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회원가입 장바구니 주문배송조회 고객센터
과월호신청
Home> 뉴스&칼럼 > 전문가컬럼
오사카의 낚시방
2016년 04월 1993 9842

 

COLUMN

 

 

오사카의 낚시방

 

 

조홍식 이학박사, '루어낚시 100문 1000답' 저자 

 

 

2월의 첫 주말을 끼고 일본의 오사카로 날아갔다. 낚시 관련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오사카 피싱쇼 참관과 도매상들의 신년 대매출에 볼일이 있는 게 목적이라고 하겠지만, 나에게 그런 것은 2차적, 아니 3차적인 목적이다. 물론 피싱쇼도 가서 구경하고 도매상 전시회에 나온 중소 메이커의 신제품을 슬쩍 구경하기도 한다. 그러나 내게 중요한 것은, 낚시인은 낚시를 해야 한다는 사실하고 외국 낚시점에서 무언가를 구입하는 재미를 보는 것, 그런 게 중요하다. 가끔은 낚시에 미친, 낚시가 인생의 전부인 약간 이상한 사람과 만나 시간가는 줄 모르고 낚시 이야기만 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도 1차 목적은 오사카만에서 보트 농어 루어낚시를 하는 것이었다. 이건 완료. 다음 2차 목적은 낚시점에 가기이지만 올해는 낚시점에 가지 않았다. 가지 않은 것이 아니라 갈 수 없었다. 그간 드나들었던 낚시점이 폐점을 해버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오사카 시내 중심부에 신사이바시(心斎橋)라는 지역이 있고 그곳의 한 골목은 ‘아메무라(아메리카촌의 줄임말)’라 불린다. 1960년대 말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서 수입된 물건을 파는 상점이 늘면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명물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오사카 젊은이들의 문화, 패션, 음악의 중심지다. 그런데, 거기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피싱살롱’라는 이름의 낚시점이 하나 있었다. 폭이 좁은 빌딩에 3층 모두가 별개로 낚시점이라기 보단 ‘낚시방’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1층은 배스용품, 2층은 민물과 바다용 루어, 3층은 바다루어 전문매장이다. 협소하기 그지없어서 서서 루어를 고르고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미안할 정도. 특히 3층 매장은 통로를 지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바닥과 벽에 루어가 빽빽하게 들어차있는 남대문시장의 잡화점 같은 분위기였다. 개업한 지 40년이란 이곳, 처음 나를 데리고 간 일본 친구는 자신이 중학생 때부터 다니던 곳으로, 일본 관서지방을 대표한다고 자랑을 했다.

 

 

 

화수분처럼 가면 찾는 물건이 있는 낚시방

 

당시 루어에 대한 전문성, 규모에 비해 많은 재고량, 저렴한 가격에 놀랐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몇 십 년 된 낚시참고서에서나 볼 것 같은 루어가 아직 팔리고 있는가 하면 무엇이든 정가보다 할인해 판다거나 명품도 재고품이라며 반액에 팔고 있기도 했다. 구석구석 쌓여 있는 루어나 낚싯대를 잘 살펴보다 보면 과거에 놓치고 만 보물을 반값에 살 수 있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는 그런 ‘낚시방’이었다. 그래서 한 번 방문하면 물건 고르느라 최소 2~3시간은 허비하게 된다. 집 근처에 있는 낚시방, 그것도 화수분처럼 가면 찾는 물건이 있는 이상적인, 내 주변에 절대 있을 리가 없는, 그런 낚시방이었다.
3층의 점장은 일본 관서지방 루어업계의 중진인 80대의 노인으로서 피싱살롱의 주인이다. 루어 몇 개, 소품 몇 개를 골라도 완전 구식 계산대에서 손님에게 한 푼이라도 더 깎아주려고 영수증의 100엔 단위는 잘라내고 돈을 받았고 먼 곳에서 왔다고 하면 차비로 1000엔짜리 한 장을 돌려줘서 기분 좋게도 해주었다. 대형 유통회사의 양판점이 판치는 일본에서 최후의 구식 낚시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이다. 작년 2월에 3층을 방문했을 때였다. 점장 노인에게서 ‘얼마 전 건강이 악화되어서 병원 신세를 졌는데 이제 그만 가게를 접으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1년에 단 한번, 몇 번 찾아가지도 않은 내가 아쉬운데 현지의 단골들은 얼마나 아쉬울까? 2015년 6월 30일로 피싱살롱은 폐업했다. 목적을 잃어버리면 무기력해지고 흥미도 없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 나는 이제 다시 2월이 와도 오사카에는 가지 않을 것 같다.



※ 낚시광장의 낚시춘추 및 Angler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무단 복제, 전송, 배포 등) 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