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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당의 귀재
2016년 05월 1936 9870

 

ESSAY

 

 

 

밀당의 귀재

 

 

 

보통의 주말은 휴식의 개념이지만, 나에게 주말은 본연의 내 모습을 찾느라 24시간이 모자라는 날이다. 토일 내내 전국의 물가를 쑤시고 다니는 바람에 월요일은 몸이 천근만근, 정신없이 쏟아지는 잠과 사투를 벌이기 일쑤다. 카톡! 카톡! 이때 갑자기 울리는 다급한 휴대폰 메시지 소리에 화들짝 잠이 달아난다. “언니, 큰일 났어요. 이번 주 일요일 장어낚시 촬
영 못한대요. ㅜ.ㅜ 노지 나가래요.”  고요한 한 주의 시작을 무너뜨리는 날벼락. ‘두 여자의 손맛’ 담당 피디의 다급한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듯하다. 촬영날짜가 일주일도 안 남았기에 다른 낚시터 섭외가 불가능하니 무조건 배스낚시 촬영을 가라는 비보였다. 배스낚시는 나의 분야이기 때문에 촬영 장소라든 지, 장비, 채비 등 전반적인 준비가 내 몫이다. 봄을 알리는 훈풍이 불어오기 시작하지만, 아직은 수온도 차고 일교차도 큰데, 어디로 나가야 손맛을 볼 수 있을지 난감함과 부담감이 먼저 엄습했다.
화요일, 수요일, 하루하루를 인터넷에 올라온 배스 조행기 검색에 열을 올려본다. 봄소식이 비교적 일찍 오는 남쪽지방엔 벌써 산란을 준비하는 먹성 좋고 체구 좋은 녀석들이 앵글러들을 반기는 모양. 하지만, 당일 촬영의 빠듯한 일정으로는 남쪽지방은 무리이기에 중부지방을 물색하는 수밖에. SNS, 카페회원 등 지인을 총동원해 수소문한 결과 충남 아산시의 삽교호 선인대교 수로권으로 촬영지 확정, ‘노피시’에 대한 걱정으로 사이즈보다는 마릿수 조황을 선택한 것이다. 오전 피딩타임부터 노려보기로 약속하고, 나는 장비와 채비 준비를 하며 촬영날까지 초조한 마음으로 지냈다.

 

 

드디어 촬영당일. 약속했던 출발 시간은 새벽 5시. ‘최피디, 상수야, 큰일 났어. 나 지금 일어났어!’ 내가 깨어난 시간도 새벽 5시. 불안감에 촬영 전날까지도 배스 조황을 눈으로 확인한다고 ‘짬낚’ 다녀온 것이 화근이었다, 알람소리도 못 듣고 꿀잠을 자버린 것. 덕분에 촬영팀은 물론, 일일 스탭으로 동출한 강서루어피싱팀 동생들까지, 길바닥에서 한 시간이나 내 차를 기다렸다(누나 이자 언니이기에 화도 못 냈던 너희들에게 다시 한 번 용서 구함). 우린 결국 해가 다 뜨고 서울을 출발하고야 말았다.
오전 피딩은 놓쳤지만, 화창한 햇살에 수온이 올라있길 기대하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포인트에 도착했다. 그러나 대낚시인 들이 촘촘히 박혀있는 이 당혹스런 광경은 뭐지. 붕어낚시 모임의 시조회가 하필이면 어제부터 오늘까지였단다. 한 주 내내 고민한 포인트였는데, 어디로 촬영을 가야할지 우린 한순간에 미아가 됐다. 내 머릿속의 지도를 더듬어 가장 가깝고 넓은 포인트를 찾아야만 했다. 50분 거리 대호만 인근 저수지권. 작년 한 해는 저수위로 별다른 조황이 없었던 곳인데 일단 어떤 그림이라도 카메라에 담아야 했기에, 바로 이동을 단행했다.
새롭게 도착한 곳은 대호대교 인근 해창지, 그리고 삼봉지. 생각보다 수위도 많이 오르고 나쁘지 않아 보였다. 물속으로 묻히거나 삭아서 드리워진 육초들이 그림 같은 커버와 포켓을 형성하고 있었다. 느낌 있다. 배스의 숨바꼭질이 느껴진다. 햇살로 따뜻해졌을 연안 육초더미 포켓과 엣지를 공략하는 동안, 촬영 스탭들 모두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었다. 밀당의 귀재, 배스들인데 역시 쉽게 나와 주지 않는 게 당연하다. 게다가 녀석들은 카메라 울렁증까지 있다. 카메라가 돌면 그동안 잘 나와 줬던 녀석들조차 더욱더 깊이 꼭꼭 숨어버린다. 초조해지는 손놀림을 억누르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차분하게 캐스팅을 반복하지만, 나의 기대는 캐스팅의 횟수가 늘수록 점점 줄고 있었다. 그 순간, 물귀신이 당기듯 라인이 주욱 빨려 들어간다. 별다른 기대감 없이 캐스팅했기에 이런 급작스런 녀석의 출현에 나의 대처가 한 발 늦고 말았다. 역시 밀당의 귀재. 기어코 육초더미 안쪽으로 라인을 감고 깊이깊이 숨어버렸다. 내가 진 것이다. 얼마 만에 등장한 배스인데. 안타까움에 모두 다 주저앉고 말았다. 매몰차게 돌아선 녀석 의 뒷모습을 보며 시간을 낭비할 순 없다. 이동만이 살길. 이번엔 모든 스탭들이 휴대폰을 꺼내들고 또 다른 포인트를 수소문해본다.

 

 

   삽교호 촬영 중 만난 반가운 배스를 들고 찰칵!

 

 

 

‘밥이라도 먹고 하자. 슬기야.’ 나의 단짝 상수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말을 건넨다. 난 안 먹을래. 입맛도 없고 먹으면 체할 것만 같았다. 체력은 물론 멘탈까지 이렇게 힘든데, 배스낚시 촬영하며 런커는 물론 마릿수까지 뽑아내시는 배스프로님들께 정말 존경을 표한다.
일단 점심을 국밥으로 대충 때운 우리는 지인들이 알려준 포인트 중에 최근 조황이 좋았다는 수로권들을 탐색하러 다녔다. 역시 조황이 좋았다고 소문났던 곳들엔 루어 조사들이 많이 계셨다. 하지만, 손맛을 보시는 분은 우리가 가면 꼭 없다. 이곳 배스들도 카메라 울렁증인가. 입이 바짝바짝 말라 이젠 멘트 칠 여력도 없다. 다리 힘도 점점 풀리는 듯했다. 배스 한 마리가 우린 너무나도 간절했다.
오 마이 갓! 나의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나보다. 이때 구세주가 한 명 나타났다. 배스에 미친 또 다른 여인(N·S 안지연 스탭)이 지금 선인대교 밑에서 마릿수를 채우고 있다고 사진정보를 보내왔다. 아침에 처음 갔었던 바로 그 포인트였다. 그녀는 구세주답게 선인대교 밑, 포인트 진입로까지 우리를 마중나와 있었다. 아침엔 분명 대낚시로 장사진을 이뤘는데, 한낮이 지나니 붕어낚시 조사님들이 모두 철수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녀는 광활한 수로에서 직접 손맛을 봤다던 핫스팟, 바로 그 지점까지 우리를 친히 이끌고 인도해줬다.
“언니, 여기 서서 왼쪽 사선으로 던지세요. 오다보면 장애물이 있어요. 바로 거기에요”
빙고. 바로 거기! 히트! 간절한 염원을 담은 배스 한 마리가 드디어 물 밖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너를 만나러 300킬로나 헤맸단다. 비록 녀석의 체구는 바람에 나부낄 정도로 작디 작았지만, 12시간 넘게 기다렸던 우리 눈에
는 가장 빛나고, 가장 힘 세고, 가장 큰, 고마운 배스였다. 고마운 배스는 친구들을 계속 데려다 주었고, 두 여자의
모자랐던 촬영 분량은 순식간에 채워져 풍족하게 마무리됐다.
아름다운 노을을 배경으로 홀가분한 마음의 촬영, 스탭들이 다 같이 캐스팅을 해본다. 끊임없이 재잘대는 즐거운
대화, 하하 호호 웃음소리, 물을 박차는 배스의 힘찬 몸짓, 세상에 이렇게 아름답고 행복한 광경이
또 있을까?
오늘 배스 낚시도 #성공적 #로맨틱 #배스_is_사랑.

 

 

Writer's Profile

 

최슬기. CTS기독교TV 앵커로 활동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서 바리스타, 카페매니저를 겸하고 있다. 강서낚시할인마트 강서루어피싱팀 회원으로서 N·S 필드스탭과 피싱TV(FSTV) 두 여자의 손맛’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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