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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수세식 화장실이 시골 하천 오염 가속화
2016년 05월 1424 9760

연재_김범철 교수의 호수의 과학

 

 

수세식 화장실이 시골 하천 오염 가속화

 

 

하수처리장 없는 시골의 수세식 화장실은 재래식 화장실보다 위험하다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 前 한국하천호수학회 회장

 

요즘 도시이건 농촌이건 하천 바닥의 돌 표면에 많은 부착조류가 붙어 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현미경으로 보면 갈색을 띠며 미끈미끈한 점액질이 많은 규조류가 가장 많고, 초록색의 질긴 실 모양을 띠는 녹조류, 가늘고 연약하며 청록색을 띠는 남조류 등이 나타난다. 부착조류가 늘어나는 이유는 물속에 비료 성분과 동일한 인(燐)이 많이 유입되었기 때문인데 인이 증가하여 미소광합성 생물인 조류(藻類)가 과잉 증식하는 현상을 하천의 부영양화라 부른다.
부착조류가 과잉번식하면 여러 가지 피해가 나타난다. 우선 미관상 좋지 않아서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가 하락한다. 부착조류가 자갈을 덮고 자갈 사이까지 메우면 밤에 돌 틈의 산소가 고갈되기 때문에 수서곤충이 살기 어렵다. 하천에서는 많은 어류들이 돌 틈에 알을 낳는데 부착조류가 너무 많으면 돌 틈에 낳은 알이 부화되지 못한다.
조류는 광합성 생물이므로 낮에는 광합성을 하여 산소를 증가시키는데 부영양화가 심하면 오히려 어류에 해로울 정도로 지나치게 산소가 과포화되며, 밤에는 호흡과정에 의해 산소를 감소시켜 심한 곳은 거의 산소가 없어지기도 한다. 부착조류는 물고기와 수서곤충의 먹이 생물이지만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동물을 줄어들게 한다.

 

  ▲ 핀란드의 물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건식화장실. 우드칩을 넣어 수분을 조절하고 통기성을 높여 냄새를 없앤다.

 

 

대소변의 인 성분이 부착조류 과다증식
근래 하천의 부영양화가 심해진 이유는 가정하수, 하수처리장 방류수, 축산폐수 등이 유입되기 때문인데, 산간지방 하천의 경우에는 수세식 화장실이 주요 원인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나 수세식 화장실이 널리 보급되어 있는데, 산촌의 외딴 주택에도 보급된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산간에 위치한 군부대 초소에도 수세식 화장실을 만들어 주고 있다. 인분을 퍼내야 하는 재래식 화장실과 비교하면 냄새도 없고 청결하여 사용자들에게는 더 없이 편리한 시스템이지만, 환경학자의 입장에서 보면 수질오염의 우려가 매우 큰 분뇨 처리방법이다.
대도시에는 하수처리장이 잘 만들어져 있어서 수세식 화장실을 쓰더라도 대소변이 처리장에서 잘 처리된다. 그러나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곳에서는 정화조를 설치하는데 배출수는 토양으로 처리하거나 하천으로 직접 배출하고 있다.
정화조란 하수를 보름 이상 장기간 저류하여 기생충과 병원성 미생물이 죽게 하는 시설이며, 분뇨에 포함되어 있던 유기물도 어느 정도 분해되어 수질오염을 줄일 수 있다. 하수 중의 인을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화조의 배출수가 토양에 잘 흡착되도록 해야 하는데, 사용기간이 길어지면 토양의 공극이 막히기도 하고, 배출량이 많아서 정화조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짧아지는 등의 원인으로 인하여 인이 제거되지 않고 하천으로 배출되는 사례가 흔하다.

 

고도처리기능 없는 하수처리장은 오히려 더 위험
요즘 경치 좋은 하천변에는 으레 펜션이 들어서 있는데 하수도가 연결되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에 주로 정화조에 의존하여 하수를 처리한다. 투숙객이 적은 계절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투숙객이 많은 행락철에는 갑자기 하수의 양이 증가하여 토양에 충분히 흡착되지 않고 하천으로 배출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소규모 부락에서는 하수처리장을 만든다 하더라도 인을 제거하는 고도처리기능은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오히려 처리 후에 하천 수질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수세식 화장실과 하수도가 없을 때는 하수가 도랑을 흘러가는 동안에 인이 토양에 흡착되어 자연정화되므로 소규모 하수는 하천수를 오염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되고 하수도와 마을하수도 처리장이 만들어 지면서 하수를 모아서 하천에 직접 배출함으로써 오히려 하천의 부영양화를 초래하는 예가 많다. BOD만 처리한 후에 인을 처리하지 않고 배출하는 경우에는 도랑에서 토양에 의해 흡착되던 자연정화보다 정화능력이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인을 완전히 제거하는 고도처리 하수처리장 시설을 갖추지 않은 지역에서는 수세식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은 수질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정화조에서 체류시간이 짧은 경우에는 기생충이나 병원성 미생물도 살아남아 하류에서 수인성 전염병을 퍼뜨릴 수도 있다. 이런 사고는 정수처리가 부실한 후진국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어서 수질관리 전문가들은 수세식 화장실을 수질오염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고도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에는 수세식 화장실 설치를 금지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유럽에선 건식 화장실이 새로운 대안으로 보급
그 대안으로서 유럽에서 보급되고 있는 것이 물을 사용하지 않는 건식 화장실이다. 필자가 핀란드를 방문하였을 때 외딴 호숫가에 있는 화장실을 발견하고 분뇨 처리 방법을 알아보고자 들여다보았더니 우드칩을 사용하는 건식 화장실이었다. 수질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친화적으로 분뇨를 처리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방식은 소변을 가능한 한 별도의 통에 받아서 분뇨의 수분을 줄이고, 화장실 사용 전후에 나무를 잘게 부수어 만든 우드칩을 넣어 주어 인분의 수분을 적절히 흡수하고 통기성을 높이는 것이다. 산소가 공급되면 냄새가 없어지고 미생물에 의해 잘 분해되므로 시간이 지나면 우드칩과 함께 분해되어 거의 소멸된다. 몇 달에 한 번씩 조금 남은 찌꺼기를 수거하여 숲속에 비료로 뿌려 준다.
유럽에서는 최근 건식 화장실을 친환경 화장실로서 널리 보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하수처리장이 없는 지역이나 후진국에서는 매우 좋은 처리방법이기 때문에 건식 화장실을 후진국에 지원해 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세식 화장실에 의한 수질오염이 우려되는 지역에서는 건식화장실을 보급하여 하천의 부영양화를 막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데에 기여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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