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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I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왜 비가 온 뒤 물고기가 죽을까?
2016년 05월 1529 9662

연재 I  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왜 비가 온 뒤 물고기가 죽을까?

 

 

강우 초기에 발생하는 도시하천의 수질 악화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 前 한국하천호수학회 회장

 

도시의 하천에서는 가끔 어류 폐사가 발생하는데 대부분 산소 부족이 원인이다. 그런데 발생시기를 조사해 보면 비가 내린 뒤에 흔히 일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가물고 더운 초여름에 오랜만에 내리는 적은 비는 어류 폐사가 발생하기 쉬운 전형적인 조건이다.
비가 내릴 때 물고기가 죽는 이유는 강우 초기에 소하천에서 오염도가 높은 물이 유출되기 때문이다. 하천의 수질은 비와 유량에 따라 크게 변동하는데, 오염된 하수를 처리하지 않고  배출하는 후진국형 도시하천에서는 비가 오면 하수가 빗물에 희석되어 수질이 좋아지는 반면에, 하수처리 시설이 만들어져 있는 현대 도시나 인구밀도가 낮은 농촌지역에서는 비가 오면 수질이 오히려 나빠지는 현상들이 나타난다. 특히 비가 내리기 시작한 직후의 강우초기에 가장 혼탁한 물이 유출된다.
비가 온 뒤에는 으레 도로가 깨끗해지고, 하수도가 깨끗이 청소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표면이 깨끗해졌다는 것은 결국 오염물들이 하천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뜻이다. 도시의 하수도 바닥에는 유기오염물들이 쌓여 있고 미생물들이 번식하여 흐물흐물한 슬러지를 형성하고 있는데, 유기물을 미생물이 분해하면서 산소가 고갈되고 암모니아와 황화수소와 같은 유해물질들도 만들어진다.
맑은 날에는 하수도 내의 유속이 느리기 때문에 바닥에 퇴적되어 있지만 비가 내려 유속이 빨라지면 이 슬러지들이 일시에 재부유되어 떠내려간다. 유속이 빨라지기 시작하는 강우 초기에 가장 오염도가 높은 물이 유출되고, 슬러지가 모두 다 씻겨 나가면 강우 후기에는 다시 맑은 물이 흐르게 된다.

 

▲서울의 도시하천에서 강우 시 물의 색 변화와 어류생존성 실험. 강우 직후 검은 탁수가 유출되고 살림망에 넣어둔 물고기가 모두 죽었다.

지표면의 오염물들이 하천으로 유입
서울의 안양천, 중랑천, 탄천 등의 도시하천에서 수질조사를 해보면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바닥이 보이기도 하지만 비가 내리면 갑자기 혼탁한 검은 탁류가 쏟아져 나오는 것을 관찰할 수 있다. 필자는 서울의 도시하천에서 수질자동측정센서를 설치하여 10분 간격으로 수질을 측정하는 연구를 하고 있는데 강우 초기 몇 시간 동안 탁도가 매우 높고 산소농도가 낮은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수온이 높고 가뭄이 드는 초여름에는 산소가 완전히 없어지는 현상도 종종 나타나는데 이는 어류에 치명적이다. 산소 고갈뿐 아니라 탁류를 만드는 부유물질도 어류에 유해하다. 하수구 바닥의 침전물에는 끈적끈적한 유기물질이 많아서 물고기의 아가미에 달라붙어 호흡을 방해할 수 있고 유해물질도 함께 유출되므로 어류에게 독성을 가진다.
문제는 산소가 부족하고 탁도가 높은 물이 흐르는 강우 초기 몇 시간 동안을 물고기들이 견디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천에서 관찰해 보면 강우 후 탁수가 내려오기 시작하면 물고기들이 빠른 속도로 헤엄치며 도피처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류는 산소농도에 민감하므로 산소가 없는 물이 흘러 내려오면 이를 피하려는 회피행동을 보이는데 주로 하류로 도피하거나 수변의 수초대 등의 은신처를 찾아 피신한다. 서울의 도시하천에서 물고기를 살림망에 넣어 생존가능성 시험을 해 보았더니 비가 오지 않는 기간에는 계속 생존하다가 비가 내린 직후에 탁류가 유입하자 곧바로 물고기가 거의 다 죽어 버렸다. 자연상태에서는 어딘가로 회피하고 살아남았겠지만 살림망에 가두어 두었더니 산소 부족과 탁수로 인하여 죽어 버린 것이다.
어류는 종에 따라 산소 부족에 대한 내성이 다른데 붕어, 잉어, 미꾸라지 등의 내성종은 산소가 부족해도 잠시 동안 생존이 가능하지만 민감종은 산소가 부족하면 곧 죽어 버린다. 따라서 도시하천에서는 민감한 어류가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수질 악화 시기에 죽어 버리므로 어류의 다양성이 낮아진다. 산소가 부족해지면 물고기가 수면에서 공기를 마시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공기호흡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가끔 산소 고갈이 발생하는 도시하천에서 생존여부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것으로 보인다.

 

하수와 빗물 섞이지 않는 하수시설 필요
그러면 하수처리를 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도시에서 왜 비가 오면 오염된 탁류가 흐를까? 그것은 하수처리가 아직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근래 개발되는 도시에서는 지표에 내린 빗물이 하수와는 다른 관로로 흘러가도록 만들고 있으며 이를 분류식 하수도라 부른다. 그러나 과거에 개발된 지역에서는 합류식 하수도로 만들어져 빗물과 하수가 분리되지 않고 있는 곳이 있다. 분류식으로 만들었다 하더라도 하수관을 잘못 연결하는 경우도 있고 하수관으로 빗물이 유입하는 경우도 있어서 비가 오면 하수의 양이 증가하는데, 그러면 하수처리장에서 용량이 부족하여 처리할 수 없으므로 처리하지 못하고 바이패스하여 하천으로 그대로 방류하는 사례가 흔하다.
하수와 빗물이 섞여 들어오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수관거를 재정비하여야 하는데 땅 속에 묻힌 하수관로를 바꾸는 것은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드는 사업이므로 조금씩 서서히 개선해 나아가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강우 시 하수의 양이 증가하더라도 처리가 가능하도록 하수처리장의 용량을 확대하는 대책도 필요하다. 도시에서는 하수가 섞이지 않더라도 지표에서 유출되는 오염물도 많으므로 강우 초기에 하천수질 악화를 피할 수 없다. 따라서 도시하천의 수질 개선을 위해서는 강우 초기의 오염도 높은 하천수를 가능한 한 많이 하수처리장으로 유입시켜 처리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그런데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가 하수처리가 잘 되고 있는 나라인 것으로 홍보하여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다는 점이다. 맑은 날을 기준으로 계산한다면 우리나라의 하수처리율은 높은 편이다. 그러나 비 오는 날에 처리하지 못하고 배출되는 하수와 오염된 지표유출수를 포함한다면 오염물의 제거비율은 그리 높지 않은 실정이다. 병은 숨기지 말라고 했듯이, 문제점을 숨기지 말고 적시하여야 해결을 위한 투자가 가능할 것이다. 도시하천에서도 다양한 물고기가 살 수 있도록 수질이 더 개선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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