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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받침틀 제작자 승일레져 우영일 사장
2010년 03월 5996 982

P·E·O·P·L·E

 


 

이젠받침틀 제작자  승일레져 우영일 사장

 


 

“잘 팔리는 상품보다 호평 받는 걸작을 만들고 싶다”

 

이영규 기자 yklee09@darakwon.co.kr

 ▲이젠받침틀의 헤드 고정대를 가공하고 있는 우영일 사장. 다소 비싸고 무겁더라도 한번 구입하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제품들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물낚시인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이젠받침틀 제작자 승일레져 우영일(禹榮日, 50) 사장. 3년 전까지 그의 주업은 상하수도 관련 기계설비 제작이었다. 전남 완도군의 고금도에서 태어난 그는 스무 살 때 상경해 10년 간 회사 생활을 하다가 서른 살에 승일기계라는 상하수도 기계설비 제조업체를 차려 독립했다. 관련 업종이 호황을 맞을 때여서 우 사장은 많은 돈을 만졌다. 그러나 잘 나가던 사업에 시련이 찾아왔다.
“팔십년대에서 구십년대 중반까지는 온 나라가 경제개발에 몰두할 때여서 기계설비 업종이 호황을 맞았어요. 하지만 시골 구석까지 상하수도가 놓일 정도로 살기가 좋아지면서 이 분야의 수요가 줄기 시작했지요. 사실 그런 기미가 보일 때 일찌감치 다른 사업으로 전환해야 했어요. 결국 시기를 놓친 셈이죠.”
갈수록 위축돼가는 사업 속에서 낚시는 그의 위안이 되었다. 어릴 적 고금도에서 망둥이낚시를 즐겼던 그는 모든 낚시장르에 매력을 느껴 감성돔낚시, 붕어 대물낚시와 보트낚시까지, 안 해본 낚시가 거의 없을 정도다.

 

친환경 자립형 받침틀의 예상 밖 고전

 

그런 그가 붕어낚시용 받침틀을 제작하게 된 것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2007년 봄, 충남 태안의 이원수로를 찾았던 우영일 사장은 석축에서 낚시하면서 ‘받침돌이 필요 없는 받침틀’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함께 간 일행들이 받침틀을 누를 큰 돌을 구하지 못하자 석축의 돌을 빼내 받침틀을 누르는 광경을 본 것이다.
“만약 그 모습을 주민들이 봤다면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 것 같더군요. 그래서 고민을 했지요.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돌로 고이지 않아도 견고하게 버텨주는 자립형 받침틀을 만들면 어떨까 하구요.”
20여 년 기계설비에서 잔뼈가 굵은 우영일 사장에게 해결책은 간단했다. 받침틀이 무겁고 튼튼하다면 굳이 무거운 돌을 고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이젠받침틀이다.
“이젠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이젠받침틀이라고 이름을 붙였죠. 이 녀석은 8mm 두께의 알루미늄으로 제작했는데 10단 기준 무게가 8.5kg이나 나갔죠. 4칸대와 받침대 한 세트 무게를 800g으로 잡고 10세트를 계산한 겁니다. 보기 좋게 황금빛 아노다이징 착색까지 해놓니 정말 든든하더군요. 4칸대 12대를 한꺼번에 올려놔도 앞으로 기울지 않는 골리앗 같은 녀석이었죠.”
이젠받침틀은 땅속에 고정핀을 박지 않아도, 돌을 고이지 않아도, 앞쪽으로 길게 뻗어나간 두 개의 지지대가 하중을 지지하는 독특한 ‘자립’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조립 후 포인트에 터-억 내려놓기만 하면 돼 편리했고, 듬직한 무게 덕분에 강풍이 불어도 넘어가지 않는 강력한 지지력을 자랑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무겁고 튼튼해서 4칸대 12대를 올려놔도 끄떡없다’는 장점이 오히려 ‘무거워서 들고 다니기 힘들다’는 역풍을 맞았다.
“다른 대물 받침틀은 무게가 6~7kg인데 반해 이젠받침틀은 8.5kg으로 두 배 가량 무거웠죠. 어차피 받침틀은 차에 싣고 나니는 것이므로 무게는 별 상관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낚시인들의 취향은 의외로 다양했어요. 기왕이면 가벼운 게 좋다는 인식이었고, 요즘 낚시인들은 멋도 중시해 펼쳐 놨을 때 남의 시선을 끌 수 있는 제품에 관심을 많이 보이더군요. 생각이 모두 나와 같지는 않구나 하는 걸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이젠받침틀은 소수의 마니아들에겐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지금도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대중성과 가격경쟁에서는 밀리고 있는 게 사실이다. 
“더 싼 가격에 공급하고 싶지만 원자재 값이 너무 많이 들어요. 받침틀에 쓰이는 헤드는 전량 기존 받침틀 업체로부터 납품을 받는데 헤드 값만 삼분의 일이 넘습니다. 현재 출시 중인 최신 유행 자립형 받침틀이 20만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내려갔는데 통알루미늄을 소재로 쓰는 이젠받침틀은 30만원이 넘습니다. 사실 이 가격도 유통 마진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별루 없어요.”
 

▲승일레져에서 생산하는 대좌와 이젠받침틀을 보여주고 있는 우영일 사장.


대장장이 정신은 버릴 수 없다

 

작년 봄 안산 시화공단에 있던 우영일 사장의 공장은 화성시 양감면에 있는 양감공업단지로 옮겨왔다. 미국발 경제불황 여파가 시화공단에까지 악영향을 미쳤고 그래서 임대비용이 저렴한 양감공업단지로 이사한 것이다.
이제 우 사장은 기계설비 업종을 완전히 접고 낚시용 품목 다변화에 몰두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 출시한 파라솔 거치대는 기존 파라솔이 각도 조절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에 착안해 제작한 것으로, 거치대에 파라솔 본체만 올려놓으면 누구나 쉽고 폭넓게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 역시 스테인리스 304 소재로 제작해 평생 써도 부서질 염려가 없다. 
역시 최근 출시한 휴대용 좌대는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품목이다. 이미 다른 제품들이 시장에 나와 있지만 승일레져의 우직함과 튼튼함으로 제작돼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 소좌와 대좌 두 종류가 판매 중인데 처음에는 대물낚시인들이 많은 경북지방에서 주문이 많다가 지금은 충남도와 전라도에서도 입소문을 듣고 주문해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대물낚시 시장은 언뜻 보면 호황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도 않아요. 최근 언론에서 집중조명을 하는 바람에 시장이 커 보이지만 전체 낚시인 숫자나 시장 규모는 아직 작습니다. 특히 받침틀 같은 경우는 이미 많은 낚시인들이 보유하고 있어 더 이상 시장이 커지기는 힘들다고 봅니다. 이제는 새로운 상품보다 품질과 브랜드 이미지로 승부해야 될 시기가 온 것이죠.”
평소 갯바위 찌낚시도 즐기는 우 사장은 지난 1월, 허리에 차는 낚싯대 거치대도 출시했다. 낚싯대를 거치대에 끼워두면 미끼 꿸 때와 채비할 때, 뜰채질할 때 매우 요긴할 것이라는 경험에서 제작한 아이디어 상품이다. 상하좌우로 자유롭게 조작 가능하고, 낚싯대를 꽂아 놓은 상태로 채비를 조작할 수 있다고. 
그런데 위의 세 제품 역시 이젠받침틀과 마찬가지로 ‘가볍고 날렵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번 사면 대를 물려 쓸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지만 요즘 낚시인들의 눈높이에 어느 정도나 들어맞을까?
우 사장 주변에는 그에게 대장장이 근성을 좀 죽이고 더 장사꾼다운 제품을 만들라고 조언하는 낚시인들이 많다고 한다. ‘더 얇고 가벼운 소재를 쓰고 얍삽하게 제품을 설계하면 제조 원가가 줄고 마진도 커질 것’이라는 조언이다. 그들이 보기에 우 사장은 고집불통이다.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장사라는 게 이윤을 남기는 게 우선이지만 제 자존심까지 팔기는 싫어요. 아직까지는 마니아층에서만 제 제품을 구입하고 있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면 인식이 바뀔 거라고 믿습니다. 생산된 지 100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는 부라더미싱 같은 제품 있잖습니까? 그런 제품으로 남고 싶습니다.”
승일레져 031-354-88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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