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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한 딸년의 '꿀스터낚시' 조행기
2016년 04월 2040 9871

ESSAY

 

 

 

무뚝뚝한 딸년의 '꿀스터낚시' 조행기

 

 

 

 

겨울은 나에게 가장 혹독한 계절이다. 가뜩이나 추위도 많이 타서 바깥 활동도 어려운 몸인 데다 시즌 오프한 배스낚시 탓에 집에서 칩거만 하자니 그리운 손맛에 마음을 달랠 길이 없다. 길거리 지나다가 보이는 횟집 수족관만 봐도 루어를 던지고 싶은 욕망이 솟구쳐 오르니 이는 분명 금단현상일 터. 혹독한 겨울, 내가 유일하게 손맛을 즐길 수 있는 건 송어낚시인데 그마저도 매주 가니 익숙해지는 손맛에 점점 흥미를 잃어간다. 이렇듯 겨울은 낚시인들에겐 인고의 시간인가 보

다.
다행히 피싱TV ‘두여자의 손맛’ 촬영으로 가는 실내 바다낚시터에서 새로운 손맛으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었다. 비록 배스 루어낚시와는 다른 찌낚시 생미끼낚시이지만, 모두 새로운 경험이기에 배우는 재미와 손맛이 쏠쏠했다. 올 겨울 유독 촬영이 많았던 랍스터낚시. 세상에,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그 랍스터를 무한대로 낚아갈 수 있단다. 그래서인지 올겨울은 랍스터가 휩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낚시인들의 SNS엔 두 집게를 크게 벌린 랍스터와 붉은 빛으로 찜 당한 랍스터 요리 사진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내 생애 첫 랍스터낚시, 꼭 먹고야 말테다
초보 낚시인들도 랍스터 마릿수 조황과 맛난 찜요리 사진을 올리는 걸 보니, 랍스터밭인 낚시터에 캐스팅 해놓으면 지나가는 랍스터 몸뚱이 어딘가에 바늘이 걸리는 줄 알고 쉽게 생각했다. 루어 운용의 특별한 스킬이 필요한 것도 아니고, 게다가 생미끼라니, 풋!
그런데 첫 랍스터낚시에서 내가 낚아 올린 랍스터는 열 시간 만에 고작 두 마리. 민장대를 사용한 것이 어색해서였는지, 찌낚시의 훅셋 타이밍을 몰라서 놓친 건지 쉽지만은 않은 낚시임엔 분명했다. 정말 신기한 것은 실내낚시터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포인트가 존재하고, 먹이활동 시간이 따로 있다는 것. 또 랍스터가 먹이활동 자체를 한다는 것. 다시 한 번, 나의 짧은 낚시 경력을 되짚어보며 위대한 생물 앞에서 겸손을 배웠다. 겨울의 아쉬운 손맛을 달래려 했는데 생각보다 손맛이란 것은 없었다. 그저 묵직한 돌덩이 하나 매달려오는 느낌이랄까.

 

 

먹음직스런 랍스터 찜

 

 

 

‘손맛은 별로인데, 왜들 난리인 거야?’

 

그 이유는 찜 당한 랍스터와 마주 앉으면 누구나 깨닫게 된다. 일단, 찜 솥에서 갓 나와 하얀 연기와 함께 피어오르는 그 향긋한 바다 냄새에 한 번 눈이 뒤집히고, 붉은 갑옷을 벗겨 꺼낸 뽀얗고 탱탱한 속살의 감미로움에 혀가 중독된다. 그냥 사먹으면 되지 않나. 텃밭을 가꾸며 직접 노동해서 수확한 상추와 마트에서 산 상추의 맛이 같던가. 이건 노동의 맛이 더해진 꿀 랍스터, ‘꿀스터’다.
몸에 좋은 음식, 맛있는 요리, 이런 것을 접할 때 불현듯 생각나는 이들이 있다. 바로 가족이다. 자취한지 수년 째, 사실 나는 평상시 부모님과 연락도 잘 안하는 무뚝뚝한 딸년이다. 그나마 동생들하고 카톡이나 가끔 주고받고 사는 게 가족과 연락하는 전부. 그런데, 랍스터를 신나게 해부하며 먹고 있자니, 혼자 쓸쓸히 주말을 보내고 계실 아버지가 갑자기 떠올라 가슴이 먹먹해졌다(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어머니는 주로 지방에 계신다). 아니나 다를까. 딸내미 방송을 보시고는 랍스터 맛있겠더라며 낚시 가고 싶다고 먼저 말을 걸어오신 아버지. 어색하기 그지없는 사이에 얼마나 용기를 내셨던 걸까.

 

“아빠, 다음에도 랍스터 촬영이에요. 많이 낚아서 갖고 올게!”

 

다음 낚시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가족을 위한 수확의 기쁨을 누려야만 한다. 하지만, 하늘은 평상시 효도해야지 날 잡고 효도하지 말라는 듯 한파특보라는 훼방꾼을 내려줬다. 최저기온 영하 18도. 실내 낚시터임에도 살얼음으로 뒤덮여 뜰채로 얼음을 떠서 걷어내야 하는 상황. 물속에서 유영하던 우럭도 그대로 급속 냉동되어 걸려 나오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이번엔 릴낚시여서 자신감 충만했는데, 얼음바다 속에서 꽁꽁 웅크린 체 미동조차 없는 랍스터 탓에 이번 조과도 12시간 동안 겨우 세 마리. 찌의 움직임이 그야말로 0.1cm씩 깔짝깔짝 움직인 것을 채서 낚은 조과다. 그 세 마리의 완전 소중한 랍스터는 한파에도 불구하고 동출한 스탭들에게 고생의 산물로 나눠드렸다. 집으로 돌아가 다들 맛있게 먹었다는 인증샷을 보내주니, 내가 먹은 것보다 더 행복한 포만감이 느껴졌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나는 또 랍스터낚시를 하고 있었다. 촬영도 아니고 날씨도 고요하다. 오롯이 나만의 찌에만 집중한다. 낚시는 경험이 쌓인 만큼 실력도 느는 법. 그간 몇 번 해봤다고 포인트도 알고 입질도 제법 잘 파악한다.
‘왔어! 그래, 이건 입질이야!’
찌가 흔들린다. 슬쩍 옆으로 움직인다. 로드를 살살 들어본다. 걸림이 느껴진다.
이건 백퍼센트다. 걸렸구나, 이 녀석!
몇 번의 헛챔질도 있었지만, 네 마리의 랍스터가 살림망에서 새살림을 차렸다. 아버지 갖다드린단 말에 인심 좋은 낚시터 사장님께서 커다란 봉지 가득 랍스터를 담아 널찍했던 살림망을 비좁게 만들어 주셨다.
쓸쓸하게 홀로 국 끓여 드시려고 했던 아버지가 그 어느 때보다 밝게 웃으시며 나를 반겨주신다. 어릴 때 나는 밥도 잘 안 먹어, 아버지가 씹어주시는 음식을 받아먹곤 했다던데, 그만큼 가까웠던 부녀지간이 언제부터 이리 서먹해졌던 것일까.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서로 대화가 되고 수다가 된다. 어색한 듯 부끄럽지만, 기분 좋게 달아오른 새빨간 랍스터가 식탁 위에 놓인다. 그 앞에 함박 미소를 머금고 앉아계신 울 아빠. 나는 직접 손으로 랍스터 해체 서비스를 해드리며 살점을 발라내 아버지 접시에 하나씩 올려드렸다. 연신 맛있게 집어 드시며, 랍스터에 관한 지식을 총동원해 열변을 토하시는 모습이 어린아이 같아 보이기도 하고 한쪽 가슴이 찡해지는 건 왜일까.
‘아버지, 어릴 적 맛있는 음식을 나에게 먹이실 때 이런 기분이셨나요? 그동안 당신이 많이 외로우셨나 봅니다. 이제 맛있는 것도 같이 드시고 손맛도 함께 보실래요?’
박진감 넘치는 배스 루어낚시가 나의 주력 낚시이다. 하지만, 배스만큼 요동치는 생동감의 손맛이랄 것도 없는 랍스터낚시가 왜 대세를 차지했는지 알 것 같다. 그리고 낚시의 즐거움이 단순한 손맛뿐이 아니란 것도 깨달았다. 낚시의 손맛은, 사랑하는 나의 사람들과 나눌 수 있다는 기대감, 그리고 기쁨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기분 좋은 중독인 것이다.

 

 

Writer's Profile

 

최슬기. CTS기독교TV 앵커로 활동했다. 현재는 프리랜서로서 바리스타, 카페매니저를 겸하고 있다.
강서낚시할인마트 강서루어피싱팀 회원으로서 N·S 필드스탭과 피싱TV(FSTV) ‘두 여자의 손맛’ 진행자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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