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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꾼과 선녀’ 남인호·박찬금 부부
2010년 03월 2372 978

P·E·O·P·L·E

 


 

 

운전 못하는 남편, 낚시터까지 태워주는 아내

 


 

 

‘낚시꾼과 선녀’ 남인호·박찬금 부부

 

이기선 기자 blog.naver.com/saebyek7272

 

▲“여보, 손맛 보세요!” 얼음낚시가 한창인 인천 검단수로에서 부인 박찬금씨가 남편 남인호씨를 차에서 내려주며 응원의 한 마디.

 

인천시 계양구 갈산동에 사는 51세의 남인호씨는 10년 전 불혹의 나이에 낚시에 입문했다. 늦깎이 낚시입문의 계기는 부인 박찬금씨의 권유였다. 일요과부가 두려워 한사코 낚시를 말리는 부인들과 달리 박찬금씨는 일밖에 모르는 남편에게 취미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남편의 등을 떠밀어 낚시점을 찾았다.
“그 당시 남편은 충무로에서 출판사(여민사)를 운영하고 있었어요. 출판경기가 좋을 때여서 생활에 여유가 좀 있었는데, 변변한 취미도 없이 불철주야 일밖에 모르는 남편이 좀 안쓰러웠어요. 휴일날 남자가 하루 종일 방에서 담배만 피워대니 누가 좋아하겠어요. 그래서 골프나 등산이라도 좀 다니라고 했지만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남편이 학창시절 때 낚시를 했다는 걸 알아낸 나는 낚시라도 다녀보라고 권했지요. 마침 인근에 낚시방이 있어서 함께 갔지요. 지금은 좀 후회돼요. 남편이 이렇게 낚시에 심하게 미칠 줄 알았으면 가지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호호호”
부인 박찬금(50세)씨는 어린이집을 운영했다. 아이들을 데려오고 다시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서 운전을 배웠다. 그에 반해 남편 남인호씨는 운전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부인 박씨가 남편을 차에 태우고 낚시터까지 동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낚시에 관심이 없었지만 낚시터에 함께 가는 게 정말 좋았어요. 책도 보고 맑은 공기 마시며 자연도 감상하고… 무엇보다 일터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집안 가사노동에서 잠시나마 해방되었다는 기분에 날아갈 듯 했답니다.” 
같이 낚시를 해보자는 남편의 제의도 있었지만 햇볕 알레르기가 있어 바깥에 오래 머물지 못했다. 그래서 박씨는 주로 차 속에서 책을 보며 남편의 낚시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남편에게 낚시 권유했다가 결국 기사 노릇까지

 

어릴 때 고향 김천의 낙동강에서 낚시를 했던 남인호씨는 가는 곳마다 쏠쏠하게 붕어를 낚으며 낚시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강화도 쪽실수로에서 3개월 동안 원 없이 붕어를 낚으며 손맛을 만끽하기도 했다고.   
남씨가 낚시에 빠져들면서 부부의 동행출조는 늘어났다. 가까운 강화도를 벗어나 멀리 충주, 부여, 서천까지 다녔다. 그래서 부인 박찬금씨는 낚시꾼이 아니면서도 웬만한 저수지와 수로 이름들을 다 꿰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커가자 집을 자주 비울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방법을 바꿨다. 남편을 낚시터까지 데려다주고 낚시가 끝날 때쯤 다시 낚시터로 태우러 가는 식으로. 그때부터 남인호씨는 먼 곳을 피하게 되었고 가까운 김포나 강화도가 주요 출조지로 바뀌었다. 낚시 갈 때마다 운전사 노릇을 해야 하는 아내가 안쓰러웠지만 낚시를 그만 둘 수는 없었다. 직접 운전을 배워볼까도 생각했지만 남씨에겐 ‘운전공포증’이 있었다.
“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실험 중 전기에 감전이 되어 죽다 살아난 일이 있어요. 그 사건 이후로 공포감 때문에 기계치가 되었죠. 운전을 배우려고 학원에 가보기도 했는데 시동키를 꽂으려는 순간 몸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어요. 키를 꽂는 순간 이 차가 혼자서 어디론가 달려가 꼭 죽을 것만 같은 생각에 도저히 못하겠더라고요.”
나중엔 교동도 하리낚시터에 낚시짐을 모두 옮겨놓고 버스를 타고 다니는 방법도 선택했지만 부인이 말렸다. 무엇보다 부인이 싫은 내색 한번 하지 않고 즐거이 남편의 발 노릇을 자처한 것, 그것이 10년 넘게 부부가 함께 낚시터를 찾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주변 사람들이 참 대단하대요. 하지만 나는 남편 대신 운전한다는 것이 그리 어렵다거나 싫지가 않았어요. 아마도 내가 자라온 환경 때문인가 봐요. 저의 아버지가 선생님이셨는데, 엄한 아버지와 남편에게 내조를 아끼지 않으신 어머니를 보고 자란 때문이겠지요.”
 

▲남인호·박찬금 부부. 20년간 한 번도 크게 싸워본 적 없는 잉꼬부부다. 


“낚시 안해도 웬만한 낚시터는 안 가본 곳 없어요”

 

박찬금씨는 낚시터 동행 중 일어난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주었다.
“4년 전쯤이었을 거예요. 초여름이었는데 밤낚시를 하겠다는 남편을 강화도 어느 낚시터에 내려주고 돌아오는데 차에 기름이 떨어진 걸 몰랐지 뭐예요. 날은 금세 어두워졌고, 핸드폰은 없고, 깊은 산중에서 오도 가도 못하고 차 속에서 날이 새기만 기다려야 했어요. 그날 밤은 왜 그리도 길고 춥던지….”  
하지만 부인 박씨의 낚시운전기사 노릇도 이제 곧 끝난다. 3개월 전 출판사를 후배들에게 물려준 남씨가 새로운 사업(유통업)을 위해 2월 중순이면 중국으로 건너가기 때문이다.
“언제 돌아올지는 아직 모르겠는데, 중국에 가서도 낚시는 계속 할 거예요. 현지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을 모아 낚시회를 만들어 다니면 되지 않겠어요?” 남씨는 껄껄껄 웃는다.
1월 마지막 주말 오후, 박찬금 여사는 여느 때처럼 남편 남인호씨를 태우러 김포 검단수로를 찾았고, 남편과 함께 귀가하는 도중 인천의 한 카페에서 기자를 만났다. 아무쪼록 남인호씨의 사업이 번창하고 부부의 사랑과 행복이 영원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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