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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과학 (2) 초여름에 물이 맑아지는 이유 - 물벼룩이 번성하면 청수기(淸水期)가 온다
2015년 05월 2503 8733

 

호수의 과학 (2)

 

 

 

초여름에 물이 맑아지는 이유

 

물벼룩이 번성하면 청수기(淸水期)가 온다

 

 

 

김범철  강원대학교 환경학과 교수, 前 한국하천호수학회장

 

 

봄이 무르익어 가면서 수온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대부분의 호수에서 물빛이 혼탁해지는 시기를 맞는다. 호수에서 물의 투명도를 결정짓는 주요인은 식물플랑크톤의 양인데, 봄에 규조류에 속하는 식물플랑크톤들이 잘 자라기 때문에 혼탁해진다. 이후 붕어의 산란기가 찾아오고, 늦은 봄이 되면 혼탁하던 물이 갑자기 맑아지는 시기가 나타난다. 물이 맑아지는 이유는 동물플랑크톤의 양이 크게 증가하면서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기 때문인데, 이때 물을 유리병에 넣어서 보면 대형 동물플랑크톤이 헤엄쳐 다니는 것을 맨눈으로도 볼 수 있다. 봄-초여름에 걸쳐 주로 나타나는 동물플랑크톤의 대량 증식에 의해 물이 맑아지는 현상을 영어로 clear water phase 라고 부르고 있는데 우리는 이를 청수기라고 부른다.

 

식물플랑크톤이 잡아먹히면 물색 맑아져

 

호수의 동물플랑크톤에는 지각류, 요각류, 윤충류 등이 있는데 이 가운데 물을 맑게 하는 효과가 가장 큰 종류가 지각류이다. 지각류는 호수의 동물플랑크톤 가운데에서 가장 몸집이 큰 종류로서 주로 담수에만 살고 있으며 흔히 물벼룩이라고 부르는 종류가 대표적인 지각류이다. 물벼룩의 성체는 1mm를 넘는 것도 많이 있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물벼룩은 영어로 안테나라고 부르는 두 개의 큰 촉수가 머리에 나 있는데 이를 급격히 접으면 몸이 위로 튀어 오른다. 물속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바닥에 가라앉기 때문에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기 위해서 위층으로 헤엄쳐 올라갈 때에는 마치 벼룩처럼 톡톡 튀어 오르면서 자신의 위치를 유지한다. 그래서 영어로 water flea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우리는 이를 그대로 번역하여 물벼룩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물벼룩은 안테나 외에도 가슴에 작은 다리가 여러 개 나 있고 다리에는 빗살 같은 털이 가지런히 나 있어 이를 채반처럼 사용하여 물을 움직이고 물속의 작은 생물을 걸러서 먹는다. 물벼룩은 다른 동물플랑크톤에 비해 몸집이 크기 때문에 식물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능력이 크고 물을 맑게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에 물벼룩이 많이 모여 있으면 작은 붉은 알갱이들이 많이 모여 헤엄치며 물빛이 약간 붉은 빛을 띠는 것으로 쉽게 알아 볼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물벼룩의 몸체는 투명하지만 두 개의 큰 황갈색 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눈이 있어서 빛이 오는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에, 큰 눈의 색깔 때문에 물고기의 눈에 잘 띄어 잘 잡아먹힌다. 눈이 커서 잡아먹히는 슬픈 운명이랄까?

 

▲ 지각류의 일종인 물벼룩. 몸집이 커서 호수의 물을 맑게 하여

청수기의 주원인이 되는 대형 동물플랑크톤. 황갈색의 큰 눈을 가지고 있다.

 

▲ 호수와 바다에서 가장 흔한 동물플랑크톤인 요각류.

 

 

물고기는 식물플랑크톤은 잘 먹지 못한다

 

호수 생태계의 먹이연쇄는 [식물플랑크톤→동물플랑크톤→치어→육식어류]의 단계로 연결되는데 동물플랑크톤이 에너지 전달의 중간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식물플랑크톤은 대개 크기가 너무 작아서 물고기의 아가미를 빠져나가기 때문에 잘 먹지 못한다. 식물플랑크톤을 동물플랑크톤이 잡아먹고 크기가 커져야 비로소 물고기가 먹을 수 있는 먹이가 된다. 물벼룩은 물고기가 아주 좋아하는 먹이이기 때문에 작은 물고기가 많은 곳에서는 곧 모두 잡아먹히고 없어진다. 그래서 물벼룩을 비롯한 동물플랑크톤들은 물고기의 눈에 잘 띄는 낮에는 주로 어두운 그늘이나 호수 깊은 곳에 숨어 물고기를 피하고 있다가 밤이 되면 표수층으로 나와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는 일주기 이동을 한다. 작은 치어들은 동물플랑크톤을 먹지만, 성장하여 더 커지면 더 큰 먹이인 작은 어류나 수서곤충을 선호하게 된다.  
물벼룩이 증식하여 청수기가 나타나는 시기는 봄에 식물플랑크톤이 증식한 이후이다. 해빙 후 식물플랑크톤이 먼저 증식하는데 이때 아직 수온이 낮아 동물플랑크톤은 별로 없기 때문에 식물플랑크톤이 잡아먹히지 않아 크게 증식하고 물빛이 흐려진다. 이렇게 먹이가 늘어나면 뒤이어 동물플랑크톤이 식물플랑크톤을 잡아먹으면서 증식하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4월에서 6월 사이이다. 남쪽지방의 소형 저수지에서는 수온이 먼저 상승하여 청수기가 4월에 나타나는 반면 소양호처럼 북쪽지방에 있고 수온 상승이 늦은 호수에서는 5월이나 6월에 나타나기도 한다. 
가을에 또 한 번의 청수기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즉, 저수지마다 물리적 특성에 따라 식물플랑크톤이 성장하는 시기가 다르고 이어서 동물플랑크톤의 증식시점도 결정되는 것이다.
그러나 동물플랑크톤의 번성은 그리 오래 가지 못한다. 물고기의 산란 부화에 의해 치어가 대량발생하면 치어들이 모두 먹어 치우기 때문이다. 부화 직후의 치어는 몸집이 작으므로 큰 먹이는 먹을 수 없고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동물플랑크톤이 주요 먹이가 된다. 따라서 특히 물벼룩과 같은 대형 동물플랑크톤의 양은 소형어류의 양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즉, 작은 어류가 많으면 물벼룩이 모두 잡아 먹혀 줄어들고, 식물플랑크톤을 억제하는 능력이 없어져 물이 더욱 혼탁해진다. 그래서 치어가 너무 많이 생산되는 호수에서는 대형 동물플랑크톤의 양이 줄어들어 청수기가 잘 나타나지 않기도 한다.

 

물고기의 먹이는 물벼룩 등 동물플랑크톤

 

한편 어류의 입장에서는 치어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서 동물플랑크톤이 많은 시점에 치어가 부화되도록 산란시기를 맞추어야 한다. 많은 어류가 봄에 산란하는 것은 바로 동물플랑크톤이 많은 시기에 부화시점을 맞추는 이점이 있다. 어류의 산란시기는 어류종마다 다른데 이는 그 종의 치어의 먹이 생물이 많아 생존에 유리한 시점에 맞추는 것이다. 만약 산란시기를 잘못 맞추어 치어의 먹이생물이 없는 시기에 부화한다면 굶어 죽는 개체가 많을 테니, 오랜 세월이 지나다 보면 부화시점을 잘 맞추는 개체만 살아남는 자연선택이 일어나고, 최적화된 산란시점을 가진 개체만 살아남는 진화가 일어난다. 각 호수는 수온과 식물플랑크톤의 증식시점이 다르고, 이에 따라 동물플랑크톤 증식시기도 달라져 어류의 산란시기도 다르게 맞추어진다.
요즘 기후변화에 의한 생태계 교란을 수생태학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변화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어류가 산란시기를 잘못 맞추어 동물플랑크톤이 적은 시기에 부화한다면 치어의 생존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의 먹이생물과 포식자의 균형은 매우 정교하게 짜여 있다. 먹이가 증가하면 포식자가 따라서 증가하고, 포식자의 증가는 다시 먹이생물을 감소시키고, 이는 역으로 포식자의 감소를 유발한다. 이러한 피드백 과정에 의해 생물 밀도의 균형이 유지되고 생태계가 안정을 유지하고 있을 때 건강한 생태계가 된다. 이 조절과정이 깨지면 특정 생물이 지나치게 과잉 번성하는 현상들이 나타나며 서서히 생태계의 안정성이 악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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