먹이는 위에서 가라앉는 플랑크톤과 수초의 부스러기들이다. 따라서 호수는 깊은 곳보다 얕은 곳에서 동물의 다양성이 더 높고 생물량도 많다.
성층이 일어나면 심수층에서는 광합성이 없어서 산소가 생성되지 않으므로 산소가 점차 감소한다. 이때 소양호처럼 플랑크톤이 적은 빈영양호(貧營養湖)에서는 심층의 산소가 충분히 남아 있지만, 플랑크톤이 많은 부영양호(富營養湖)에서는 가라앉는 플랑크톤이 많기 때문에 산소를 많이 소비하여 산소가 고갈되기도 한다. 물속에서 산소가 없어지면 다음 단계로 암모니아, 황화수소(H2S), 메탄 등이 발생하여 물에서 불쾌한 냄새가 나는 ‘썩은 물’의 상태가 된다. 특히 암모니아와 황화수소는 독성이 있어서 어류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과거에 속초의 영랑호는 부영양화와 성층현상이 심하여 심수층에 황화수소의 축적이 많았고, 가끔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 산소도 없고 황화수소가 많은 심수층의 물이 표층으로 확산되어 물고기가 대량 폐사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였다.
부영양호에서 성층기에 심수층의 산소고갈이 발생하면 산소를 많이 요구하는 민감한 어류는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내성이 강한 붕어, 잉어, 미꾸라지 등만 남는다. 만일 어느 호수에서  잡어가 없고 붕어만 주로 낚인다면 부영양화로 인한 산소 고갈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의심해야 한다. 잡어의 입질이 없어서 붕어낚시에는 좋을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동물군집의 다양성이 크게 감소하여 건강하지 않은 생태계가 된 것이다.

 

가을에 해소되었다가 겨울에 다시 성층

성층현상은 가을이 되면 해소된다. 표층수가 차가워지면서 무거워진 물이 가라앉고 심층수는 표면으로 올라와 교체되면서 성층현상이 소멸하는 것이다. 표층과 심층의 수온이 비슷하고 산소도 공급되어 물고기가 봄보다 깊은 곳까지 분포할 수 있다. 가을에 소양호나 춘천호에서 낚시를 하려면 3.5칸대 이상의 긴 대를 써야만 하는 것은 바로 이 수직혼합으로 인한 수온분포 변화 때문이다.
한편 겨울에 얼음이 얼면 또 한 번 성층현상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특이한 것은 얼음 밑의 성층은 여름과는 반대로 표층수온이 더 낮다는 점이다. 물은 4도에서 밀도가 최대가 되고 그보다 온도가 낮으면 오히려 밀도가 작아지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겨울에 4도 이하로 냉각되고 표면이 얼면 이 물은 온도가 낮아져 밀도가 작아지므로 가라앉지 않고 오히려 표면에 떠 있게 된다. 그러므로 표층에 얼음이 얼고 얼음 바로 아래에는 0도의 찬 물이 있지만 호수 바닥에서는 2~4도의 더 따뜻한 물이 머물러 있는 성층현상이 나타나면서 바닥의 물고기가 얼지 않게 보호되는 것이다.
겨울에 일어나는 성층현상은 간혹 산소 고갈을 일으켜 어류 폐사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얼음이 덮이면 바람에 의한 혼합이 억제되어 성층현상이 더 강한 안정성을 보이는데 산소가 대기로부터 공급될 수 없으므로 산소는 오로지 광합성에 의해서만 공급된다. 그런데 눈이 내려 얼음을 덮으면 빛이 반사되어 수중은 암흑세계가 되고 광합성이 중단되어 산소가 고갈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붕어나 잉어는 대개 이런 환경을 견딜 수 있지만 민감한 어종이나 큰 개체는 견디지 못하고 죽게 되며, 이런 호수에서는 큰 고기가 남아 있지 못하여 낚시터로서의 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낚시를 하면서 계절에 따라 변하는 호수의 물속 환경을 헤아려 본다면 더욱 흥미로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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